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데터'를 '프레데터' 되게 하라!

1987년 과테말라의 정글에서 아놀드 슈왈츠제네거(Arnold Alois Schwarzenegger)와 그의 특수 부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정체불명의 괴물[프레데터, 1984년]은 10년 후인 1997년 LA에서 강력계 형사인 데니 글로버와 대결하게 된다[프레데터 2, 1990년]. 그로부터 20년의 기간 동안 프레데터는 또 다른 외계의 생명체인 에이리언과 만나게 된다. 이것은 독자적으로 활약하던 두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해야 한다는 대중의 바람에 맞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둘 사이의 라이벌 전은 두 번 진행된다. 남극에서[에이리언 vs 프레데터, 2004년], 그리고 곧바로 미국의 콜로라도에서[에이리언 vs 프레데터 : 레퀴엠, 2007년].

에이리언과 프레데터와의 라이벌 전에 있어서 인간의 자리는 참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물론 두 외계 생명체 본래가 가지고 있던 인기에 의해서 흥행은 어느 정도 보장이 되었지만, 결국 애초에 독자적으로 인간과 대결하던 프레데터의 이미지는 상당히 변질되어 버렸다. 그래서 다시 '프레데터를 프레데터 되게 하려는 시도'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로 등장한 영화가 바로 [프레데터스, 2010년]이다.

제작자인 로버트 로드리게즈에 의하면 15년 전 이미 '프레데터즈'라는 타이틀의 영화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1986년에 개봉된 에일리언 시리즈의 두 번째인 [에일리언즈]와 비견되는 것으로 제작하려고 했던 것 같다(그 당시에 예산 상의 문제로 20세기 폭스사는 제작을 거절했다고 한다). 2009년에 님로드 안탈이 감독이 되었고, 로드리게즈와 안탈은 에일리언의 이미지를 배제한 진정한 프레데터 시리즈의 속편으로 [프레데터즈]를 창조하였다.

[프레데터스] [프레데터스, 2010년] 영화 포스터

▲ [프레데터스] [프레데터스, 2010년] 영화 포스터 ⓒ Daum 영화


# 낯선 곳에 떨어진 인간 사냥꾼들

영화는 용병 로이스(Adrien Brody)가 하늘에서 정글로 떨어지는 도중에 깨어나면서 시작한다. 간신히 낙하산을 펴서 착륙에 성공한 그는 지상에서 그와 같은 방법으로 착륙한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의사인 에드윈(Topher Grace)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문제가 있는 배경을 갖고 있었다. 멕시코 마약조직원 쿠칠로(Danny Trejo), 구 소련 특수부대인 니콜라이(Oleg Taktarov), 이스라엘 자위대 저격수 이사벨(Alice Braga), 시에라리온 혁명연합전선(Revolutionary United Front) 장교 몸바사(Mahershalalhashbaz Ali), 사형수 스탄스(Walton Goggins), 야쿠자 조직원 한조(Louis Ozawa Changchien) 등이다.

영화 스틸컷 낯선 행성으로 납치된 7명의 인간들. 그들은 원래 용병 혹은 킬러였으나 그들의 운명은 프레데터에 의해 쫓기는 사냥감의 신세가 된다.

▲ 영화 스틸컷 낯선 행성으로 납치된 7명의 인간들. 그들은 원래 용병 혹은 킬러였으나 그들의 운명은 프레데터에 의해 쫓기는 사냥감의 신세가 된다.


사람 죽이는 데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던 그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이 어디이고(Where), 왜(Why)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 행동한다. 도중에 미국 특수부대원 시체를 발견하고, 신경을 마비시키는 독성을 가진 풀도 발견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서 어렴풋이 알아차리게 된다. 결국 그들은 자신들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있다는 것과, 누군가에 의해서 사냥 당하기 위해 끌려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제 그들의 관심사는 '누가(Who) 자신들을 그곳으로 데리고 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How)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지'로 변하게 된다.

