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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위만 걷는 사람들에게 흙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혜택이다.

▲ 돌과 초가
ⓒ 김강임
5월의 싱그러운 햇빛이 몽땅 스며드는 곳. 흙에서 풍기는 서정과 고향의 토담집이 그리워지는 계절. 돌의 형상을 따라 잠시 인간의 영혼을 생각케 하는 곳으로 떠나보자.

제주공항에서 제 1횡단도로를 타고 30분 정도를 가노라면 목석원이 자리잡고 있다. 목석원은 글자 그대로 제주의 나무와 돌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 그곳에 가면 거울 앞에 선 기분이다. 그 이유는 화난 모습. 웃는 모습. 분노와 비애. 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돌들의 형상을 보며 잠시 자신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다.

아스팔트 길바닥 위에서 질주하듯 달리던 차들도 이곳에선 잠시 열을 식힌다. 겹겹이 쌓인 콘크리트 철근 속 고층 아파트에서 바라보던 회색 빛 하늘도 이곳에선 오색 무지개가 된다.

사람들은 발길 닿는 것이 흔한 돌이라 하지만 목석원에서 만난 돌은 저마다 살아있는 영혼이 있다. 마치 한라산 영실에서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오백장군의 설화처럼, 흙을 빚어 5백 아들들의 혼백의 토우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의 만남. 오래될 수록 곰삭은 맛이 나는 옛것에 대한 그리움도 목석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프리미엄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쫓고 쫒기다가도 이곳에 오면 진한 향수와 함께 아날로그의 편안함에 빠져든다.

▲ 나목
ⓒ 김강임
특히 제주도 천연기념물 25호로 지정된 조목형상목 20 여점이 전시되어있는 전시관은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그 이유는 수백년 동안 바위를 밀치며 땅속 깊은 곳에서 물줄기를 빨아올리다 지쳐 쓰러진, 그리고 죽어서 뿌리를 남기는 조록나무의 일화를 때문이다.

긴여로. 함성. 달팽이 부부. 환생. 웅비 등의 제목으로 인간 앞에 선을 내 보인 조롱나무의 고사목을 보면서 죽어서도 이름을 날리는 나무의 위대함에 잠시 고개가 숙여진다.

자연그대로의 돌들의 형상이 그렇게도 사람들의 형상과 같은 수 있을까? 그 돌들의 형상은 현재 내 모습이기도 하다.

정겨운 초가와 어우러진 연자방아 앞에 서 있으면 떠나가신 어머님이 금방이라도 달려 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이 아픔으로 간직했던 절구와 연자방아는 잠시 고향집 툇마루를 생각케 한다.

굳게 닫혀진 정낭( 대문)은 많은 손님이 왔건만 반가워 할 줄을 모르고 두 다리만 뻗고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이곳에서만은 정낭의 의미를 아무도 모르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목석원에 서면 하늘이 더욱 파랗다. 햇빛에 빛나는 나무 잎 사이로 솔바람이 불어오고 추상적 의미를 부여한 저마다의 영혼이 깃 든 돌들의 형상은 전설과 영의 세계가 아닌 지금 현재의 내 모습과 함께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 고향집 절구
ⓒ 김강임
목석원은 제주시 아라 1동 1795-1번지에 있으며, 말 그대로 제주의 나무와 돌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공항에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다 . 특히 계절마다 그 분위기를 만끽 할 수 있어서 좋다. 봄에는 갖가지 꽃들이 그 분위기를 자아내고, 여름엔 신록과 함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마음을 피서지가 된다.

특히 하얀 눈이 덮인 겨울에 만나는 목석원의 정취는 그윽하고 정서적인 분위기와 함께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어보면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목석원 가는 길은 공항에서 제주시청을 지나 제 1횡단도로를 타고 30여분을 달리면 된다. 입장료는 어른이 2천원. 단체는 천 5백원. 어린이는 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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