<혜화,동> 연출 민용근 감독

<혜화,동> 연출 민용근 감독 ⓒ 무비조이


무비조이가 상암CGV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만난 세 번째 작품은 민용근 감독의 <혜화,동>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원 나잇 스탠드>에서 에피소드1을 연출한 민용근 감독 때문이었다. 민 감독의 연출스타일이 잘 드러난 <원 나잇 스탠드>을 보고 그의 팬이 되었다. 그가 연출한 에피소드1은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남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공간감, 여기에다 이야기까지 적절한 균형감을 유지하면서 단숨에 민용근 감독 이름을 기억하게 만들었다.

<혜화,동>은 민용근 감독의 첫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유연한 흐름이 돋보이는 영화다. 단편에서 보여준 그의 재능이 장편에서도 제대로 맛을 내고 있다. 사실상 원톱 주연이나 다름없는 유다인(혜화 역)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하면서 영화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캐릭터와 관객들의 감정이 고조되도록 만들어 놓았다. 물론 이런 구성 때문에 극 초반 약간의 지루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후반 30분을 통해 보상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단편에서 보여주었던 장점이 장편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것은 감독의 개인적인 연출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혜화,동>은 2억 원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장편독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완성도 역시 상당히 높다. 전체적인 화면 배치와 구도 그리고 색감 역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민용근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얼마나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썼는지 단적으로 알게 해준다.

이런 부분들을 통해 왜 이 작품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상을 수상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물론 상업영화의 빠른 전개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민용근 감독이 보여주는 느린 감성이 힘들 수 있다. <혜화,동>은 빠른 전개를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모두 슬로우 스타트다. 초반에는 단편적인 사실만 나열하고 각 개인들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민용근 감독 연출력에 유다인의 연기가 더해진 <혜화,동>

혜화,동 스틸컷

▲ 혜화,동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


사실 <혜화,동>에서 민용근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개인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연출력이 빛난 부분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배우에 대한 기대치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유다인이란 배우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소득이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8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혜화 역을 소화하며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민용근 감독이 만들고자 했던 영화적 감성이 제대로 살아날 수 있었던 것 역시 유다인이란 배우가 보여준 연기가 큰 힘이 되었다.

유다인이 맡은 혜화는 고등학생 때 사랑하는 남자 한수(유연석 분)의 아기를 가지게 된다. 다니던 고등학교까지 그만두고 아기를 낳아서 한수와 함께 행복하게 살 꿈을 꾸는 그녀지만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수의 비겁함 혹은 한수 어머니의 아들을 아끼는 마음이 발단이 되어 혜화는 혼자서 아기를 낳게 된다. 그녀는 출산 후 아기가 곧바로 죽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한수는 아이가 살아있다는 소식과 함께 그녀 앞에 입양 동의서를 들고 나타난다. 이후부터 두 사람의 과거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밝혀져 나가기 시작한다.

<혜화,동>은 각 캐릭터의 사연을 초반에 확 터트리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관객들이 알아가도록 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유다인이 맡은 혜화는 영화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중심인물이다. 따라서 그녀가 어떤 감정선과 연기를 보여주는지에 따라서 감독이 의도했던 영화가 될 것인지 혹은 평범한 작품이 될 것인지가 결정되는 구조이다. 이 작품에서 감독 연출력과 함께 빛나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연기다. 도저히 신인 연기자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물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녀는 감정선이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될 만큼 생생한 연기를 보여준다. 2011년 한국 영화에서 새로운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여배우로서 주목하고 지켜 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영화를 통해서 좋은 감독을 알아가는 것 만큼이나 좋은 배우를 알아가는 것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 전에 미래가 기대되는 좋은 배우를 먼저 발견하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혜화,동>은 오랜만에 관심을 가지고 어떤 연기자로 진화할 지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여배우를 알게 해준 영화로서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유다인이란 이름은 <혜화,동>에서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은 14일 <혜화,동> 상영 후 이어진 관객 GV와 무비조이에서 단독으로 인터뷰한 민용근 감독의 이야기를 실어보겠다. 먼저 관객과의 GV 현장부터 시작한다.

