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결국 '끝장 승부'다. 삼성 라이온즈가 지난 11일 열린 2010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7로 꺾고 시리즈 전적 동률(2승2패)을 만들었다.

패한 두산도 성과가 있었다. '돌부처' 오승환 대신 마무리로 나선 안지만을 상대로 3개의 적시타를 때려내며 7-3이었던 스코어를 7-7 동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지만을 무너뜨리며 기세를 올린 두산도 승리까지 가지는 못했다. 바로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라는 마지막 고지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4시즌 MVP와 한국시리즈 우승 3번 경험한 삼성의 에이스

 삼성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

삼성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 ⓒ 삼성 라이온즈

경북고 출신의 배영수는 2000년 삼성의 1차지명을 받고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고교시절 배영수보다 높은 평가를 받던 대구상고의 장준관은 2차 1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장준관이 LG로부터 받은 2억8천만 원의 계약금은 배영수의 그것(2억 5천만 원)보다 높았다.

그러나 장준관은 프로 무대에서 단 3승(2패)만을 올리고 LG에서 방출됐고, 배영수는 삼성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2001년에는 13승을 따냈고, 2002년엔 쟁쟁한 선배들의 도움으로 고교시절에 못해 본 우승의 감격도 맛보았다.

2004년부터는 배영수의 '화려한 3년'이 시작됐다. 2004시즌 17승 2패 평규자책점 2.61로 맹활약한 배영수는 그해 시즌  MVP에 올랐고, 2005년과 2006년에는 팀의 믿음직한 에이스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특히 배영수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로 출전해 일본전에서 '30년 망언'을 했던 이치로 스즈키(시애틀 매리너스)에게 몸 맞는 공을 던져 네티즌들로부터 '배열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배영수는 150km/h를 넘너들던 강속구를 잃어 버리며 깊은 슬럼프에 빠지고 만다. 특히 2009년엔 1승 12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그간 쌓아온 명성에 커다란 흠집을 내고 말았다.

그러나 배영수는 좌절하지 않았고, 올 시즌 잃었던 구위를 많이 회복했다. 비록 과거와 같이 많은 승수를 올리진 못했지만, 수술 후 처음으로 140km/h를 상회하는 공을 던지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0 플레이오프에서 불펜 투수로 부활한 배영수

 배영수는 2010 플레이오프에서 145km/h의 강속구를 되찾았다.

배영수는 2010 플레이오프에서 145km/h의 강속구를 되찾았다. ⓒ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와의 2010 플레이오프에서 배영수는 선발투수로 시작했다.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2차전에 선발 등판한 배영수는 5이닝 동안 3점을 내줬다. 비록 패전 투수가 됐지만, 지난 4경기에서 5이닝을 채운 삼성의 선발투수는 배영수가 유일하다.

그러나 서울로 올라와 믿었던 철벽 불펜진이 무너지자 선동열 감독은 4차전에서 다시 '배영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일 전 60개가 넘는 공을 던진 선발 투수가 단 이틀을 쉬고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8-7로 근소하게 앞서던 8회 2사 주자 3루에서 안지만을 구원한 배영수는 9회까지 4타자를 상대로 탈삼진 2개를 곁들이며 퍼펙트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잠실구장 전광판에는 최고구속 145km/h가 찍혔다.

사실 배영수의 불펜 등판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한화 이글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에서 선발승을 챙긴 배영수는 남은 4경기 중 3경기에 등판해 1승 1홀드 1세이브를 챙겼다.

비록 2006년 한국시리즈 MVP는 '국민 유격수' 박진만에게 돌아갔지만, 배영수는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에 등판(선발1, 구원3)해 10.1이닝 동안 단 1점만 내주는 완벽한 투구로 2승 1홀드 1세이브를 기록하며 삼성의 우승에 결정적인 활약을 한 바 있다.

13일에 열릴 5차전에서도 배영수는 불펜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그리고 삼성의 불펜이 흔들릴 때 선동열 감독은 여지없이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를  다시 마운드로 부를 것이다. 플레이오프 5차전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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