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3-2 역전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 누리집(the-afc.com)

한국의 3-2 역전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 누리집(the-afc.com) ⓒ 아시아축구연맹

 

우리 축구팬들에게 아우들이 먼저 기쁜 소식을 안겨주었다. 축구장의 한일전은 역시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진땀 승부가 펼쳐졌다. 게다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진출권이 걸린 맞대결이었기 때문에 좀처럼 믿기 어려운 역전 드라마의 감동은 덤이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끌고 있는 19세이하 남자축구대표팀은 우리 시각으로 11일 오후 3시 30분부터 중국 지보에 있는 린지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FC(아시아축구연맹) 19세 이하 남자축구선수권대회 8강 토너먼트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0-2로 뒤지고 있다가 내리 세 골을 터뜨리는 믿기 어려운 명승부를 펼치며 준결승에 올랐다.

 

우리 선수들은 이 짜릿한 펠레스코어 승리를 통해 2011년 7월 29일부터 콜롬비아에서 개최되는 20세 이하 남자월드컵대회 본선에 올라가게 되었다. 한편, 북한은 같은 시각 지보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또 하나의 8강 맞대결에서 개최국 중국을 2-0으로 물리치며 나란히 본선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이로써 한국과 북한은 오는 14일 오후 8시 30분부터 결승 진출권을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 피할 수 없는 아시아 축구의 맞수

 

지난 달 26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벌어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만난 우리 축구소녀들은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감격적인 역전 드라마(1-0,1-2,2-2,2-3,3-3/승부차기5-4)를 만들어내며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롭게 장식한 바 있다.

 

이 한일전의 감동도 모자라 이번에는 19세 이하 오빠들이 한 번 더 극적인 뒤집기 쇼를 만들어냈다. 전반전 중반까지 0-2로 끌려가던 팀이 하프 타임 휘슬이 울리기 전에 3-2로 뒤집는 과정은 못 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믿기 힘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특히, 일본 팬 입장에서는 23개월 전에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서 벌어진 2008 AFC U-19 챔피언십 8강 토너먼트에서 당했던 아픈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이번 경기는 한 골 차 승부였기 때문에 2년 전 바로 이 대회, 그것도 모자라 똑같은 8강 토너먼트에서 당한 0-3 패배보다는 그 충격이 덜할 수도 있었다.

 

U-20 월드컵을 기준으로 볼 때 일본은 우리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둔 바 있다. 1999년 나이지리아에서 벌어진 당시 청소년세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은 지금 수원 블루윙즈에서 뛰고 있는 골잡이 다카하라와 미드필더 오가사와라, 엔도 야스히토, 오노 신지 등의 빼어난 활약에 힘입어 준우승의 위업을 이뤘다. 이 놀라운 성과를 자랑하는 일본이 바로 우리 때문에 2009년 이집트 대회에 이어 2011년 콜롬비아 대회까지 나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도 이번 한일전은 그 의미가 남달랐다. 일본으로서는 지난 대회에서 완패한 앙갚음을 보기 좋게 해 줄 수 있는 기회였고 한국에게는 최근 국제대회(U-20 여자월드컵 3위, U-17 여자월드컵 우승)의 좋은 기운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랐다.

 

특히, 일본은 이번 대회 C그룹에서 UAE, 베트남, 요르단을 상대로 3전 전승(9득점 1실점)의 좋은 기록으로 8강 토너먼트에 올라왔기 때문에 D그룹에서 호주에 밀리며 2위(2승 1무, 3득점 0실점)로 올라온 한국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더구나 키다리 골잡이 이부스키가 혼자서 두 골이나 터뜨린 시점까지는 정말로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보였다.

 

이제 한일전은 역전승이 대세?

 

이번 대회 첫 실점을 이렇게 중요한 8강 토너먼트에서 기록한 우리 수비수들의 긴장감을 생각하면 이 경기는 초장부터 패색이 짙었다고 봐야 옳았다.

