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을 질주하는 F1 머신

빗속을 질주하는 F1 머신 ⓒ 전용호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3대 스포츠 축제라는 F1(Formula 1) 그랑프리 대회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전라남도 영암군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orea International Circuit, KIC)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처음 접하는 F1 그랑프리 대회는 국민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걸 말해주듯 보도에 따르면, 결승 레이스가 열린 지난 24일 영암에는 약 8만 명의 관중이 모였으며 이는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대회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이라고 했다. 국내 스포츠 경기에서 F1 그랑프리라는 스포츠가 국민에게 성큼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창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성공한 행사다?

 

F1코리아 그랑프리는 성공한 행사였을까? 쉽게 말하면 낙제점이다. 행사를 준비한 F1 코리아 그랑프리 조직위원회에서는 행사가 끝나고 성공한 행사라고 자축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직위원회 입장에서가 아니라 경기를 관람한 관람객도 과연 성공한 행사라고 생각할까?

 

우선 교통이 문제였다. 모처럼 24일 결승전 경기를 보러가기 위해 여수에서 출발했다. 예선전 당시 차량이 막힌다는 보도가 있었기에 경기시작(오후 3시) 6시간 전인 오전 9시에 서둘러 출발했다.

 

국도 2호선을 타고 환승주차장이 있는 대불대학교까지는 순조롭게 갔는데, 거기서부터가 문제였다. 환승주차장에서 경기장까지 가는 길이 막히기 시작했다. 대게 큰 경기가 있을 시에 경기장에서 좀 떨어진 지역에 환승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부터 경기장까지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환승주차장에서 경기장까지였다. 수용할 수 있는 관람객 수에 비해 도로는 좁았다. 결국, 환승버스는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도로에서 멈춰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오후 1시를 향해갔다. 여유있게 출발했다고 생각했지만 경기장 구경은 커녕 서둘러 좋은 자리를 잡으러 가야 할 판이었다.

 

환승주차장 이용이 불편하다고 생각한 일부 관람객들은 경기장 내 마련된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들어왔고 도로는 더 심하게 정체됐다. 실제, 결승전 당일은 경기가 오후 3시에 시작됐는데도 오후 4시 반까지 도로가 정체되고 있었다.

 

경기장 규모가 1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경기장까지 진입로는 4차선에 불과했고 버스 전용차선도 없었다. 교통흐름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영암 F1 그랑프리 경기장 풍경

영암 F1 그랑프리 경기장 풍경 ⓒ 전용호

 

몇 십만 원 좌석권, 근데 아무데나 앉으라고?

 

"입장권에 좌석번호가 있는데?"

"우리 좌석은 그냥 대충 앉는 곳이래."

 

경기장 관람석은 구역별로 나뉘어 있었다. 실제 경기장에 가보니 그랜드스탠드 골드와 실버 구역만 지정좌석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관람석은 메인그랜드스탠드 골드와 메인그랜드 스탠드 실버(70여만 원), 일반 그랜드스탠드는 구역에 따라(10여만 원~50여 만 원) 차이가 있단다(하루 경기관람료 기준).

 

따져보니 그랜드스탠드 골드 구역은 연습경기, 예선전, 결승전을 모두 볼 수 있는 전일 입장권이 백만 원이 넘었다. 그렇다고 다른 구역의 관람석이 결코 싼 것도 아니었다. 몇 십만 원씩하는 관람권을 산 관중들이 좌석 번호가 있는데도 먼저가면 좋은 자리에 앉고, 나중에 가면 뒷자리에 앉아야 하는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내에는 F1 머신과 관람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었다. 관람석과 전광판이 고작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면서 선수와 머신을 함께 설명해주는 현수막이라도 걸려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행사준비도 너무 소홀했다. 경기 후 보도를 통해, F1 경기 규정상 경기시작 전 90일 전에 경기장 검수를 완료하여야 하지만 불과 12일 전에야 검수를 통과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실제 경기장에서 이런 준비부족 현상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경기장 곳곳에 조경이 완성되지 않아 공사장을 걸어 다니는 기분이었고, 일부 관람객을 받지 않는 구역에는 관람석마저 마련되지 않아 완공이 덜 된 경기장이란 인상이 강했다. 서킷(트랙) 주변에도 황토가 곳곳에 드러나 눈에 거슬렸다.

 

호기심은 자극하는데, 특별한 게 없다

 

공기를 찢으며 달려오는 굉음, 매캐한 연료 타는 냄새, 순식간에 사라지는 빠른 속도감. 멀리서 굉음만 들리고 보이지 않다가 순식간에 나타나 사라지는 머신의 스피드와 구불거리는 서킷(Circuit)을 비틀거리며 달리는 장난감 같은 차.

 

 서킷을 달리는 F1 머신

서킷을 달리는 F1 머신 ⓒ 전용호

 곡선구간에서 경쟁하는 F1 머신

곡선구간에서 경쟁하는 F1 머신 ⓒ 전용호

한 바퀴, 두 바퀴, 그리고 50여 바퀴…. 지친다. 주변 관중들이 하나둘씩 떠나더니 주위에는 몇 사람 남지 않았다. 무엇 때문일까? 관람객들은 경기에 몰입하지 못하는 듯했다. 어느 팀을 응원해야할지 누구를 응원해야할지. 외국인들은 자국선수들을 응원하고 차가 지날 때마다 환호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막상 경기를 하지만 우리나라 팀도, 우리나라 선수도 없다.
 
(특히 나의 경우는) 그렇다고 다른 외국 유명스포츠처럼 마니아가 있어 선수들을 줄줄 꿰고 있지도 못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응원할 대상이 없다면? 상상해 보라. 그렇게 50여 바퀴를 돌고 있는 머신을 보고 있다는 건, 지루하기 그지없다.
 
 F1 코리아 그랑프리 경기 모습

F1 코리아 그랑프리 경기 모습 ⓒ 전용호

 경기장과 관중석 풍경

경기장과 관중석 풍경 ⓒ 전용호

 

 서킷을 질주하는 F1 머신

서킷을 질주하는 F1 머신 ⓒ 전용호

 서킷을 달리는 F1 머신

서킷을 달리는 F1 머신 ⓒ 전용호

내년에도 이곳에서 F1그랑프리가 열린다는데

 

2010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는 올해부터 7년 간 매년 한차례씩 전남 영암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내년 이맘때도 호기심과 눈요깃거리만 가지고 관람객들에게 비싼 관람료를 내게 할 수 있을까?

 

 일본선수를 응원하는 일본인들

일본선수를 응원하는 일본인들 ⓒ 전용호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준비하고 주최한 기관에서는 관람객 숫자만을 가지고 성공한 대회라고 자평하고 싶겠지만, 그 속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행사는 이제 끝났다. 내년 대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우선 F1 마니아층을 만들고, 서포터즈를 양성해야 한다.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꾸준히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0.10.27 11:19 ⓒ 2010 OhmyNews
F1 그랑프리 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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