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앞 시위에 나선 독립영화인들

영진위 앞 시위에 나선 독립영화인들 ⓒ 한국독립영화협회


2일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독립영화 죽이기 중단을 요구하는 1인 시위'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첫 주자는 독립영화계의 마당발이자 <반두비>를 프로듀싱하고 <경계도시2>를 배급한 김일권 PD다. 일련의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사태와 관련해 자신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1인 중 한 명"이라고 웃어 넘기던 그가 결국 1인 시위의 첫 주자로 나선 것이다.

영진위를 둘러싼 영화계, 그리고 독립영화인들의 분위기는 심각하다. 미디액트와 인디스페이스 사업과 관련한 불법에 가까운 편파 심사 과정을 비롯해 <시>와 관련되어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심사 과정의 파행이 드러났으며, 급기야 2011년 영화발전기금 예산안에 독립영화는 물론 영화진흥과 관련된 예산안이 50% 가까이 삭감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김일권 PD는 누구?
다큐멘터리 전문 배급사 '시네마 달' 대표이자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프로듀서 중 한 명이다. 최근 <경계도시2>를 배급해, 1만 관객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송희일 감독의 단편 <굿 로맨스>(2000), 다큐멘터리 <택시블루스>(2005), <바다 쪽으로, 한뼘 더>(2008), <반두비>(2009) 등 다수의 독립영화를 프로듀싱 했다. 현재 (사)한국독립영화협회와 인디포럼 등에서 활동중이며, 장편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의 9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간 영화인들은 2000명에 가까운 영화인들의 서명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고, 독립영화인들은 영진위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희문 위원장을 꼭두각시로 내세운 문광부는 국회의원들의 연이은 사퇴 요구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만났다. 독립영화계 내부의 목소리를 적확하게 들려 줄 적임자인 김일권 PD를 말이다. 그런데 인터뷰가 진행되는 사이사이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그만큼 MB정권 들어 영화계 분위기가 흉흉하다는 반증으로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장의 확실한 대응, 대응보다는 좀 더 긴 싸움이 될 거란 기운이 감지됐다.

"독립영화계 분위기? 당분간 뭘 하지 말자다"

 김일권 PD

김일권 PD ⓒ 김일권

다음은 지난 7월 말, 김일권 PD가 운영하는 카페 '달'에서 만나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요즘 독립영화 계 분위기는 어떤가?
"전반적으로 예술, 독립영화들이 다 안 되고 있다. 독립영화네트워크 연대가 있는데, 분위기가 당분간은 뭘 하지 말자다(웃음). 하는 거 자체가 에너지 낭비고 성과도 없으니까. 심지어 관람객이 천명도 안 들고…. 그게 진짜 현실이다."

- 아무래도 인디스페이스 폐관 문제도 크지 않나.
"어휴, 크다. 인디스페이스가 단관이지만, 배급 지원을 해주고 독립영화의 지평을 넓혀줬는데, 그게 없어지니까. 예전 이 맘 때면 적게는 10편에서 많게는 20편 정도가 개봉을 했다."

- 영화 산업이 무슨 경제성장률도 아니고, 불확실한 영화산업이 매년 상승할 순 없는 건데. 
"독립, 예술영화들이 엄청 큰 걸 하겠다는 게 아니다. 점유율을 몇 십 퍼센트 올리겠다는 것도, 극장 200, 300개에 걸겠다는 것도 아니다. 이른바 GNP 수준에 걸맞은 점유율과 국민들이 누리고 보장받아야 하는 문화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그게 다 복지개념이고."

- 방송으로 따지면 EBS 개념인데. 며칠 전 '작년 <워낭소리>가 터지면서 독립영화계가 좋아진 것 아니었나'하는 질문을 지인에게 받았다. 작년 이후로 그런 선입견이 생긴 것 같다.
"내부적으로 보면 디지털 배급 정도? <워낭소리> 고영재 PD 같은 같은 경우가 독립영화 관련 다른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는데, 그게 성과라면 성과다. IPTV나 독립영화 채널이 생긴 건 좋은데, 그에 걸맞은 정책이 존재해야 되잖나. 영화 쪽만 그런 게 아니라 사회 전반은 물론 연극, 무용, 문화도, 연극도, 작가들도 난리다. 문화예술위원회도 그렇고. 참, 미치겠다. 문화마인드는 실종 됐다. 돈이 안 된다 싶으면 예산 줄이면서 4대강 사업에 올인 하고."

