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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돈 2010년 국정감사에서 활약 중인 민주당 저격수들의 화력은 몇 점짜리일까.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 친인척 등 권력형 비리가 집권 말기를 향하면서 구린내를 풍기고 있다"고 발끈했다. 민주당에는 '한 방'이 없다는 한나라당의 평가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대통령 측근인 천신일 회장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방이 없다'는 한나라당의 비아냥을 정면으로 맞받아치려는 듯 야당 저격수들은 더 부지런히 '잽'을 날렸다. 저격수로 나선 신건, 조영택, 우제창 의원 등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비자금과 차명계좌를 밝혀내고 일부가 대선축하금으로 여권에 전달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파상 공세를 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쪽에서는 대통령 조카사위와 대학동문 등 측근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게이트로 비화할 만한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는 점에서 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국감에서 제기된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정리해 봤다.

#1 대통령 조카사위 및 측근 '먹튀' 의혹

국회 문방위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조카사위와 대학동문 등 측근들의 '먹튀' 행보로 개미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11일 제기됐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조카 전종화씨는 인수합병 전문회사를 설립, 와이브로 무선 모뎀 제조업체인 시모텍을 인수했다. 이후 재무건전성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시모텍은 정부의 역점사업인 제4이동통신사업 참여를 추진했고 제4이동통신사업자 신청을 한 한국모바일인터넷(KMI)에 지분참여를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개미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게 최 의원의 주장이다.

최 의원은 "전씨가 이 대통령의 형 이상은씨의 사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모텍의 주가가 널뛰기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며 "전씨가 대통령의 조카사위라는 신분을 이용하려는 악의가 없었다고 해도 주식시장 일대에 혼란을 가져와 개미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
 최문순 민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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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에는 전종화씨가 시모텍 인수자금 수백억원을 조달한 경위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씨가 2009년 7월 인수합병 전문업체인 나무이쿼티를 설립한 후 4개월만에 300억원 규모의 시모텍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는데 이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당시 나무이쿼티는 매수대금 중 50억원은 차입하고 250억원은 증자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본총액 5000만원에 부채가 50억원인 신생업체가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설립한 지 5개월밖에 되지 않고 이렇다 할 실적도 없는 인수합병 전문회사의 경우 자본 시장에서 '증자'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이자 KMI에 지분투자를 한 C&S자산관리 구천서 회장의 '먹튀'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구 회장은 14대(민자당), 15대(자민련)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적극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최문순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면서 구씨가 대표로 있던 신천개발이 '4대강 테마주'로 급부상해 주가가 1300원에서 며칠만에 6150원까지 급등했다. 주가가 요동치면서 '먹튀' 우려가 제기되자 구 회장은 지분 매각을 하지 않겠다고 공시했지만 그로부터 4일 후 65만1539주(9.12%)를 매각했고 이후 주가는 폭락했다.

또 그로부터 3년 후 C&S자산관리(옛 신천개발)가 KMI에 신규주주로 참여하게 된 사실이 알려지자 이 회사의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고 구 회장은 주가가 1265원으로 정점을 찍은 지난 9월 5일 321만565주(5.11%)를 매도해버렸다.

최 의원은 "구 회장은 24억 정도의 매매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주주의 지분 매각설이 나돌면서 주가가 급락, 그 피해가 고스란히 개미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2 국민은행, 선진연대 관련 업체 특혜 대출 의혹

11일,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지원조직이었던 선진국민연대 관련 업체에 특혜성 대출이 이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정무위 소속 우제창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와인수입업체 와인프린스에 17억을 대출해줬는데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업체는 선진국민연대 유럽네트워크 위원장이자 '유럽 이명박 사랑모임' 회장을 지낸 이미영(61)씨의 아들 이강근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미영씨는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차장(현 지식경제부 차관), 유선기 전 KB국민은행 경영자문역, 조재목 KB금융지주 사외이사,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등 선진연대 인사들과 친분이 깊다.

우 의원이 입수한 국민은행 청운동 지점의 여신심사결정서 종합심사의견에는 대출 승인 이유로 "부친의 영향력 행사로 매출성장 기대", "부친의 인적 인프라 등을 통해"라는 식의 '부친의 존재'를 강조하는 표현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

국민은행 측은 "업력(업계 경력)이 일천하고 창업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했고 자기자본조달이 미흡하며, 추정 재고자산 약 3~4억원 외 총자산이 미미하다"는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부친의 영향력 행사로 최근 대한항공, KB국민은행 등 대기업과 납품계약 성사단계로 매출성장을 기대한다"며 결국 대출을 승인했다.

우 의원은 "국민은행의 대출 심사평에 나왔듯이, 와인프린스에 대한 대출은 부친의 영향력에 의한 특혜 대출임이 명백하게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3 라응찬 회장 비자금, 여권의 대선축하금 전달 의혹

이번 국감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던 곳은 정무위였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비자금 조성 및 여권 전달설까지 매일 의혹들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금융당국과 검찰이 정권의 비호 아래 라 회장 봐주기에 나서면서 관치금융이 되살아났다"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특히 라응찬 회장이 지난 대선 직후 현금 3억원을 준비해 정권 실세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신건 민주당 의원이 12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신건 민주당 의원이 12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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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 민주당 의원은 12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지난 2008년 1월께 라 회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비서실 직원에게 현금 3억원을 준비시켰다"면서 "당시 비서실장인 박모씨와 송모 차장이 신한은행 남대문 지점에서 3억원을 3개의 가방에 담아서 다음날 새벽 6시께 남산 자유총연맹 주차장에서 이백순 행장에게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신 의원은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도 "라 회장이 가·차명계좌 1000여 개를 통해 최소 5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운영해왔다"면서 "측근인 이백순 행장이 비자금 가운데 일부를 정권 실세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라 회장에 대한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조영택 의원은 11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라 회장의 차명계좌 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것은 금융당국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우제창 의원도 "금감원이 지난해 종합검사에서 이미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도 묵인한 것은 권력 차원의 비호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7월부터 금융 사유화의 배후로 '영포라인'을 지목하면서 진상 규명을 요구해왔다.

당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라응찬 회장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건넨 50억 문제도 금융실명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영포라인의 고위직이 비호 세력으로 있기 때문에 김종창 금융감독위원장이 조사나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 회장이 11일 전격 출국한 것을 놓고도 정권 차원의 '기획 출국'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영택 의원은 "라 회장이 금융실명법 위반, 은행법 위반, 조세범 처벌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형법상 뇌물수수죄, 상촌회 회장으로서 지난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등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비밀리에 전격 출국한 것은 정부의 기획 출국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9월14일 저녁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 본점을 나서고 있다.
 9월14일 저녁 서울 태평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마친 뒤 차량에 올라타 본점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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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고소영' 인사 논란

관치금융 논란은 KB금융지주의 임직원 인사 문제로도 옮겨붙었다. 11일 국회 정무위의 국정감사에서 KB금융지주 임직원 인사와 관련, '고소영' 논란이 재현됐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려대 총장 출신 어윤대 회장이 취임한 후 교체된 KB금융 및 자회사 임직원 17명 가운데 출신학교가 확인된 15명 중 5명이 고려대를 졸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출신지역이 확인된 12명 중 영남 출신이 5명에 달했다. 충청 출신은 3명, 호남 출신은 2명에 불과했다.

조영택 의원은 "이른바 TK, 고려대 인맥이 KB금융지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정권 후반기 자리 챙겨주기 압력 탓"이라며 "(정권에) 충성도 높은 인사들로 채울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고 실제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의혹도 있다"고 밝혔다.


태그:#국정감사, #민주당,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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