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스틸컷

▲ 레인보우 스틸컷 ⓒ 준필름

<레인보우>는 영화감독을 꿈꾼 사람들이라면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인생에 서 우리가 겪게 되는 실패로 인해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영화이기도 해요. 일반적으로 뭔가 깨우침을 주는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가르치듯이 이래야 한단 '명제'를 던져주는 경우가 많아요. 분명 틀린 말은 아니지만 괜히 누군가 '나'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짜증이나 경계심이 스물 스물 올라오는 것 역시 사실이죠. 그런데 <레인보우>는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는 과정이 너무 심플해요. 어떤 주제를 통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 보는 관객들이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요.

 

영화의 주인공 지완(박현영)은 잘 다니고 있던 직장을 그만두어요. 남들이 보면 참 답답한 인물이죠. 요즘 같이 취직하기도 힘든 세상에 직장 그만두고 평소 꿈이었던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설레발을 치니 말이죠. 하지만 영화감독 하기가 쉬운가요? 한 해 만들어지는 한국영화 장편 작품 수를 생각해본다면 백사장에서 동전 찾기죠. 대학교에서 영화이론과 실기공부를 몇 년 동안 한 사람들도 장편영화 감독 데뷔는 정말 쉽지 않죠. 지완 역시 시나리오 작업만 계속할 뿐 좀처럼 연출의 기회는 오지 않아요. 그러다보니 직장 그만 둔지 몇 년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말아요. 이쯤 되면 가족들 입에서 답답한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죠.

 

아무리 마음 좋은 남편이라고 해도 아내가 몇 년 동안 성과도 보이지 않은 일에 매달려 있으면 짜증이 올라올 수밖에 없죠. 여기에다 아들은 공부는 뒷전이고 기타 연습만 죽어라고 하고 있으니 남편 입장에서는 폭발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지완에게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열망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해요. 몇 년 동안 시나리오 작업만 뼈 빠지게 하고 영화 연출의 기회는 전혀 없었음에도 말이에요. 지완에게 자신의 꿈을 펼치겠다는 희망을 이룬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아요. 이쯤 되면 다들 포기 하는 것이 정상이겠죠.

 

우리가 세상 살아가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모두 다 하고 살아갈 순 없음을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깨닫게 되죠. 결혼하고 가정을 가지게 되면 꿈 펼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것이 현실이에요. 이런 현실에서 지완이 보여주는 끝없는 도전은 계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지원을 응원하게 해주는 힘이 되어요. 마치 우리가 도전조차 해보지 못하고 현실 때문에 꿈을 포기한 것을 지완이 대신 이루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죠. 지완은 남들 보다 잘난 것도 없고 특별나게 뛰어난 구석도 없기에 평범한 우리들이 보기에 더 힘내라고 외쳐주고 싶은 캐릭터에요.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다.

 

레인보우 스틸컷

▲ 레인보우 스틸컷 ⓒ 준필름

<레인보우>는 너무나 평범한 한 여자의 이야기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영화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주인공 지완이 영화를 연출한 신수원 감독 그 자체이기 때문이에요. 신수원 감독은 교사란 직업을 그만두고 늦은 34살의 나이에 영상원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실제 지완이 극중에서 보여주는 심리변화나 이야기 등이 너무 현실감 있게 살아 있어요. 감독 스스로 그 험난한 과정을 거쳐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죠. 평범하고 소심한 사람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많은 관객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분명 <레인보우>는 다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뛰어난 영화 테크닉을 보여주는 작품은 아니에요. 신수원 감독이 오랜 시간 연출을 체계적으로 배운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약점이 영화의 장점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낄 것 같아요. 특히 영화감독 꿈꾸고 있는 일반인들이나 혹은 영화과 학생들이 본다면 그 감정적 동요는 더 커질 것이에요. 시나리오 쓰고 수정하고 또 다시 투자 받기 위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넣어야하는 지완의 모습에서 가슴 아린 동병상련의 느낌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여기에다 <레인보우>에서 또 하나 빛나는 별은 지완의 박현영이에요. 그녀는 올해의 새로운 발견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연기와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어요. 만약 박현영이란 배우가 지완이란 캐릭터를 맡지 않았다면 과연 이 영화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에요. 그녀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물 지완이란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너무나 암울한 현실 앞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꿈 때문에 모든 것을 참고 인내하는 지완을 만들어 낸 것이죠. 그녀가 보여준 연기 때문에 <레인보우>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현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게 만들고 있어요.

 

<레인보우>는 올해 한국독립영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발견이란 생각이 들어요. 꿈 하나만으로 이정도 영화를 만들어낸 신수원 감독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어요.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좋은 학교의 영화과를 졸업하고도 장편영화 감독으로 입봉조차 해보지 못하고 긴 시간 단편영화 몇 편으로 영화감독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엄청 많은 것이 현실이에요. 여기에다 한 해 극장에 걸리는 한국영화는 한참 잘나가던 2003년에도 70여 편을 넘지 못했어요.

 

이런 현실에서 신수원 감독은 단순한 작품이 아니라 한국독립영화의 수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 가진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왔어요. 앞으로 그녀가 어떤 감독으로 더 성장할 것인지 기대되는 이유에요.

덧붙이는 글 | 국내개봉 2010년11월18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1.20 15:3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11월18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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