- 최근 조희문 위원장은 '서울 3D 영상인력 개발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던데.
"얼마 전 3D협회 발족식에 유인촌 장관이 축사를 하러 왔다고 하더라. 전략사업이라 하니 장관이 뜬 거지. 거기에 온 인사들을 보면, 영화나 방송, 애니메이션, CG 등 창작 주체는 찾아 볼 수 없고 산업 기자재를 파는 업체만 모였다고 하더라. <디워> 때 그랬듯이 <아바타>가 뜨니까 3D로 몰리는 거다. 감독, 제작자 같은 창작주체들과 상의하고 고민해야 좋은 영화, 콘텐츠가 나올 텐데. 무슨 전시행정도 아니고, 올림픽에서 누가 더 잘 하나도 아니고."

- 그럼 그 돈은 왜 영진위에서 쓰나, 지식경제부에서 써야 하는 게 아닌지.
"사실 영진위가 3D 촬영 관련 워크숍 같은 걸 계속하긴 했다. 인력풀을 더 확장시키고 참여시키면 좋을 텐데 그렇게 안 하니까. 지금 영진위가 3D에 쏟아 붓는 수십 억 돈도 건물 설계 비용만 그렇다고 하더라. 3D 영화 제작, 투자하는 돈도 있을 테지만, 건물 만드는데 그런 돈을 쓰고 있으니.(웃음)"

- 이번 영화발전기금 예산안 얘기도 해 보자.
"전반적으로 돈이 안 되는 부분을 줄이는 거다. 추측컨대 4대강으로 그 예산이 갈 거고. 일단 21세기 10대 산업 중에 하나가 영화인데, 예산을 줄이는 거 자체가 문제 있다. 물론 긴축재정도 할 수 있는데 예산을 분석해 보면, 작년보다 다양성 영화 부분이 50% 줄었는데, 그건 다양성 영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또 한국영화 산업진흥 관련도 50% 가량 줄었다. 그 중 제작지원 펀드 비용을 줄인 거고, 한국영화 해외마케팅도 줄였다. 이런 걸 보면 한국영화를 산업적으로 키우겠다는 의도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나온 것이 3D고, 인프라 구축이다. 또 인건비 지원한다는데 건데 그건 선착순으로 할지…(웃음) 말도 안 된다. 독립영화 관람객 지원 명분으로 시네마루를 지원하는 건데, 명백히 자기 식구 챙기는 거다."

"자리 지키고 있는 조희문, 무능력한 거다"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 영화계 좌파 적출을 주장한 문건을 만든 '한국문화미래포럼'에 참여하고 있다.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 ⓒ 성하훈

- 요즘 조희문 위원장은 아무 일도 안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출근만 하고 있다고 한다. 자기 자리 없앨까봐 자리만 굳건히 지키고 있겠지. 언제 물러나고를 떠나서 신재민 차관이 2번, 유인촌 장관이 또 언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무능력한 거다. 그리고 영화진흥에 대해서 통제나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고,  또 (문광부에서) 조치를 안 취하는 건 다른 일로 바쁘다는 거지.(웃음) 조희문만 압박하는 거고, 또 조희문은 영화계 전체 의견에 반하는 정책에 손을 들어주면서 자기 자리를 위해 영화계 전체를 배신한 거다. 예전 스크린쿼터 투쟁 때도 영진위는 같이 싸웠다. 당시 안정숙 위원장이 자리를 내놓고 같이 싸웠거든. 지금은 아예 무능력하고 제대로 일도 못하면서 심지어 꼭두각시인 거다."

- 몸통은 신재민 차관 아니냐는 얘기도 공공연히 들린다.
"전체적인 MB정권의 문화산업에 대한 태도나 정책 방향을 신 차관이 가져가는 걸 거다. 조희문은 무능력 한 걸 떠나서 말 잘 들으니 그냥 가는 거고. 이번 영화발전기금 예산안에서 그게 명백히 드러난 거다. MB의 영화발전 내지는 예술에 대한 태도, 정책, 비전이."

