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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갯바위
▲ 강태공 천국 비양도 갯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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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항에서 오전 9시에 출발하는 도항선을 타기 위해 남편과 나는 최대 제한 속도를 달렸다. 가까스로 도착한 한림항에는 도항선의 정원보다도 2배가 넘는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항선에서 본 비양도
▲ 비양도 도항선에서 본 비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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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저- 작은 섬으로 떠나려는 것일까요?"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비양도는 제주의 마지막 남은 파라다이스라잖아요."
심심한 남편의 말이었다.

비양도 도항선에 탄  관광객
▲ 관광객 비양도 도항선에 탄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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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2일 오전 9시, 멀어져 가는 한라산은 뭉게구름을 이고 있었다. 하늘이 무척 파랬다. 44명 정원 중 마지막으로 도항선에 올랐다. 한 청년의 등에 짊어진 배낭이 무겁게 느껴졌다. 거무티티하게 탄 얼굴은 올 여름 햇빛이 준 마크였다.

도항선에 탄 사람들은 모두 헤아릴 수 있는 인원이다. 강태공, 올레꾼, 자전거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 그리고 서너명의 비양도 여인네들이 도항선에 승선했다.

제주에서 마지막 때 묻지 않은 섬 비양도, 사람들은 그 섬을 도심사람들의 파라다이스라 불렀다. 파라다이스, 작은 섬에 무슨 보물이 숨겨져 있기에 파라다이스인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그 무엇이 있어서 파라다이스인가.

비양도 등대
▲ 등대 비양도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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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항에서 출발한 지 15분 후, 빨간 등대가 가까워지더니 비양항에 도착했다. 도착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승객들은 잽싸게 빠져 나갔다.

리어커는 짐을 실어 나르는 이동수단
▲ 비양도 아낙 리어커는 짐을 실어 나르는 이동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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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승선했던 비양도 아낙은 리어커로 짐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비양도 사람들에게 리어커는 유일하게 운반도구였다. 어떤 이는 자전거 뒤에 컨테이너를 묶어서 짐을 나르기도 했다. 리어커에는 제주시에서 조달한 공산품이 실려져 있었다. 

태극기가 펄럭이는 비양보건진료소는 섬의 규모보다 제법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항선에 승선했던 사람들이 비양보건진료소 앞에서 흩어졌다. 섬을 한 바퀴 걷는 사람들은 해안도로로, 낚시꾼들은 갯바위에 아지트를 잡았다. 또한 자전거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은 비양항 앞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으로 향한다.

33도를 웃도는 뜨거운 햇빛이 비양분교 운동장에 내려앉았다. 운동장 그네는 주인이 없어 하염없이 하품만 해댄다.

비양도 올레꾼
▲ 올레꾼 비양도 올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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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올레꾼
▲ 올레꾼 비양도 올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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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 전구간은 시멘트 도로, 3.5㎞로 느릿느릿 걸어도 1시간이면 족하다. 오른쪽는 바다를 끼고 왼쪽으로는 비양봉이 서 있으니 호젓한 해안도로가 아닌가 싶었다. 현란한 내온사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조잡한 간판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듯한 펜션이나 고급 자동차가 쌩쌩 다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혼자 걸으며 상념에 젖고, 들이 걸으면 소곤거리고, 여럿이 걸으면 대화가 되는 길일 뿐. 그래서 심심치 않은 섬이다. 아마 그래서 도심 사람들이 꿈꾸는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싶었다. 

느릿느릿 걷는데 자전거를 탄 소년이 길을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를 보니 문명의 이기가 낯설어졌다. 갑자기 작은 섬에서 활력이 느껴졌다.

염습지인 펄렁못
▲ 펄렁못 염습지인 펄렁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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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렁못에 핀 해녀콩
▲ 해녀콩 펄렁못에 핀 해녀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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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봉 아래 펄렁못 산책로를 걸어봤다. 염습지는 펄렁못 주변에는 바닷가에서 자란다는 연분홍 해녀콩이 방문객을 맞는다.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해녀콩 줄기에서 자유와 해방을 느끼는 순간이다.

비양도 바다
▲ 강태공 바다 비양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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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렁호 옆에 마련된 정자에 여정을 풀었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파란바다가 쪽빛이다. 강태공이 바라보는 바다마저도 쪽빛이다. 제주에 마지막 남은 파라다이스, 가을은 비양도 바닷가에서부터 오고 있었다.  

비양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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