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G@

대회 장소가 축구 도시 '수원'이라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역시 최근에 형성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빅 버드의 관중석은 2층까지 사람들로 넘쳐났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개막 경기에서 골이 없었다는 것 뿐이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은 17일 낮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10 피스퀸컵 여자축구대회 A그룹 뉴질랜드와의 개막전에서 안타깝게도 득점 없이 비기며 결승 진출 전망을 어렵게 만들었다.

'지메시' 소연, 공격을 주도했지만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공이 골대를 흔들지 않고 모조리 골로 연결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운 한판이었다. 이 경기에서 한국과 뉴질랜드는 각각 골대를 두 차례나 때릴 정도로 공격적인 의지를 불태웠지만 끝내 골은 터뜨리지 못했다.

먼저 골대 불운에 아쉬워한 것은 뉴질랜드였다. 골잡이 윌킨슨이 경기 시작 8분만에 오른발 중거리슛을 시도했지만 반대쪽으로 뻗어간 흰 공은 문지기 전민경이 지키고 있던 한국 골문의 왼쪽 기둥을 스치며 밖으로 굴러나갔다.

이에 모처럼 운동장을 가득 메운 여자축구 팬들 앞에서 밀리고만 있을 우리 선수들이 아니었다. 한국은 곧바로 2분 뒤에 더 큰 울림으로 경기장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비교적 먼 거리에서 얻은 프리킥이었지만 20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지소연과 함께 세계 3위의 위업을 이끌었던 가운데 미드필더 김나래가 오른발로 찬 공이 뉴질랜드 골문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린 것이었다. 이 경기가 A 매치 데뷔전이었던 김나래는 6분 뒤에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도 직접 골을 노렸지만 뉴질랜드 문지기 빈든의 손에 걸려 다시 한 번 크로스바에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었다.

31분에는 체격 조건이 뛰어난 뉴질랜드의 공격형 미드필더 헌이 우리 벌칙구역 반원 바로 밖에서 오른발 하프 발리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역시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기만 했다. 이렇게 전반전에만 각각 두 차례씩 골대를 때린 두 팀은 결국 후반전에도 끝내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쉽게 고개를 숙였다.

지난 여름 독일에서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을 통해 지메시라는 별명을 얻은 지소연은 빼어난 볼 컨트롤 실력을 자랑하며 박희영과 함께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지만 아직까지 몸 상태를 최고조로 만들지 못해 결정적인 순간에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도 29분(오른쪽 코너킥)과 33분(왼쪽 측면 프리킥)에 만들어낸 세트 피스 상황에서 보여준 지소연만의 감각적인 동작은 뉴질랜드 수비수와 문지기를 몹시 당황스럽게 만들며 관중들의 탄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후반전, '가을 하늘'이 빛났지만

이 대회를 앞두고 우리 선수들의 첫 상대가 될 뉴질랜드는 참가 팀 중에서 비교적 약체에 속한다고 예상했지만 실제로 맞붙어보니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특히, 든든한 체격 조건을 이용하여 미드필드부터 압박 축구를 강하게 내세워 우리 선수들의 패스 플레이를 차단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수비형 미드필더 호일과 공격형 미드필더 헌이 각자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분담하여 가운데 쪽에서 크게 구멍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오른쪽 측면 수비수 라일리는 스피드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며 우리 수비수 이은미와 홍경숙을 여러 차례 괴롭혔다.

최인철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차연희를 바꿔 들여보내며 보다 다양한 공격적 방법을 시도했지만 굳게 잠긴 뉴질랜드의 뒷문은 좀처럼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64분에 우리 미드필더 전가을과 권하늘이 '가을-하늘'의 아름다운 연결을 통해 동료에게 좋은 슛 기회를 만들며 결승골이 터지는 듯 보였지만 지소연의 왼발등을 떠난 공은 아쉽게도 뉴질랜드 골문 왼쪽 기둥 밖으로 벗어나고 말았다.

이후에도 우리 선수들은 바꿔 들어간 골잡이 유영아를 핵심축으로 삼아 지소연이 폭넓게 움직이며 골을 노렸지만 역습 상황에서 패스의 타이밍이나 방향 선택이 조금씩 어긋나는 바람에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처럼 뜻밖에 발목을 잡힌 우리 선수들은 오는 19일 낮에 장소를 수원종합운동장으로 옮겨 대회 최강팀이라 일컬을 수 있는 잉글랜드(FIFA 랭킹 9위)와 A그룹 두 번째 경기를 벌인다. 여기서 이기지 못할 경우 23일 낮에 벌어지는 결승전에 진출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2010 피스퀸컵 여자축구대회 A그룹 첫 경기 결과, 17일 낮 수원월드컵경기장(빅 버드)

★ 한국 0-0 뉴질랜드

◎ 한국 선수들
FW : 박희영(62분↔유영아), 지소연
MF : 전가을(87분↔박희영2), 권하늘, 김나래, 김수연(46분↔차연희)
DF : 이은미, 홍경숙, 김도연, 류지은
GK : 전민경

◇ 대회 참가팀(그룹 리그 후, 각 그룹 1위팀끼리 결승전)
A 그룹 : 한국, 잉글랜드, 뉴질랜드
B 그룹 : 호주, 맥시코, 대만
지소연 전가을 여자축구 권하늘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