- 스크린쿼터 투쟁 때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때보다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성명서를 비롯해 액션들은 계속 취하고 있지만.
"맞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1인 중 하나이긴 하지만.(웃음) 초반에 굉장히 열이 받았다. 이건 죽으라는, 독립영화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얘기니까. 독립영화라고 하는 역사성이나 문화적인 접근이나 공적인 부분으로서 의미부여는 전혀 없는 거다. 산업적으로 돈이 안 되는 영화는 만들지 말라는 얘기고. '니가 알아서 서 돈 벌어! 잘 될 놈은 잘 돼!(웃음)'. 영화산업 전체에로 걸쳐 있는 문제라 다들 당장 거리에 나와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실제로 그게 조직화되기가 쉽지 않다. 절차를 놓고 봐도 예산 편성을 다시 하는 건 쉽지 않잖나. 아직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있고."

- 닥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한국인의 습성이랄까?(웃음)
"사실 오래 전부터 한국영화 편수가 줄면서 많은 영화인들이 현장을 떠나기도 했고, 현실이 너무 어렵다. 어떻게 보면 아주 천천히 아무도 모르게 갉아먹고 있고 거기에 당하고 있는 거다. 4대강과 똑같은 거지. 서울사람들 생활하는데 직접적인 피해가 가지는 않지만 나중에 엄청난 피해가 있는 거니까. 기사도 나지 않았나. 경로당 난방비도 깎였다고. 그런 식으로. 예산 있는데 안 쓰고, 안 쓰면 당연히 나중에 불용처리 하게 될 테고.

만나보면 일상 속에서 분노하고 트위터에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스크린쿼터 때만 해도 단체가 있었는데, 그런 단체들을 예산 문제나 국정감사로 몰아쳤지 않나. 스크린쿼터문화연대도 감사 때 지적받은 거고. 그렇게 활동가들을 죽여놓고. 한국독립영화협회만 하더라도 미디액트나 전용관 문제로 감사 때 흔들어 놓으니 다 나자빠지고. 그렇게 각개로 칠거 다 쳐놓고 한 번에 (영화발전기금으로) 한 거니까 당혹스럽다. 잽으로 힘 다 빼놓고 한 번에.(웃음)"

- 영진위를 "바꿔야 한다"에 이어 심지어 해체설까지 나오는데.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 조희문인데, 심사과정에 문제가 많고, 시끄러우니까 영진위 전체를 바꿔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웃음) 그 전까지 조용하게 잘 됐는데, 비리의 온상이니까 전체를 바꿔야 한다?

문화예술위원회로 흡수된다는 얘기도 도는데, 지금 수순으로 가면 그럴 수 있겠지. 영진위가 우선 해야 할 영화진흥 정책들이 많이 없어졌다. 영화산업의 경쟁들을 자유롭게 보장해 줘야 되는데, 이제 방송, 영화 쪽도 재벌들만 남을 수밖에 없는 거다. 영화 산업도 비슷하고. 3대 재벌 배급사만 남게 될 거다. 그 외에는 영화를 쉽게 만들 수 없는 상황이니까."

- 독립영화는 절름발이로 만들어버리는 것 같다.
"영진위 펀드 중 다양성 펀드가 있다. 다양한 영화들은 문화적으로도 만들어져야 한다. 산업적으로 중소기업이 필요하니까 국가도 중소기업 진흥 정책을 하는 거고. 다양성 영화는 중소기업 같은 거다. 한국사회가 천박해서 재벌, 대기업 위주인 건데, 다양성 영화 펀드를 없애겠다는 얘기는 한국영화가 재벌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대기업은 글로벌 콘텐츠를 수급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합작 형태가 많아질 거다. 아시아, 해외 관객들도 소비할 수 있어야 하니까. 작은 영화들은 점점 중요하지 않게 되고, 심지어 영화인들은 계속해서 대기업 밑으로 줄을 서야 할 거다."

