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은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K리그 챔피언십 준 플레이오프 성남 일화와 경기에서 전반 22분 선제 결승골을 뽑아 전북 현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조성환은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 K리그 챔피언십 준 플레이오프 성남 일화와 경기에서 전반 22분 선제 결승골을 뽑아 전북 현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 전북 현대 공식 누리집

"나, 이런 사람이야!"

 

2010 K리그 챔피언십(포스트시즌)에서 2경기 연속 헤딩 결승골을 터뜨린 조성환이 제철을 만났다. 조성환의 골감각은 찬바람이 불면서 한껏 달아 올랐다. 챔피언십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나는 조성환을 '가을 사나이'라 부를 만하다.

 

24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성남 일화와 준 플레이오프는 왜 조성환이 '가을 사나이'로 불리는가를 여과없이 보여준 경기였다.

전반 22분 에닝요의 오른쪽 코너킥을 박원재가 이마로 살짝 방향을 틀었고 골문 앞에 서있던 조성환이 헤딩 슈팅으로 연결해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지난 20일 6강 플레이오프 경남FC전 이후 2경기 연속 헤딩 결승골.

 

조성환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전북은 성남을 1대0으로 꺾고 플레이오프에 진출, 최소 3위에 올라 정규리그 1, 2위인 서울과 제주, FA컵 우승팀 수원에 이어 마지막 한 장 남은 2011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전북과 성남, 그 어느 때보다도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예상 되었지만 경기 시작 22분 만에 전북의 중앙 수비수 조성환이 헤딩골을 터뜨리면서부터 경기 양상은 전북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갔다.

 

전북의 전담 키커인 '녹색 독수리' 에닝요가 오른발로 시원하게 감아찬 코너킥을 골 에어리어 오른쪽에 서 있던 박원재가 이마로 살짝 방향을 틀었고, 문전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펼치고 있던 조성환이 헤딩 슈팅으로 국가대표 NO.1 문지기 정성룡이 떡하고 버틴 성남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호주 국가대표팀 출신 주장 사샤 오그네노프스키가 17일 자국 유니폼을 입고 뛴 이집트와 의 친선 경기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성남은 1년 전 챔피언결정전 2차전(3-1 승)에서와 마찬가지로 전북에게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거푸 내주었다.

 

지난 1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시작으로 9일간 3개국을 오가며 세 경기에 출전하는 살인적인 일정에 사샤의 종아리는 점점 악화돼갔다. 그는 전북전 출전을 희망했지만 선수 생명을 위해서는 휴식을 취하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성남은 핵심 중앙 수비수이자 주장인 사샤의 빈 자리가 그대로 드러났다. 사샤 대신 선발 유니폼을 입은 김태윤이 전북 골잡이 이동국을 졸졸 따라 다녔지만 지난해 득점왕이자 국가대표 골잡이인 이동국은 사샤보다 키가 14cm나 작은 김태윤을 상대로 저돌적인 돌파와 정교한 슈팅을 터뜨리며 성남 골문을 위협했다.

 

고재성-김태윤-조병국-김성환으로 포백 라인을 꾸린 성남은 루이스-이동국-에닝요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를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했다. 포백이 불안하자 미드필드 지역에서부터 원활한 패스를 주고 받지 못했다.

 

11월 3일 광주 상무에서 원소속팀인 성남으로 복귀한 '예비역 병장' 최성국이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전북 포백 옆구리를 공략했지만, K리그 136 경기 출장에 빛나는 '베테랑' 진경선이 그의 길목을 틀어 막으며 최성국의 '날쌘돌이'란 별명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성남은 최전방 공격수 라돈치치가 전반 45분간 공을 단 세 번 잡는 등 답답한 흐름을 이어 나갔다.

 

후반전에도 전북의 공세가 계속 됐다. 이번에는 이동국이 나섰다. K리그 통산 '99호골'로 이날 경기에서 한 골만 추가하면 100호골을 달성하는 이동국은 후반 2분 골 에어리어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렸지만, 오른발등에 제대로 얹히지 않은 볼은 골문 밖으로 데굴데굴 굴러 나갔다.

 

아홉수에 걸린 걸까. 이동국은 좀처럼 '사자왕'의 포효를 선보이지 못했다. 후반 3분에는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성남 문지기 정성룡과 1대1로 맞닥 뜨렸지만, 이동국의 오른발 땅볼 슈팅은 정성룡의 오른발에 걸리고 말았다.

 

이동국의 날카로운 킥을 연달아 슈퍼 세이브한 정성룡의 선방 덕분에 경기 분위기를 되찾은 성남은 후반 16분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성남의 '몰느님' 몰리나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길게 차올린 볼이 아크 정면 앞에 혼자 서있던 라돈치치 발에 걸렸지만, 라돈치치는 자신의 위치를 오프사이드 파울로 착각해 슈팅을 때리지 않아 찬스를 무산 시켰다.

 

신태용 성남 감독이 최성국, 조재철을 빼고 김진용, 송호영을 들여보내며 동점골을 열망했지만 별다른 실효성이 얻지 못한 반면, 전북은 조성환의 선제골 이후 맨마킹과 지역 수비를 적절히 활용하며 상대 막판 공세를 끝까지 막아냈다. 경기 끝무렵, 전북은 볼돌리기와 지능적인 시간 보내기로 안방에서 한 골차 승리를 잘 지켜내 플레이오프에 나가게 됐다.

 

전북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뜻깊다. AFC 챔피언스리그, 전국축구선수권대회(FA컵), 포스코컵(컵대회)에서 모두 고배들 들며 K리그에 올인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올해 4관왕까지 넘봤던 전북은 3개 대회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뒀던 성남을 제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확보, 상처를 치유했다.

 

성남을 제압하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전북은 정규리그 2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오는 28일 오후 2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다툰다.

2010.11.25 08:44 ⓒ 2010 OhmyNews
조성환 에닝요 최강희 K리그 챔피언십 준 플레이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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