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2430 경기의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30개 구단이 혈전을 치렀지만, 가을잔치에 초대된 팀은 고작 8개팀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코리안리거' 박찬호와 추신수가 소속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뛰어난 활약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추신수는 2년 연속 3할 타율과 20-20클럽을 달성했고, 박찬호 역시 시즌 중반에 팀을 옮기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4승(3패)을 수확해 노모 히데오(은퇴)가 가지고 있던 동양인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방출-트레이드 수모 이겨내고 6개 구단에서 거둔 124승

 박찬호의 124승은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만든 기록이라 더욱 가치 있다.

박찬호의 124승은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만든 기록이라 더욱 가치 있다. ⓒ MLB.com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는 2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와신상담하다가 1996년 4월 7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박찬호는 당시 선발 투수였던 라몬 마르티네스(은퇴)가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는 바람에 2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4이닝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빅리그 데뷔 첫승을 따냈다.

96시즌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승을 수확한 박찬호는 97년부터 본격적으로 다저스 선발진에 합류하며 승수쌓기에 돌입했다. 특히 2000년엔 18승(10패) 평균자책점 3.27 217탈삼진의 호성적으로 내셔널리그(NL) 탈삼진 부문 2위에 오르며 전성기를 맞았다.

다저스에서 6년 동안 80승을 챙긴 박찬호는 2002 시즌을 앞두고 5년간 65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이끌어 내며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다.

그러나 에이스로서의 부담감에 허리와 허벅지 부상까지 시달린 박찬호는 텍사스에서의 4년 동안 고작 22승을 추가하는데 그쳤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한 후에는 장출혈이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결국 박찬호는 2007년 자신의 네 번째 팀이었던 뉴욕 메츠에서 단 한 경기만 뛴 채 방출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고, 선수 생활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박찬호는 2008년 친정팀 다저스에서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작년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니폼을 입고 '꿈의 무대'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서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안고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지만, 29경기서 2승 1패 5.60으로 부진하며 결국 약체 피츠버그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박찬호는 이번에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피츠버그에서의 26경기에서 2승2패 3.49의 호성적을 거두며 동양인 최다승 투수에 등극했다.

박찬호 다음은 54승의 왕첸밍... '괴물' 마쓰자카도 넘보지 못해

 일본에서 '괴물'이라 불리던 마쓰자카도 박찬호의 아성을 넘보긴 무리다.

일본에서 '괴물'이라 불리던 마쓰자카도 박찬호의 아성을 넘보긴 무리다. ⓒ MLB.com

박찬호 이전에 동양인 최다승 투수였던 노모는 이미 2008년을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로써 적어도 동양인 투수들 중에서는 박찬호의 경쟁상대가 사라진 셈이다.

현역 선수 중 두 번째로 많은 승수를 기록하고 있는 동양인 투수는 대만 출신 54승의 왕첸밍(워싱턴 내셔널스)이다. 왕첸밍은 양키스 시절 2년 연속 19승을 올리기도 했지만, 올 시즌엔 부상으로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빅리그 4년째를 보낸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톤 레드삭스)도 46승에 불과하다. 2008년 18승을 거둘 때만 해도 훗날 박찬호의 기록을 위협할 거 같았지만, 마쓰자카는 올해 25번이나 선발 등판하며 9승에 그쳤다. 무엇보다 왕첸밍과 마쓰자카는 올해 30세 시즌을 보냈다.

올해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다카하시 히사노리(뉴욕 메츠)와 구로다 히로키(LA 다저스)는 1975년생으로 박찬호(1973년생)와 고작 2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다카하시와 구로다가 124승을 넘기기 위해서는 40세를 넘길 때까지 매년 20승에 가까운 승수를 올려야 한다.

올해 동양인 중 최고의 성적을 올린 투수는 단연 대만 출신의 궈훙즈(LA 다저스)다. 궈훙즈는 올 시즌 평균자책점 1.20 피안타율 .139의 놀라운 성적으로 올스타전까지 참가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궈훙즈는 불펜 투수다. 올해로 벌써 빅리그 6년차를 보냈지만, 그의 통산 승수는 12승에 불과하다.

내년 공개 입찰(포스팅 시스템) 제도를 통해 빅리그 진출을 선언한 이와쿠마 히사시(라쿠덴 이글스) 역시 내년 4월이면 만 30세가 된다. 만 23세에 빅리그 첫승을 따낸 박찬호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미국 진출 17년 만에 이룬 대기록

박찬호의 동양인 최다승은 몇 년 반짝 활약해서 만들어낸 기록이 아니라, 미국 진출 17년 동안 수많은 시련을 극복하며 이룬 업적이기에 더욱 빛나는 가치를 지닌다.

앞으로도 많은 동양인 투수들이 박찬호의 기록에 도전하겠지만, 어린 나이에 미국에 진출해 꾸준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다면, '코리안 특급'이 만들어 낸 '124'라는 숫자는 좀처럼 넘보기 힘든 대기록이 될 전망이다.

MLB 박찬호 동양인 최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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