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16세 소녀 아크사가 살해당한다. 그를 죽인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가족들이었다. 이슬람 여인들이 쓰는 히잡을 하지 않는다고 아버지와 갈등을 빚은 이 10대 소녀는 결국 가족들의 손에 무참히 희생되고 말았다.

2008년 1월 1일, 미국 댈러스에서 이슬람계 10대 자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자매를 죽인 사람은 그들의 아버지였다. 몸에 꽉 끼는 옷을 못 입게 하고 무조건 모슬렘과 사귀어야한다고 강요하는 아버지와 갈등이 있었던 자매는 결국 차 안에서 아버지가 쏜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딸을 죽인 아버지는 먼 곳으로 도망가 아직도 잡히지 않았고 혼자 남은 미국인 엄마는 여전히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다.

그로부터 6개월 뒤, 뉴욕에 사는 19세 대학생이 오빠의 칼에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 벌어진다. 자유분방하게 살며 독립을 꿈꾸던 그에게 가족이 칼을 들이댄 것이다. 살인미수로 오빠는 10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있으며 그녀는 오빠와의 연을 끊었다고 강조한다.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16세 소녀 아크사의 장례식에서 친구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16세 소녀 아크사의 장례식에서 친구들이 기도를 올리고 있다. ⓒ EIDF


이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상황이다. 쉘리 세이웰이 만든 다큐영화 <가족의 이름으로>는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을 살해하는 일명 '명예살인'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명예살인은 결코 말 그대로 가족의 명예가 아니라 이기적인 아버지들의 욕망이 빚어낸 살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살인, '명예살인'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 국가에서 이민을 온 가족의 자녀들은 문화의 경계점에서 혼란을 겪는다. 특히 여학생들은 그 혼란이 심하다. 자유분방하게 다니고 싶은 딸들에게 가족은 히잡을 쓰고 노출을 하지 말 것을 강요하고 남자들과의 교제도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것은 종교, 그리고 이슬람의 문화다. 문화를 지켜야한다고 아버지는 자녀들을 다그친다. 그러나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아버지는 딸이 자신의 집안을 더럽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심지어는 앞의 상황처럼 죽여버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몇몇 모슬렘 소녀들은 집을 나와 소녀들을 위한 보호소나 친구의 집에서 생활하며 독립을 한다. 물론 이들은 집을 그리워하지만 부모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돌아가는 순간 그들은 또다시 갈등에 시달리고 심지어는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19세의 모슬렘 여대생은 오빠의 칼에 살해될 뻔했다. 독립을 하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19세의 모슬렘 여대생은 오빠의 칼에 살해될 뻔했다. 독립을 하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 EIDF


그렇다면 정말로 그것이 이슬람 종교의 영향 때문일까? 모슬렘들은 바로 그런 시선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슬람교가 문제있는 종교고 모슬렘이 여성을 비하하는 사람들이라는 선입견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갖게 한다는 것이 그들을 답답하게 만드는 이유다. 그들은 종교와의 관계를 단연히 부정한다. 이슬람은 절대 살인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부모의 욕심에 희생되는 꿈많던 소녀들

영화는 이 '명예살인'이 결국 딸을 향한 아버지의 강한 집착이 빚은 비극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버지가 딸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결코 종교도 문화도 이유가 아니다. 아주 단순한 이유다. 딸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못마땅한 거다. 자신이 키운 딸이 자유를 즐기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그로 인해 가장으로서의 권위가 추락하는 게 싫어 문화를 들먹이며 딸을 억압하는 거다.

그것은 문화의 차이도, 종교의 차이도 아닌 아버지의 지나친 '남성 우월'과 '가장의 권위' 문제다. 그렇기에 그들은 아무런 가책 없이 딸들을 죽일 수 있다. 의사가 되고 싶고 디자이너를 꿈꾸며 미래를 향한 꿈에 부풀어있던 소녀들은 아버지의 욕심으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것이다.

희생된 소녀들, 그리고 집으로 가지 못하고 보호소에서, 낯선 곳에서 생활하며 살아가는 소녀들. '가족의 이름으로'라는 허울좋은 이유 때문에 어린 나이에 고생해야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가족의 이름으로>는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보고 '아직 우리는 이런 일이 없으니까'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물론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일까지는 안 벌어졌지만 허울뿐인 권위를 무기로 어린 학생들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어른들의 행태는 한국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일이니까.

덧붙이는 글 지난 23일 저녁 EBS에서 방영한 다큐영화입니다.
EIDF 가족의 이름으로 이슬람 모슬렘 명예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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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는 비록 없지만, 끈기있게 글을 쓰는 성격이 아니지만 하찮은 글을 통해서라도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글쟁이 겸 수다쟁이로 아마 평생을 살아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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