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고 악수하는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이사(左)와 이병우 넥센타이어 부사장(右)

지난 2월 메인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고 악수하는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이사(左)와 이병우 넥센타이어 부사장(右) ⓒ 넥센 히어로즈 홈페이지


3년 전 한국프로야구에 어렵사리 둥지를 튼 히어로즈가 프로야구의 계륵으로 전락한 모양새다. 2008년 자금난을 겪던 현대 유니콘스 야구단을 투자 회사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선수단과 프런트를 승계해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재창단하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애초에 농협과 KT가 야구단 인수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의 실수와 몇몇 기업들의 반대에 부딪혀 인수결정이 철회됐고 결국 센테니얼이라는 생소한 회사가 한국프로야구에 뛰어 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7개가 아닌 8개 팀이 리그에 계속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어느 기업이 야구단을 인수하든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돈 없는 회사가 프로야구단을 인수했다?

문제는 센테니얼이 프로야구에 참여한다는 의미의 가입비마저 KBO에 낼 수 없는 회사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7개 구단으로 시즌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KBO는 모든 일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결국 이런 분위기에 속에서 센테니얼은 한국프로야구에 뛰어들었다.

자금운영 문제점을 지적받은 센테니얼은 '네이밍 마케팅'이라는 사업전략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결국 돈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던 히어로즈는 선수들을 팔아 운영비를 챙기는 기형적인 방법으로 팀을 운영했다.

팀의 에이스 장원삼(현 삼성)을 비롯해 이현승(현 두산)·이택근(현 LG) 선수가 55억 원을 유산으로 남기며 트레이드 됐고, 시즌 중에도 마일영(현 한화)과 황재균(현 롯데) 선수가 팀을 옮겼다. 특히 팀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불리며 강정호·강윤구 선수와 더불어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불렸던 황재균의 롯데행은 야구팬들의 높은 거센 비난을 샀다.

이 과정에서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이 트레이드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해프닝까지 벌어져 히어로즈 프런트에 대한 야구팬들의 불신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KBO는 장원삼·이현승·이택근 선두 트레이드 때 '가입금 완납 후에야 트레이드를 포함한 완전한 재산권 주장이 가능하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려 잠시 브레이크 거는 모습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약들은 모두 승인됐다.

 고향팀 기아 타이거즈로의 트레이드설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히어로즈의 중심타자 강정호

고향팀 기아 타이거즈로의 트레이드설이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는 히어로즈의 중심타자 강정호 ⓒ 넥센 히어로즈


히어로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트레이드에 대한 소문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팀의 마무리투수 손승락(2010년 시즌 2승3패26세이브 방어율2.56)과 아시안게임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군면제 혜택까지 받은 강정호(2010년 시즌 타율0.301 12홈런58타점)에 대한 타팀의 구애는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히어로즈의 선수 팔기, 메이저리그 팀과 비교 말라

이처럼 7개 구단의 '선수 시장'으로 전락해버린 히어로즈의 현재 상황은 프로야구팬들이 바랐던 온전한 모습이 아니다. 물론 자금 운영이 어려운 구단에게 트레이드는 중요한 자금 확보 수단이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메이저리그 사례를 들며 히어로즈를 두둔하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팀'인 플로리다 마린스는 1997년, 2003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고액연봉 선수들을 다른 팀에 내보고, 유망주들을 대거 영입하는 폭탄 바겐세일을 펼쳤다. 워낙 시장 자체가 작았던 플로리다는 아직도 이 방법을 이용해 팀을 운영하고 있다. 천재적인 선수 팔기와 신인발굴로 유명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역시 고액연봉자를 보내고 '저연봉 고효율' 선수를 데려온다.

언뜻 보기에 히어로즈의 선수 팔기가 플로리다 마린스가 보여줬던 전철을 밟는 것처럼 보이지만 핵심은 전혀 다르다. 플로리다는 돈을 받긴 했지만 포커스를 유망주에 맞추며 메이저리그에 올라오기 직전의 선수들을 수혈해왔다. 그 당시 데려왔던 핸리 라미레즈, 아니발 산체스, 앤드류 밀러, 카메론 메이빈 등은 유망주로서의 가치가 엄청났던 마이너리거였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포커스를 오로지 돈에만 맞추고 있다. 물론 '플러스 알파'로 트레이드 목록에 올라오는 선수들의 잠재적 가치를 섣불리 평가할 수 없겠지만, 그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실제 주전감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민성(황재균과 트레이드)도 히어로즈 이적 후 1할 대 빈타에 허덕이며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프로야구, 신생팀 창단보다 히어로즈 사태 해결이 우선이다

대책 없는 히어로즈와 KBO의 무능력, 각 팀의 과욕이 불러오는 프로야구 시장 혼란을 야구팬으로서 그냥 간과할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9, 10번째 구단 창단이 임박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KBO에 묻고 싶다. 히어로즈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도 없이 9, 10번째 구단 창단이 야구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쌓아온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공염불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KBO는 새 구단 창단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큼 기존 구단의 문제를 바로 잡는 결단력을 보여줘야 한다.

팬들이 지금 원하는 것은 선수를 팔아서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히어로즈에 대한 해결책을 시원스럽게 내놓는 KBO의 모습, 그리고 내년 시즌 타구단과 멋진 승부를 펼치는 진정한 영웅들(Heroes)의 모습일 것이다.

넥센 히어로즈 KBO 신생팀 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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