# 사냥감이 되어버린 인간 사냥꾼들

갑작스런 동물들의 습격 이후에, (이 동물들은 어떤 미지의 존재에 의해서 통제되고 있었다) 동료 중의 하나인 쿠칠로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를 듣게 되지만, 그것이 사냥꾼들이 사냥감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일행은 다음 행동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공격한 적을 먼저 알아내기 위해서 자신들을 공격했던 동물들의 발자국을 추적하여 한 야영지에 도착했는데, 거기에는 한 프레데터가 묶여있었다.

이때, 갑자기 세 명의 커다란 프레데터들의 공격으로 몸바사가 죽임을 당한다. 로이드 일행은 필사적으로 그곳을 탈출하여 일단 안전한 장소에 이른다. 이때 이사벨은 야영지에서 보았던 미지의 생명체는 프레데터이며, 1987년 과테말라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에게서 그 존재에 대해서 들었다고 알려준다(프레데터 1탄을 의미한다).

그들은 이후에 놀랜드(Laurence Fishburne)라는 공수부대원과 만난다. 그는 이 행성에서 수년간 숨어 지내온 사람이었다. 롤랜드로부터 그들은 프레데터들이 인간을 상대로 자신들의 기술을 개발하고 훈련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들 사이에서도 적대적인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한 관계에 의해서, 그들을 공격했던 커다란 프레데터들이 그보다는 작은 프레데터(Clasic Predator)를 묶어놓았던 것이다. 로이스는 만약 그들이 야영지에 묶여있던 프레데터를 풀어준다면, 그들을 집으로 보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배신, 탈출, 그리고 희생

그러나 그날 밤에, 놀랜드는 불을 피워서 그들을 죽이려고 시도한다. 이때, 로이스는 소리를 내어서 프레데터들을 유인하고, 프레데터에 의해서 놀랜드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곳을 탈출하던 동료들은 의사인 에드윈이 낙오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에드윈을 구하기 위해서 되돌아온 니콜라이는 그 자신을 자폭시켜서 프레데터 중 하나(Tracker Predator)를 제거한다. 두 번째 프레데터(Falconer Predator)가 스탄스를 죽이고 그들을 추격하자, 야쿠자 일원인 한조가 그와 진검 승부를 벌이고 서로의 칼에 모두 죽게 된다.

이제 남은 사람은 로이스, 이사벨, 그리고 에드윈이다. 에드윈이 함정에 의해서 부상을 당했을 때, 이사벨은 그를 포기하라는 로이스의 말을 거절하고 그와 남게 되고, 그들은 세 번째 프레데터(Berzerker Predator)에게 사로잡힌다. 한편 로이스는 묶여있던 프레데터를 풀어주고, 풀려난 프레데터(Clasic Predator)는 우주선을 작동시킨다. 그런데 이때 나타난 세 번째 프레데터가 작은 프레데터를 죽이고, 우주선이 이륙했을 때 폭파시킨다.

그 동안에, 의사였던 에드윈은 초반에 발견한 신경중독성 독으로 이사벨을 마비시킨다. 그는 원래 지구에서 많은 사람을 죽인 바 있는 정신병자였다고 밝히고 자신이 이 행성에서 살아가는 것이 적합한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이 장면에서 만약 그가 혼자 살아남게 되었을 때, 이후 프레데터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이때, 로이스가 나타나서(그는 우주선을 탈 수 없었다) 이사벨을 구해준다.

# 승리, 그러나 또 다른 시작?

로이스는 수류탄으로 에드윈의 몸을 부비트랩으로 만들고 프레데터를 유인한다. 에드윈은 불길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프레데터를 정신없게 만들면서 공격한다. 그러나 한 순간 프레데터가 로이스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을 때, 저격수 출신의 이사벨이 총으로 로이스를 구했고, 결국 로이스는 프레데터의 목을 날려버리면서 힘겨운 싸움을 끝낸다.

영화의 마지막, 로이스와 이사벨은 더 많은 사냥감들이 낙하산을 타고 정글로 내려오는 것을 목격한다. 새로운 사냥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리고 로이스가 그 행성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영화는 끝난다.

