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에서 4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박정권의 2타점 2루타와 오랜만에 부상에서 돌아온 선발투수 개리 글로버의 활약을 앞세워 삼성 라이온즈를 4-2로 꺾었다.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내리 4연승을 거둔 SK는 정규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올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반면에 삼성은 선발투수로 나선 장원삼이 부진했고 1차전부터 침묵하고 있는 타선이 끝내 되살아나지 못하면서 결국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4연패를 당하며 내년을 기약했다.

 

'최후의 보루' 장원삼, 아쉬움 남긴 활약

 

앞선 경기에서 타선이 부진했던 삼성은 선발투수로 나선 장원삼의 활약이 이날 승리의 필수조건이었다. 하지만 어깨가 너무 무거운 탓인지 장원삼은 끝내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장원삼은 1회초 정근우에게 2루타를 맞았고 3회초에도 김강민에게 3루타를 맞는 등 장타를 허용하며 불안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타격 감각이 좋은 SK 타자들을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4회초 또 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정근우와 이호준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흔들린 장원삼은 박재홍을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를 만들어준 뒤 후속 타자 박경완을 상대로 병살타 유도를 노렸지만 좀처럼 공을 마음먹은 곳으로 던지지 못했다.

 

결국 박경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며 선취점을 빼앗긴 장원삼은 곧이어 박정권에게 2루타를 얻어맞고 2점을 더 내주면서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삼성의 '최후의 보루'였던 장원삼은 3⅓이닝동안 5피안타 3실점이라는 실망스러운 기록을 남기며 구원투수로 나선 오승환에게 무거운 짐을 떠맡긴 채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장원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나주환을 범타로 처리하며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고 4회말 수비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장원삼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삼성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가을 사나이 박정권, '무늬만' 8번 타자

 

 SK 와이번스의 박정권

SK 와이번스의 박정권 ⓒ SK 와이번스

 

이날 경기 시작에 앞서 SK 타순을 살펴본 많은 야구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을 것이다. '가을 사나이'로 불리며 SK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박정권이 하위 타순인 8번 타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박정권이 정규시즌에서 장원삼을 상대로 5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것을 고려한 김성근 감독의 결정이었지만 앞선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4할이 넘는 타율과 4타점을 기록하며 '펄펄 날고 있는' 박정권을 하위 타순으로 내린 것은 큰 도박이었다.

 

하지만 박정권은 하위 타순에서도 빛났다. SK가 1-0으로 앞선 4회초 주자 만루의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박정권은 우측 외야 담장까지 굴러가는 날카로운 2루타를 터뜨리며 장원삼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박정권의 적시타로 SK는 3-0으로 달아났고 어깨가 가벼워진 글로버는 4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6회초 박경완이 2루타를 터뜨려 3루에 있던 최정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1점을 더 보탠 SK는 이날도 전병두, 정우람, 송은범 등으로 이어지는 '철벽 불펜'과 마지막에는 김광현까지 마운드에 올려 삼성의 추격을 2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정규시즌에서 특유의 '지키는 야구'로 2위에 오른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SK 불펜을 무너뜨릴 해법을 끝내 찾지 못한 채 '안방' 대구에서 SK의 우승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캐논 히터' 김재현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이날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했어도 큰 박수를 받은 선수가 있다. 바로 SK의 '캐논 히터' 김재현이다.

 

이미 올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김재현으로서는 이번이 생애 마지막 한국시리즈였다. 김재현은 1차전에서 3타점을 올리며 경기 MVP로 선정되었고 녹슬지 않은 그의 타격 솜씨를 보며 SK 팬들은 은퇴 결정을 아쉬워했다.

 

4차전에서 삼성 선발투수 장원삼이 왼손 투수인 까닭에 선발 명단에 오르지 못한 김재현은 대타로 나설 수 밖에 없었지만 마지막을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하며 17년간의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마치고 '기쁜 은퇴'를 할 수 있었다.

2010.10.19 21:32 ⓒ 2010 OhmyNews
한국시리즈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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