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사진을 내세워 극적인 승리 소식을 알리고 있는 맨유 누리집(manutd.com)

박지성의 사진을 내세워 극적인 승리 소식을 알리고 있는 맨유 누리집(manutd.com)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끝나갈 무렵, 보기 드물게 짜릿한 결승골이 터져나왔다. 7만5천이 넘는 안방 관중들의 가슴을 울린 주인공은 다름 아닌 '올드 트래포드의 멈추지 않는 심장, 박지성'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는 우리 시각으로 7일 이른 새벽 맨체스터에 있는 올드 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010-2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울버햄턴 원더러스와의 안방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박지성이 혼자서 두 골을 넣는 활약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위기의 맨유를 구하다!

75,285명의 엄청난 관중이 들어왔고 마침 상대 팀이 리그 순위 19위를 기록하고 있는 울버햄턴이었기 때문에 맨유로서는 비교적 편안한 안방 경기를 통해 승점 3점을 얻어내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올드 트래포드의 하늘에는 금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정말 오래간만에 온전한 몸 상태로 나온 오언 하그리브스가 경기 시작 5분만에 자기 발로 걸어나온 것. 왼쪽 허벅지 뒤 근육을 만지며 라커룸으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너무 쓸쓸하게 보였다.

이에 퍼거슨 감독은 어쩔 수 없이 새내기 공격형 미드필더 베베를 들여보내 오른쪽 측면을 맡겼다. 루니도, 베르바토프도, 나니도 빠진 맨유가 정말 위기에 직면한 것이었다. 가운데 미드필드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나마 살림꾼 플레처가 버티고 있었기에 다행이었지만 경기 전에 감독이 구상한 미드필드 조직력을 살려나갈 수는 없었다.

4-3-3 포메이션에서 '존 오셔-대런 플레처-오언 하그리브스'의 미드필드를 내세웠지만 바꿔 들어온 베베가 하그리브스의 진정한 대체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박지성의 역할이 더욱 중요했던 것이다.

이에 박지성은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상관할 것 없이 가장 폭넓게 움직이며 가운데 미드필드의 공백을 메웠고 플레처의 발 끝에서 갈라져 나오는 공을 처리하는데 치중했다. 그렇게 두 골을 혼자서 만들어낸 것이었다.

오른발로 '선취골', 왼발로 '결승골'

맨유의 안방 '올드 트래포드'. 가뜩이나 이곳은 축구 경기의 아름다움을 엮어 내는 극장'이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이 날은 박지성 덕분에 더 아름다운 드라마가 상영된 셈이었다.

답답한 0-0의 행진으로 전반전이 끝날 것 같았던 경기의 균형이 공간을 기막히게 파고든 박지성의 오른발 끝에서 깨지고 말았다. 플레처의 찔러주기를 받아 박지성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슛한 공이 상대 미드필더 칼 헨리의 발끝에 스치며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간 것이었다. 그 시간이 바로 전반전 45분이었다.

이렇게 1-0으로 앞서고 있던 맨유는 골문 앞 수비 라인이 흔들리며 66분에 울버햄턴 교체 선수 블레이크에게 돌려차기로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박지성의 멋진 선취골이 그늘에 가려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공격적 역할이 비중 있게 주어진 박지성은 자신이 무엇을 해내야 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믿기 어려운 그 일을 끝내 해내고 말았다. 그 때는 90분이 지나고도 3분 가까이가 흘러서였다.

이번에도 플레처의 공간 패스가 빛났다. 오른쪽 옆줄 가까이에서 공을 받아든 박지성은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자신의 발끝에서 굴러가는 공을 응시하며 달라붙는 울버햄턴 선수들을 차례로 쓰러뜨렸다. 그리고 상대 문지기 하네만이 손을 쓰지 못할 구석으로 왼발 돌려차기를 시도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짜릿한 결승골 순간이었다.

이 멋진 장면을 만들어낸 박지성은 펄펄 뛰는 안방 관중들을 응시하며 오른손으로 왼쪽 가슴을 다섯 차례 이상 두드려댔다. 역시 그의 심장은 수많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는 듯 자랑스러웠다.

박지성이 만들어낸 이 극적인 승리의 여운은 우리 시각으로 11일 새벽에 벌어지는 맨체스터 시티 FC와의 맞수 대결을 앞두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청량제가 된 것이었다.

덧붙이는 글 ※ 2010-2011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1라운드 결과, 6일 밤 12시 올드 트래포드 스타디움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2-1 울버햄턴 원더러스 [득점 : 박지성(45분,도움-플레처), 박지성(90+3분,도움-플레처) / 블레이크(6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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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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