"나 때문에 영화 망치는 것 아닐까 걱정 했어요"

혜화,동 주연 유다인

▲ 혜화,동 주연 유다인 ⓒ 무비조이(MOVIEJOY.COM)


-[GV] 유다인씨는 얼굴 표정으로 모든 부분을 담아냈습니다. 혜화란 역을 어떻게 맡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유다인 : "영화의 조감독님을 미팅 때 잠시 뵈었는데, 그때 저를 추천해 주셨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처음 시나리오를 보게 되었고요. 혜화 캐릭터는 처음 봤을 때부터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 그런 캐릭터였어요. 혜화를 연기하면서 억지로 뭔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지는 않았어요. 혜화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고, 그 상황 상황들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이런 부분들이 조금씩 모여서 혜화란 캐릭터가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GV] 혜화가 마지막 장면에 차에 후진기어를 넣고 가는데요. 한수와 또 다시 어떤 만남을 가지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민용근 : "혜화가 한수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일종의 또 다른 시작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고요. 그 다음 문제는 두 사람이 풀어가야 하는 열린 결말이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유다인 : "저도 사랑을 다시 시작한다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혜화가 어떤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GV 제상민] 유다인씨에게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신인으로서 영화의 전체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힘들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유다인 : "처음 시작할 때는 정말 막막했는데요. 마지막에 혜화가 계속 감정을 참다가 터트리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부분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이 부분을 표현해야 할까 하고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그 장면을 마지막에 찍었었는데 혜화의 감정이 터져 나왔어요. 연기를 해오면서 혜화의 감정이 조금씩 조금씩 쌓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혜화가 되었던 것 같아요. 사실 촬영을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그랬어요. 나 어떻게 하지, 내가 다 망치고 있는 것 같아,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그런 감정들을 정말 잘 잡아 주셨던 것 같아요."

-[GV] 마지막으로 계획이나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유다인 : "저희 영화가 2월 중순에 개봉을 해요. 그때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현재 영화 촬영 중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

민용근 : "개봉이 2월 중순이라서 잠시 개인적인 시간이 날 것 같습니다. 다음 영화 시나리오를 쓸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는 2006년에 단편영화를 찍어서 오랜만에 다시 왔는데요. 그때는 낯설었는데 몇 년 지나면서 다들 많이 친해진 것 같습니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영화를 트는 것은 고향 같은 곳에서 상영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상암에 살고 있어서 더 애착이 많이 갑니다. 마지막 상영 보러와 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개봉할 때 마케팅비가 많이 없기 때문에 여러분들의 입소문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신다면 많이 많이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은 무비조이가 단독으로 인터뷰한 민용근 감독과의 일문일답.

"어렵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화가 좋아요"

 <혜화,동> 연출 민용근 감독

<혜화,동> 연출 민용근 감독 ⓒ 무비조이


-단편 스타일이 장편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장편이기는 하지만 상업영화가 아니라서 투자나 제작하시는 분들이 크게 많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간섭)하지 않으셨고요. 그리고 제가 영화를 찍을 때 어렵지 않게 연출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부모님이 보셔도 이해를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부모님들도 이해하실 수 있는 영화, 그리고 감정이 너무 쉽게 초반에 드러나서 다른 것이 죽어버리는 영화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장편에도 반영된 것 같습니다."

-영화가 마지막 30분에 감정이 몰아치게 연출되어져 있습니다. 초반 너무 잔잔하게 가는 것이 연출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았는지도 궁금합니다.
"조명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처음에는 어깨에 힘 빼고 주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무겁지 않게 가는 것이 콘셉트였습니다.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밀도가 점점 높아지는 형태인데요. 원래 연출하기 전부터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초반에 코믹요소가 많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너무 잔잔한 것에 대해 나름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외부의 웃음소리나 이런 것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꾸준한 모습으로 나가기를 원했습니다.

영화 보신 분들은 알아채시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먼저 말을 걸어서 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사람을 끌어올 수 있는 그런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을 아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반에 너무 인물을 소개해버린다든지, 주의를 끌기 위해서 튀는 인물을 넣는다든지 이런 것들을 배제하고, 영화가 조금씩 전개되어 갈수록 몰입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어려운 연기 요구도 잘 참아준 유다인씨에게 감사할 뿐"

혜화,동 주연 유다인

▲ 혜화,동 주연 유다인 ⓒ 무비조이(MOVIEJOY.COM)


-여자 신인배우를 원톱으로 내세워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감독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유다인씨를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영화가 완성된 후 감독님의 개인적인 느낌은 어땠는지 역시 궁금합니다.
"일단 혜화의 나이가 17살에서 23살까지인데요. 그 나이 또래에서 혜화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배우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대부분 키가 크거나 서구형의 얼굴이 많았습니다. 전 혜화가 키가 작고 연약해보이지만 좀 강단이 있어 보이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 봤을 때 제가 원하는 배우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그런 분들을 찾게 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혜화의 연기를 해나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배우를 결정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찾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촬영 들어가기 한두 달 전까지 못 구하고 있다가 우연히 조감독님이 예전에 유다인씨와 단편을 같이 했던 적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전 드라마 <청춘예찬>에서 저도 유다인씨를 본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본 이미지와 제가 생각했던 이미지는 좀 달랐습니다. 하지만, 실제 만나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 이미지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우선 유다인씨는 말이 별로 없고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진심을 담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좋게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인가 두 번째 만났을 때 왜 혜화 역할을 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한참 말이 없다가 "혜화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정말 진심이란 것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하고 싶어 한단 느낌이 들었습니다. 혜화와 유다인이란 배우가 가진 공통점이 많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속으로 감내하는 캐릭터가 혜화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유다인씨가 연기 경험이 많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저도 신인입니다. 같이 한번 잘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으로서도 다른 영화에서 유명해진 배우들보다는 제가 처음 봤는데 느낌이 좋았던 배우를 영화란 것을 통해서 소개시켜주어서 나중에 배우가 잘 된다면 기분 좋은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연기를 보면서 제가 뽑아내고 싶은 표정들이 생기고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나중에 결과적으로 유다인씨에게 빚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다인씨가 겨울에 찍느라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예상외로 잘 참아주고 제가 힘든 연기를 요구해도 좀 참았다가 다시 보여주고 그런 부분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영화 완성되고 나서도 개인적으로 연기가 마음에 들고 감사할 뿐입니다."

