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이 자유형 4종목 입상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마린보이' 박태환이 자유형 4종목 입상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했다. ⓒ MBC 화면 캡쳐

'마린보이' 박태환이 애증의 종목이었던 1500m에서 값진 메달을 추가했다.

 

박태환은 18일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15분01초 72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금메달은 아시아신기록을 작성한 중국의 쑨양이었고, 장린은 3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개인전에서 첫 금메달을 수확한 쑨양은 레이스를 마친 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애증의 1500m, 박태환의 무모한(?) 도전

 

박태환에게 있어 1500m는 한이 많은 '애증의 종목'이다. 자유형 1500m는 박태환이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05년, 15분00초32로 세계 7위의 성적을 올리며 세계 수영계에 처음으로 박태환이라는 이름을 알린 종목이다.

 

4년 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아시아기록을 세우며  대회 3관왕과 MVP의 화룡점정을 찍었던 종목 역시 1500m였다. 그러나 박태환의 1500m 기록은 여전히 4년 전 도하에 멈춰 있다.

 

애초에 중장거리 선수였던 박태환은 베이징 올림픽과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꾸준히 1500m에 참가했지만, 입상은커녕 15분의 벽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도하 아시안게임 때 세운 14분 55초03은 여전히 박태환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러는 사이 중국의 경쟁자들은 박태환의 아시아 기록을 훌쩍 뛰어 넘어 14분 40초대의 기록으로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다. 박태환의 전담코치 마이클 볼조차도 '박태환에게 1500m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충고할 정도.

 

1500m만큼은 아시아권에서도 중위권으로 밀려 난 박태환이 내세울 수 있는 무기는 4년 전 도하에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던 경험과 앞서 3개의 금메달을 휩쓴 상승세뿐이다.

 

100m부터 1500m까지, 자유형 4종목 입상 위업

 

이미 3번의 금메달 역영과 4번의 도핑 테스트로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박태환은 내색하지 않고 태연하게 경기장에 입장했다. 박태환과 함께 계영 800m에서 동메달을 땄던 장상진도 결승레이스에 출전했다.

 

3번레인에 배정받은 박태환은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가장 빠른 출발 반응 속도를 보이며 초반부터 쑨양, 장린과 나란히 레이스를 펼쳤다.

 

다른 선수들은 일찌감치 뒤로 따돌리며 300m 지점까지 3파전의 양상으로 레이스가 진행되다가 300m 지점부터 장린이 뒤로 밀리며 박태환과 쑨양의 맞대결이 시작됐다.

 

그러나 2010년 세계랭킹 1위 쑨양은 조금씩 차이를 벌려 나가며 '독주체제'를 굳혀 나갔고, 결국 14분 35초43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다. 박태환은 15분01초72로 은메달을 확정지었다.

 

비록 기대했던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단거리 종목인 100m의 금메달리스트가 '수영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1500m에서 메달을 따낸 것은 충분히 놀라운 일이다.

 

박태환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만 6개의 메달(금3은1동2), 그리고 개인 통산 13번째의 아시안게임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미 역대 수영 최다 메달 기록(11개)을 갈아치운 박태환은 역대 아시안게임 최다메달(사격 박병택 19개)에도 6개 차로 다가섰다.

 

이제 같은 날 8시28분에 시작되는 혼계영 400m를 마지막으로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 센터를 지배했던 '마린보이'의 질주도 끝이 난다.

 

그러나 100m부터 1500m까지 전종목 입상이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올린 박태환의 역영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최고의 장면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2010.11.18 20:19 ⓒ 2010 OhmyNews
광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박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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