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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특혜지원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경제교육협회의 홈페이지.
 정부의 특혜지원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경제교육협회의 홈페이지.
ⓒ 한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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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 실세 등이 설립을 주도하면서 각종 구설에 올랐던 사단법인 한국경제교육협회(이하 한경협)에 지난 2년 동안 국민 세금 91억 원이 지원됐으며, 이를 두고 특혜 시비가 일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한경협에 내년 예산 100억 원을 또다시 책정하자, 민주당은 감사원의 특별감사와 함께 전액 예산 삭감을 주장하는 등 4일부터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교육효과 분석 없이 민간협회에 2년새 91억 국고 지원, 내년에도 100억 책정

4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소속 이용섭 민주당 의원 등에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2009년에 10억7000만 원, 올해 80억4000만 원 등 2년 동안 91억1000만 원의 국민 세금을 한경협에 지원했다.

재정부는 또 내년에도 이곳에 100억 원의 국고 지원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이대로 집행된다면, 설립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민간협회에 200억 원에 가까운 혈세가 사용되는 셈이다.

문제는 '국민 경제교육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거액의 세금을 지원하면서도, 제대로 된 경제교육이나 공익성 등에 대한 효과 분석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경협의 결산자료를 보면, 올해 80억 원의 예산 가운데 80%가 넘는 65억 원이 주 1회 발간되는 타블로이드판형의 경제홍보신문인 <아하경제> 발행에 잡혀있다. 특히 <아하경제>의 경우 전국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배포하면서, 기사 내용은 일방적인 보수적 관점의 경제시각을 전달하고 있다. 한경협 회원사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각종 기업과 재계단체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또 한경협에서 7000만 원을 들여 만든 경제교육종합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econedu.or.kr) 참여마당을 보면, 4일 현재 누리꾼 의견은 단 3건에 불과할 정도로 참여도 역시 극히 미비한 수준이다.

한국경제교육협회가 운영중인 경제교육종합정보시스템 홈페이지.
 한국경제교육협회가 운영중인 경제교육종합정보시스템 홈페이지.
ⓒ 한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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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 0원에 출연약정 단체 하나 없이도 법인 설립허가 내줘

무엇보다 한경협을 둘러싼 특혜 시비는 단체 설립과 정부의 법인 승인 과정과 혈세지원에 이르는 거의 모든 과정에 걸쳐 일고 있다.

이용섭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2월 '경제교육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한경협은 기획재정부에 비영리 법인 설립을 신청했다. 한경협은 당시 재정부에 낸 기본재산목록에 '재산 없음'으로 제출했다. 사단법인인 협회에 재산출연을 약정한 단체도 없었다.

현 정부들어 현재까지 기재부에 비영리 법인 설립 신청 허가를 받은 25개 단체 가운데, 자본금 0원에 출연약정서 없는 단체는 한경협이 유일했다. 하지만 재정부는 "법령상 설립허가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경협의 설립 추진 과정에서 정부쪽과 사전에 교감이 이뤄졌으며, 이 때문에 관련 법 제정과 경제교육 주관기관 선정 등이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실제 2008년 말 한경협이 법인설립 허가 신청을 냈을 때, 재정부는 검토의견에서 "한경협은 현재 우리 부가 추진하는 경제교육지원법상 경제교육 주관기관으로 지정하여 법적 근거를 가질 계획. 내년부터 경제교육 활성화를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조속히 허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용섭 의원은 "정부는 2009년 2월 경제교육지원법이 통과되기 두 달 전부터 한경협을 경제교육 주관기관으로 선정할 것을 결정했다"면서 "정권 실세에 의해 사전에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일사천리로 법인 설립 허가와 교육기관 선정, 지원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준 차관의 측근인 정인철 전 청와대비서관 인맥 협회 설립 주도

이 의원이 '정권 실세'라고 지칭한 이유는 협회 설립 과정과 함께 현재 한경협에 관련돼 있는 정관계 인사 등 때문이다.

협회 설립을 주도한 인물은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의 측근인 박상득 현 사무총장이다. 정 전 비서관은 각종 국정개입 의혹을 받아온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의 측근으로, 지난 7월 청와대에서 물러났다. 정 전 비서관과 박 총장은 10여 년 전부터 한국능률협회 등에서 함께 일해온 친한 사이다.

또 한경협에는 MB 측근인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과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등이 고문을 지냈다. 한경협 회장은 이석채 KT 회장이며, 포스코를 비롯해 주요 재계단체와 협회 등이 회원사로 돼 있다.

게다가 협회 이사진에는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교육과학기술부, 금융위원회, 노동부 등 정부부처 고위간부 등이 올라와 있다. 협회 정관에 중앙부처 1급 공무원을 당연직 이사로 선임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
 이용섭 민주당 의원.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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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정부의 감독을 받는 비영리 법인이 감독기관의 고위직인사뿐 아니라 주요부처의 고위 공무원을 이사로 선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재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비영리 법인 이사로 있는 경우는 한경협이 유일하다.

이같은 주요부처 고위공무원이 이사진에 있다보니, 한경협 회원사는 전경련을 비롯해 대한상의, 금융투자협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상호저축은행중앙회, 예금보험공사 등 이들 부처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는 기업연합회들이 소속돼 있다. 올해만해도 이들 협회가 한경협에 낸 회비는 적게는 1000만 원부터 많게는 1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용섭 의원은 "한경협은 현 정권 실세의 비호아래 설립 순간부터 현재까지 숱은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감사원에서 협회 설립과 법안제정, 정부예산 지원 과정에서의 정치적 외압 여부 등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2년 동안 협회에 지원한 예산 91억원 역시 즉각 환수조치하고, 내년 예산 100억 원 역시 전액 삭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이용섭, #한국경제교육협회, #박영준,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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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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