-감독님 영화는 캐릭터가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캐릭터가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데요.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전체적인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먼저 떠올리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캐릭터영화라고 하기에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긴 합니다. 아무래도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사람 이미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자연스러운 습관이라든가 눈빛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붙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영화에 클로즈업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이 보통 영화에서는 어떤 것을 강조할 때 쓰는데 제 영화에서는 기본 컷이 클로즈업입니다. 그런 것들이 계속 쌓이다보면 그냥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하지 않고 그냥 멍한 눈빛을 하고 있어도 그 배우의 감정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마음에 들어갔다가 나올 수 있는 영화 만들고 싶어요"

혜화,동 스틸컷

▲ 혜화,동 스틸컷 ⓒ 서울독립영화제


-첫 장편 만들고 나서 감독님이 느끼는 가장 큰 부담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일 큰 부담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많지 않은 예산으로 한 겨울에서 고생하고 찍었는데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 투자를 해주신 분들도 돈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손해가 안 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더 큰 부담은 이 영화가 상업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좋은 영화로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특히 독립영화는 개봉관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좋은 영화로 인식되는데 어려움이 많아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영화보고 많은 분들이 좋은 영화였다고 기억해주실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현재 제일 큰 부담감입니다."

-연출 스타일이 독립영화에도 잘 어울리지만 캐릭터있는 영화나 멜로영화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규모가 있는 영화 연출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그렇게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스태프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크기 때문인데요. 이번 작품 예산이 2억 원 정도 되는데요. 물론 돈을 드리긴 했지만 그분들은 돈이 아니라 시나리오가 좋아서 참여를 해주신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PD님과도 이야기를 하면서 다음 작품은 이분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찍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물론 저도 연출에 대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간섭을 받으면서 어떤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도전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가진 특성과 다른 분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감을 잡는 훈련이 저한테도 필요하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영화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은 지금보다 규모가 좀 커져야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필요하다면 다음 작품엔 더 상업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저를 판단했을 때 너무나 노골적인 상업영화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는 스태프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규모의 영화를 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어느 정도 담아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독립영화전용관이 없어진 것 정말 가슴이 아파요"

 <혜화,동> 배우 유다인, 감독 민용근

<혜화,동> 배우 유다인, 감독 민용근 ⓒ 무비조이


-독립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전용관이 없다는 것 역시 너무나 아쉬운 대목입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중앙시네마에 독립영화 전용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극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많은 차이가 납니다. 예전에는 좋은 독립영화라고 하면 개봉하고 나서 만 명 정도의 관객을 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거의 없습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중앙시네마나 인디스페이스 같은 존재가 너무나 아쉽습니다.

<혜화,동>도 2011년 2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상영할 수 있는 극장들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도 됩니다. 마케팅 비용이 몇 십억 이상 들어가지 않는 이상 천만 원을 쓰나 1억 원을 쓰나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 저희 같은 작은 영화들을 알릴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습니다.

저도 들은 이야기지만 프랑스같은 경우에는 상업영화라고 해도 TV광고가 금지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서 자신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알아보고 그러는데요. 그래서 상업영화나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나 노출될 수 있는 기화가 아주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실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은 서울독립영화제나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 보신 분들이 다른 분들에게 추천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극장이 아니라고 해도 한 극장에서 장기상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합니다. 여기에 인디플러그 같은 유료다운로드사이트 역시 또 다른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감독님들도 이런 부분들이 가장 아쉬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감독님이 어떤 작품을 하고 싶고 어떤 감독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까?
"영화 자체가 독특하지 않더라도 한 작품이 어떤 한 사람의 마음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란 느낌을 주는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립영화가 되었든 상업영화가 되었든 이야기나 액션은 한 순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분들이 오랫동안 사람들 마음속에 남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다른 사람에게 전해준 눈빛이나 마음 등은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제 영화 보신 분들이 어떤 인물의 마음속에 몸을 담그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기억을 남기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혜화,동 민용근 유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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