# 에이리언의 흔적을 없애버린 프레데터

에이리언의 흔적을 없애고 본래의 프레데터 시리즈를 부활시키려는 시도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 같다. 만약 후속편이 제작된다면, 제작자와 감독의 관심은 에일리언의 존재보다는 낯선 행성으로 납치되는 사람들을 어떻게 개성적으로 그려낼 것인가, 프레데터들 사이의 적대관계를 어떻게 전개해 나갈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낯선 행성을 탈출할 것인가에 집중하면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에일리언을 등장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여하튼 이번 [프레데터스]는 라이벌 관계에서 만난 에일리언과의 결별을 선언한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다시 만날 가능성은 없을까? 물론 있다. 그러나 다시 만나게 하려면 만남을 성사시킬만한 조건이 구비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그들의 만남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가 강해야 한다. 이미 두 번의 만남에서 그다지 커다란 효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세 번째 만남은 그만큼 부담감이 클 것이다. 1997년 이후 독자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하는 에일리언이 나름대로 살아나야 한다.

# 프레데터의 귀환,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느낌

이제 프레데터는 20년만에 프레데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20년이라는 공백치고는 프레데터에 대한 이미지는 일반 대중에게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프레데터는 2탄은 거의 무시하고 1탄과의 관계 설정에 주력한다. 도중에 이사벨을 통해서 프레데터의 존재를 밝히는 과정은 1탄에서 프레데터와 사투를 벌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프레데터즈는 1탄에서 보여주었던 보이지 않는 존재감으로서의 강렬했던 프레데터의 이미지는 살리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그동안 프레데터의 이미지는 '정체불명의', '최강의', '난폭한', '무자비한' 등의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1탄에서는 프레데터의 움직임에 대해서 도무지 파악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모습과, 거의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베일에 가린 상태로 자폭해버린 프레데터의 존재감은 관객들에게 신비감을 더해주었었다. 그런데 [프레데터즈]에서는 인간들이 자신들의 특유한 동물적인 감각을 통해서 프레데터의 움직임과 의도를 추측하고 예측하고 있으며(이것의 대부분은 맞아떨어진다), 프레데터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인물을 통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정체불명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프레데터는 '최강', '무적'이라는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는다. 그것의 예로는 바로 야쿠자 일원의 한조와 칼싸움을 하다가 쓰러지는 프레데터의 모습을 들 수 있다. 그리고 프레데터가 타협이 가능한 존재라는 설정은 주인공 로이스가 '적의 적은 나의 친구다'라는 입장을 피력하는데, 이것은 제작자와 감독이 거리를 두려고 했던 바로 그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의 설정이라는 사실이다.

이로써, '정체불명의', '최강의', '무자비한' 이러한 수식어가 어울렸던 프레데터의 존재감은 이제 누구나 알 수 있고, 칼싸움만 잘하면 이길 수도 있고,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냥감들인 인간들 역시 '프레데터'다"라는 설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선택된 인간 프레데터들은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그들 중에 몇 명은 그들이 선택될 수 있었던 자격(조건)을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하고 죽었다(쿠칠로, 몸바사). 모두가 다 총을 들고 싸우려 할 때, 홀로 칼을 들고 설치던 캐릭터(스탄스)는 영화의 긴장감을 반감시킨다.

프레데터와 진검승부를 펼쳤던 야쿠자 대원 한조 역시 영화의 구성에 도움을 주는 역할은 아니다. 그나마 의사인 에드윈이 비열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지만, 그 역시 비열함 빼면 아무것도 아니다. 납치된 행성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열함과 함께 기본적으로 강인함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에드윈이 마지막에 이사벨을 죽이려고 한 동기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로이스 일행을 받아들였다가 밤에 불을 피워 죽이려고 했던 놀랜드의 의도 역시 설득력이 없는 것 같다.

20년 만에 돌아온 프레데터. 에일리언과의 결별에는 성공했지만 과거 프레데터의 이미지를 충분히 살리지는 못한 초라한 귀환이 되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 U포터뉴스,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레데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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