"영화인들 밥그릇 싸움? 문화적으로 접근 못했다"

 '회피연아' 동영상으로 최근 곤욕을 치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4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 출석, 답변도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남소연

- 사견이지만, 영화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박해진 것 같기도 하다. 스크린쿼터 투쟁 때 국민들이 지지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늘었다.
"스크린쿼터는 국가 문제였지 않나. 한국영화 살리기라는 명백한 명분도 있었고. 사실 그간  대항 논리를 만들지 못했다. 논리의 핵심은 문화 공공성인데 말이다. 또 독립, 예술영화에 대한 충무로 중심 영화인들의 태도, 관심, 이런 걸 역으로 반증하기도 하는 것 같다."

- 영화인들의 분명한 자기반성, 자기성찰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렇고. 이 정부가 잽을 날릴 때 언론플레이나 대안 논리를 만들지 못한 건 아플 것 같다.
"한국영화는 <괴물>도 있고 천만 영화도 많다. 대외적으로는 잘 나가고 있다. 그 사랑을 먹고 자란 것이 한국영화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블록버스터 영화도 물론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영화의 정체성의 실체가 무엇이냐 했을 때, 주류 충무로 영화에서 우리 관객들이 진짜 애정을 가질 한국사람, 한국대중들의 이야기는 없어지고 있다. 또 한편으로 흥행한 만큼 자국영화의 문화적 발전에 대해 얼마만큼 기여하고 했는가도 그렇고. 한국영화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건 해외영화제 수상도 중요하지만, 예술영화나 의미 있는 저예산 영화들에 대해 투자나 개발, 신진영화인들 발굴이 먼저다. 그런데 답이 안 나온다. 그런 대안을 만들지 못한 거다. 영화인들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는 것도 문화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거고."

- 영화 내적으로 살펴보면, 현실성이나  동시대성이 거세되고 있다고 느껴진다.

"쉽게 얘기하면 '이야기'를 잃어버리는 거다. 한국 대중이, 비정규직이, 서민들의 자기 이야기가 반영된 창작물들을 빼앗기는 거다. 80, 90년대와 지금의 소재를 비교해 보면 더더욱 그렇다. 남녀 주인공은 모두 타워팰리스 같은 데 살고. 그런데 요번에 <내 깡패같은 애인>이 일정 정도 흥행을 했지 않나. 그럼 그 안에는 뭐가 있을까. 여전히 <파이란>의 강재 같은 깡패가 주인공이지만 그럼에도 지방대 출신의 찌질한 88만 원 세대가 만난다. 그들의 아픔이나 그런 캐릭터나 소재를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런 류의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흥행도 되는. 충무로도 기획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잘 하고 있나? 너무 자기 연민에 빠져있다."

- 맞다. 독립영화의 전형성들이 사실 여전히 존재한다고 본다.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고, 또 10년 독립영화계의 고민이 성숙되어 가는 과정인 듯도 보인다.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사춘기적 감수성이 남아있다.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나의 변화에 대해 증명하면서 또 혼란스러운 질풍노도의 시기.(웃음) 그런 영화도 있어야 하지만 삶을 관통하는 영화도 있어야 되고. 독립, 예술영화들이 그런 지점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진영 내에서 2, 3작품을 만들면서 독립영화 중심으로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또 더 큰 의미로 홍상수나 이창동 감독님이 독립영화 영역에서 보듬어 안으면서 가는 판을 만들어 가는 와중이다. 그런데 지금 하필 영진위가….(웃음) 독립영화 내부에서 배창호 감독님도 독립영화를 한다고 넓게 사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만 보더라도 분위기가 슬슬 만들어지고 있는 건 긍정적이다. 또 지금이 바로 그런 (과도기적)지점인 거고."

"용산 참사도 눈 깜짝 안 하는 정부, 매카시즘 아닌가"


- 일전에 조희문 위원장한테 공개편지를 썼는데, 다들 약하다는 반응이더라.

"편지는 아무래도 약하다.(웃음) 옛날 사람들은 화살에 편지를 달아 '몇 월 며칠 어디로 나오라'고 경고장을 보냈는데. 그런 것도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향유하는 비주류 문화가 문화 아카이드나 시네마테크와 다 연결된다. 그래서 미래는 있다고 본다. 그걸 어떤 마인드로 만들어 가느냐는 문화정책자들의 문제고, 기자나 평론가,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의무다.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영진위 위원장을 해야 하고, 문광부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언제까지 성장, 경쟁이라는 끝난 패러다임을 가지고…."