 

경기 시작 13분만에 일본 골잡이 이부스키에게 위력적인 오른발 슛을 내주며 끌려가기 시작한 우리 수비수들은 장현수의 반칙으로 페널티킥(30분)까지 내주며 크나큰 위기를 맞았다. 이부스키의 첫 번째 페널티킥이 우리 문지기 노동건의 선방에 막혔지만 노동건이 너무 일찍 앞으로 걸어나왔다고 해서 다시 찰 수 있는 기회가 일본에게 주어져 결국 2-0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믿기 어려운 드라마는 바로 그때부터였다. 우리 선수들은 곧바로 이어진 반격에서 골잡이 정승용이 이마로 떨어뜨려 준 공을 발 빠른 미드필더 김경중이 달려들며 오른발 만회골을 기록했다. 이렇게 일찍 따라붙었다는 것은 팀 분위기상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 덕분에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내리 두 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었다. 44분, 이기제가 왼발로 올린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가운데 수비수 황도연은 이마로 한 번, 왼발로 한 번씩 슛을 시도한 끝에 극적인 동점골 주인공이 되었다. 2단 동작으로 다시 달려들며 왼발을 뻗어찬 발리슛 순간은 마치 태권도 종목에서 고난이도의 동작을 구사하듯 날렵한 것이어서 더욱 놀라웠다.

 

더 믿기 어려운 일은 후반전 추가 시간 1분경에 직접 프리킥 골로 나왔다. 일본 벌칙구역 반원 밖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첫 골을 도운 정승용이 왼발로 낮게 감아찬 공은 일본 수비벽을 피해 뻗어가며 그물을 흔들었다. 일본 문지기 나카무라 하야토의 잡기 실수도 눈에 띄었지만 지동원의 속임 동작까지 어우러진 준비된 작품 바로 그것이었다.

 

이렇게 놀라운 뒤집기 쇼를 만들어낸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일본의 반격 양상 속에서도 끝까지 능숙한 경기 운영 능력을 자랑하며 실점 없이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도 중원 싸움을 잘 해낸 가운데 미드필더 김영욱이 특유의 뚝심을 발휘했고 바꿔 들어간 윤일록과 백성동이 간판 골잡이 지동원과 어우러져 효율적인 역습 전술을 펼친 것이 잘 들어맞았다.

 

일본의 후반전 교체 선수 나가이 료는 83분에 왼발 돌려차기로 우리 골문을 위협했지만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오는 바람에 분루를 삼켜야 했다.

덧붙이는 글 | ※ AFC U-19 챔피언십 8강 토너먼트 결과, 11일 낮 3시 30분 중국 지보 린지 스타디움

★ 한국 3-2 일본 [득점 : 김경중(31분,도움-정승용), 황도연(44분), 정승용(45+1분) / 이부스키(13분), 이부스키(30분,PK)]

◎ 한국 선수들
FW : 지동원, 정승용(76분↔윤일록)
MF : 이기제, 최성근, 김영욱(87분↔백성동), 김경중(90+3분↔유제호)
DF : 김진수, 황도연, 장현수, 이광진
GK : 노동건

★ 북한 2-0 중국

2010.10.11 20:15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AFC U-19 챔피언십 8강 토너먼트 결과, 11일 낮 3시 30분 중국 지보 린지 스타디움

★ 한국 3-2 일본 [득점 : 김경중(31분,도움-정승용), 황도연(44분), 정승용(45+1분) / 이부스키(13분), 이부스키(30분,PK)]

◎ 한국 선수들
FW : 지동원, 정승용(76분↔윤일록)
MF : 이기제, 최성근, 김영욱(87분↔백성동), 김경중(90+3분↔유제호)
DF : 김진수, 황도연, 장현수, 이광진
GK : 노동건

★ 북한 2-0 중국
정승용 김경중 황도연 축구 한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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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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