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카들의 질주^^

레이싱카들의 질주^^ ⓒ 이슬비


F1(2010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다. 스릴이 넘칠 것 같아 기대가 많이 됐다.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F1인데,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전남 영암에서 F1이 열린다는데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빠께선 구해 오신 F1 티켓을 처음 보고 무척 기뻤다. 나와 동생은 그 표를 갖고 방방 뛰면서 서로 껴안고 좋아했었다. 10월 23일.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F1이 열리는 날이다. 기대가 커서 전날 밤 잠도 설쳤다.

우리 가족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자동차가 쌩-쌩- 한참 잘 달리다가 멈칫거렸다. 경주장이 가까워오면서 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경주장으로 가는 길이 자동차로 줄을 서 있었다.

평소 자동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1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경주장에서 펼쳐지는 에어쇼도 차 안에서 볼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경주장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50분. 예선전이 2시부터 시작하는데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왜애애애앵- 왜애애앵- 왕- 왕-!!!... 정말 끝내주네 

 레이싱 카의 질주^^

레이싱 카의 질주^^ ⓒ 이슬비


 F1을 보러 온 많은 관람객들...

F1을 보러 온 많은 관람객들... ⓒ 이슬비


우리는 주차장에서 가까운 스탠드로 달려갔다.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레이싱 카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예선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처음 본 F1 경주장은 엄청 넓었다. 좌석도 괜찮았다. 레이싱 카들의 달리는 모습이 잘 보였다.

F1의 예선전은 24명 선수가 탄 레이싱 카들이 한꺼번에 출발해서 1차에서 7명을 떨치고, 2차에서 또 7명을 탈락 시킨다고 했다. 마지막 3차 예선에서 10명 가운데 1등이 결승전 출발을 제일 앞자리에서 한다고 했다.

레이싱 카들의 질주 소리는 왜애애애앵- 왜애애앵- 왕- 왕-!!! 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말 스릴 있었다. 기대했던 대로 재미도 있었다. 레이싱 카가 지나갈 때마다 나의 고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으윽- 하고 움직였다. 레이싱 카들은 경주장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경주에 몰입해 있을 때는 몰랐다. 그런데 1차 예선이 끝나고 잠시 쉬는 틈에 생각해보니 웃겼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동자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같이 돈다고 생각을 하니...

 레이싱 카가 이탈한 흔적^.^ 아찔한 순간이었어요.

레이싱 카가 이탈한 흔적^.^ 아찔한 순간이었어요. ⓒ 이슬비


 레이싱카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우리 가족 뒷모습이에요^^

레이싱카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우리 가족 뒷모습이에요^^ ⓒ 이슬비


대략 5분 정도 쉰 것 같은데 2차 예선이 시작되었다. 저 멀리서 괴왜애애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레이싱 카들이 내 눈앞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떤 선수가 운전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가 있었다. 외국인들은 중계방송을 듣는지 귀에다 뭘 꽂고 자기들끼리 환호성도 지르며 좋아했다.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노랑색 레이싱 카가 도로를 벗어났다. 탈주였다.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순간 멋있게 여러 바퀴 돌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한두 바퀴 돌고 다시 출발하는 것이었다. '아마추어가 아니어서 다르긴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갔다. 2차 예선도 금방 끝났다. 또 조금 있으니 멀리서부터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3차 예선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커브 지점에 와서 레이싱 카들이 왕-왕-왕- 하는 소리를 냈다. 아빠께서 "그게 브레이크 밟는 소리"라고 말씀해 주셨다.

 레이싱카의 질주! 질주!!

레이싱카의 질주! 질주!! ⓒ 이슬비


 F1을 보러 온 우리가족. 안경 쓰고 V를 그리고 있는 아이가 제 동생이에요^^

F1을 보러 온 우리가족. 안경 쓰고 V를 그리고 있는 아이가 제 동생이에요^^ ⓒ 이슬비


아빠께서는 "브레이크 밟는 소리가 어느 지점에서 나는지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와 예슬이는 그때부터 레이싱 카들이 브레이크를 어디서 밟는지 비교해 보았다. 어떤 선수는 커브 가까이 가서 밟고, 어떤 선수는 커브길에 한참 못미쳐 밟기도 했다. 진짜 그것도 재미있었다.

그러던 중 '레드불'이라고 적힌 레이싱 카 한 대가 엄청난 속도로 앞 차를 추월하는 것이었다. 앞의 차도 빠른 속도로 달리는데, 그 차를 추월하다니... 정말 대단했다. 뭐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멋있었다. 그 장면은 F1의 매력이었다. 나는 F1의 매력에 더 빠지고 있었다.

예선전이 끝나고 장내방송을 들으니 레드불 팀의 베텔 선수가 1등을 차지했다고 했다. 아마 내 앞에서 멋지게 추월했던 레이싱 카가 베텔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F1을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러웠다. 우리도 이제 F1을 개최하는 나라가 됐으니까.

 레이싱카의 질주! 질주!!

레이싱카의 질주! 질주!! ⓒ 이슬비


 F1 예선이 끝난 후... 예슬이와 저 그리고 혜미

F1 예선이 끝난 후... 예슬이와 저 그리고 혜미 ⓒ 이슬비


질주 끝나고 나니... 스트레스 팍팍 쌓이네

하지만 F1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도 있었다. 원래 경주장에는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고 들었다. 여기저기 음식물을 담았던 비닐봉투가 떨어져 있었다. 만약 바람이라도 세게 불어 비닐이 경주장으로 날아가고, 그것이 선수의 눈이라도 가리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F1을 연 주최 측도 문제가 많았다. 처음 열리는 대회인 만큼 더욱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됐다. 시간이 촉박했다고 하지만 스탠드 의자가 불안했다. 흔들거렸다. 의자가 고정되지 않은 채 바닥에 널브러진 것도 보였다.

많이 허술해 보였다. 입장을 하네 못하네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경주장 자원봉사자들이 스탠드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도 보였다. 그것도 불쌍해 보였다. 저절로 얼굴이 찌뿌려졌다. 경주장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창피하기도 했다.

경주장을 빠져나오면서 오랫동안 차에 갇혀 있었다. 한꺼번에 차들이 빠져 나가면서 차들이 꼼짝을 하지 않았다. 셔틀버스도 소용이 없었다. 자가용들이 앞을 다 막고 있어서 꽤나 애를 먹었다.

F1을 보면서 스트레스가 확 풀렸는데, 즐거웠는데 주차장을 나오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우리 차도 그런 차들 가운데 하나였다. "결승전 때는 우리부터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오자"고 아빠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동의하셨다. 경주장 밖에선 부족한 점이 많은 F1대회였지만 레이싱 카들의 경주만은 끝내 주었다. 역시 F1이었다.

 F1이 끝나고 기념품 판매점 앞에서...

F1이 끝나고 기념품 판매점 앞에서... ⓒ 이슬비


덧붙이는 글 이슬비 기자는 광주동신여자중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F1 레이싱 영암경주장 레드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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