- 조 위원장의 조직 운영에 대해 말이 많다. 지난 5월 독립영화 제작지원 예심 심사위원들에게 전화로 특정 작품 선택을 강요했던 것도 그렇고...
"창피한 거다. 오죽하면 유인촌 장관이 영진위는 몇 년 동안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했을까.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얼마나 실력이나 현실적 힘을 갖췄는지 하는 고민도 든다. 이번 인디포럼 주제가 자생이었다. 그간 영화
계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내실을 다졌고, 실력을 쌓았는가를 돌아보면, 자생, 자립, 자기 실력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게 아닌가도 싶다. 또 그게 영화계뿐만 아닌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영진위 앞 시위에 나선 독립영화인들

영진위 앞 시위에 나선 독립영화인들 ⓒ 한국독립영화협회


- 복지나 교육이나 공공부문도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다시 강조하지만 대응이 너무 유한 것도 같고.
"이번 지방 선거 결과나 진보교육감 당선도 그런 과정일 것 같다. 독립영화계도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유례없는 고소나 소송에 시달리게 됐다. 전혀 말이 안 되는 행위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반성하고 자기 성찰을 할 계기를 준 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제 싸움의 시작일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 보면 유한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이 국면에서 우리는 뭘 남겨둬야 할까. 여기서 이기고 지는 건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확히 기억하고 망각하지 않는 것, 그리고 전선을 명확히 그을 필요가 있는 거다. 이송희일 감독이 트위터에 '명부를 작성해야 한다'고 했는데 공감이 가더라. 정권이 바뀌거나 하는 순간이 오면 그들을 더 철저하게 배재시키고, 그 이상으로 불이익을 줘야 하는 거고. 어떻게 보면 할리우드만 봐도 매카시즘 광풍이 불고 후에 그에 대한 철저한 평가가 있었잖나. 철저한 대비와 그런 유연함이 있어야 할 것 같다."

- 당장 영진위와의 싸움이 아니라 문광부나 정부 차원의 싸움이니까.
"용산참사 때도 눈 하나 깜짝 안 했는데 얼마나 더 세게 해야 하는지 싶기도 하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철저하게 분석하고 반성하고 이러면서 진짜 나중에 엄청난 피를 흘릴 각오를 하면서 칼을 갈아야 한다. 또 반대로 그만큼 투철하게 걸릴 것 없이 투명해야 하는 거고."

- 한국영화를 발전시킨 요인 중 하나가 젊은 감독들인데, 그걸 인정 안 하겠다는 것 같다.
"지금은 꼴통보수와 보수와의 대결이다. 현 충무로 주류 영화인들은 보수다. 신자유주의적으로 열심히 돈버는 영화 만들겠다는 거고, 예술영화나 다양성 영화에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더 꼴통 보수들이 밥그릇을 챙기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다.(웃음) 진짜 제대로 된 보수가 있어야 제대로 된 좌파도 있는 건데. 그런데 장관들은 왜 안 바뀌는 건가?"

- 바뀌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쪽도 사람이 없다. 그들의 무능력이 주는 피해를 온 국민이 받고 있다. 비전이나 생각이 다른 게 아니라 진짜 무능력하다. 진짜 심각한 건 영진위가 MB정권 들어 문화발전이나 영화발전을 위해서 어떤 비전을 줬고, 그 비전을 가지고 현장영화인들과 얼마만큼 소통을 했느냐다. 지원을 줄일 수도 있고 나랑 비전이 다를 수도 있다. 영화인들의 의견이 반영이 되어야 하는데, 일단 그게 없는 것이 제일 열 받는다."

- 유인촌 장관이 들어선 후 한 일이 많지 않다는 말도 있다. 
"실제 다른 일이 있어 문광부 앞을 나오다가 실제 유인촌 장관이 자전거를 타며 하는 짓을 봤다. 영상원 친구에게 뭐라고 하는 걸 봤는데, 양아치더라 양아치. 자전거로 빙빙 돌면서 양아치랑 하는 짓이 똑같더라. 진짜 열 받더라. 

무식한 거다. 기자들한테 욕하는 거 봤을 땐 좀 이상하다 했는데, 현실에서 목격을 하니까 '아아, 원래 그런 사람이구나.(웃음)'"

김일권 유인촌 조희문 문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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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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