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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정부관광청은 올해와 내년을 '스위스 걷기여행의 해(The Year of Walking)'로 정했다. 그림같은 풍경의 알프스만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자연과 호흡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여행을 적극 알리겠다는 취지다. 지난 4월 6일에는 (사)제주올레와 공동 발전을 위한 업무 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걷기여행의 노하우를 배우고,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빠르면 올 하반기에는 스위스 하이킹 코스에 제주올레 홍보 표지판이 설치된다. 스위스를 방문하는 한국 여행자들을 위한 '스위스 올레' 같은 하이킹 코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오마이뉴스>는 스위스 정부 관광청의 지원을 받아 지난 6월 6일부터 12일까지 '7일5박' 일정으로 스위스의 라보지구, 체르마트, 알레치 빙하, 루체른 호수 일대의 하이킹 코스를 걸었다. 몇 차례에 걸쳐 '스위스 올레 여행기'를 연재한다. [편집자말]
브리그역에서 본 우편버스(Postbus). 노란색 몸통에 호른 모양의 심볼마크가 그려져 있다. 승객은 물론 말그대로 우편물을 함께 운반하기 때문에 '우편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브리그역에서 본 우편버스(Postbus). 노란색 몸통에 호른 모양의 심볼마크가 그려져 있다. 승객은 물론 말그대로 우편물을 함께 운반하기 때문에 '우편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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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B CFF FFS. 이번 스위스 여행에서 가장 먼저 물음표(?)를 찍게 만든 알파벳이다. 그저 기차와 관련된 약자일 것이라는 추측 말고는 도무지 실마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내겐 의문의 알파벳일 수밖에 없었다. 역에서도, 기차에서도, 눈을 돌릴 때마다 이 알파벳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스위스 연방 철도(SFR, Swiss Federal Railways)를 의미하는 약자였다.

SBB(Schweizerische Bundesbahnen)는 독일어, CFF(Chemins de fer fédéraux suisses)는 프랑스어, FFS(Ferrovie federali svizzere)는 이탈리아어로 국영 철도를 뜻한다. 또다른 공용어인 로망슈어로는 VFS(Viafiers federalas svizras)라고 표기하는데, 공식적으로 사용되진 않는다. 영어 표기인 SFR도 마찬가지다. 스위스의 표지나 안내판을 보면 3개 국어 이상의 언어로 표기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국어를 공용어로 선택한 나라라는 걸 항상 잊지 않게 해준다.

브리그(Brig)에서 기차를 갈아탈 때 봤던 노란 버스도 인상적이었다. 버스 몸통에는 호른 모양의 심볼 마크가 그려져 있고, 버스 뒤에는 자전거를 운반할 수 있는 거치대가 설치돼 있다. 스위스의 역사를 간직한 우편버스(Postbus)다. 철도가 다니지 않는 산속이나 계곡 안쪽 마을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철도역을 연결한다. 약 750 선로, 전체 길이 1만km에 이르는 주요 대중교통 수단이다. 승객은 물론 말 그대로 우편물을 함께 운반하기 때문에 '우편버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1906년부터 운행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 대중교통 수단들이 네트 다이어그램제로 운행 시각표를 짜기 때문에 환승이 무척 매끄럽다. 대개 10~20분 가량의 시간 여유를 주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아도, 그렇다고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대중교통 시각표만 제대로 확인하면 도시 간 이동은 정말 편리하다. 단 하나, 하나로 연결돼 출발하는 기차라고 해도 중간에 분리돼 행선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으니 이것만 조심한다면 걱정할 일이 별로 없다.

도시역이건, 산골짜기역이건 간에 눈에 띄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똑같은 디자인의 몬데인(mondaine) 시계가 걸려 있다는 것이다.
 도시역이건, 산골짜기역이건 간에 눈에 띄는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똑같은 디자인의 몬데인(mondaine) 시계가 걸려 있다는 것이다.
ⓒ 이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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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역이건, 산골짜기역이건 간에 눈에 띄는 공통점 하나는 똑같은 디자인의 시계가 걸려 있다는 것이다. 몬데인(mondaine)사의 시계다. 숫자판이 없고, 굵은 분침과 시침, 그리고 붉은색 원을 매단 것 같은 초침으로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이다.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하게 없애고, 시계 본연의 기능만을 살렸으면서도 매력적이다. 몬데인은 정확한 운행 시간을 상징하는 스위스 공식 철도 시계로 어느 역에서나 볼 수 있다. 스위스 기차는 언제 출발할까? '몬데인 시계의 초침이 정각에 올 때'가 정답이란다. 몬데인 시계는 초침이 정각에 올 때 분침이 한 눈금 이동하니, 1초의 틀림도 없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경험해보니 허풍만은 아닌 것 같다.

루체른 호숫가 울창한 산림 길을 걷다

취재 4일째인 6월 9일 오후, 기차를 타고 뫼렐(Mörel)~브리그~베른(Bern)~루체른(Luzern)으로 이동했다. 스위스 올레의 마지막 코스인 '호숫가 하이킹' 관문이 취재팀을 기다리고 있다. 아침이라고 하긴 이른 오전 6시부터 알레치(Aletsch) 빙하와 알레치 숲길을 걸었던 터라 2시간 30분 정도 이동 시간이 있었는데도 루체른에 도착하니 오후 4시였다. 해 지는 시간을 감안하면 대낮이다.

루체른은 스위스 중앙에 위치해 있다. 산과 호수로 둘러싸여 있어 '피어발트 슈테터 제(Vierwals-stätter-see)'라고 불리는데 흔히 루체른 호수라고 부른다. 피어발트 슈테터 호수를 둘러싼 4개 주 가운데 슈비츠 주, 우리 주, 운터발덴 주 등 3곳은 '발트 슈테터(Wald-stätter)'라고 불리는데, 스위스 건국의 모체가 된 주다. 이 3개 주에서 1291년 8월 1일 스위스 건국 서약이 이뤄졌다.

에멘텐(Emmetten) 지역의 '스위스 모빌리티' 트래킹 코스에서 취재기자들이 루체른 호수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에멘텐(Emmetten) 지역의 '스위스 모빌리티' 트래킹 코스에서 취재기자들이 루체른 호수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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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활로 명중시킨' 전설적인 스위스 영웅 빌헬름 텔(Wilhelm Tell, 영어로는 윌리엄 텔)을 알리기 위해 전시되어 있는 사과와 활의 모형.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활로 명중시킨' 전설적인 스위스 영웅 빌헬름 텔(Wilhelm Tell, 영어로는 윌리엄 텔)을 알리기 위해 전시되어 있는 사과와 활의 모형.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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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활로 명중시킨' 전설의 인물인 빌헬름 텔(Wilhelm Tell, 영어로는 윌리엄 텔)은 스위스 건국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중앙 스위스의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던 빌헬름 텔 이야기를 18세기 시인 괴테가 친구인 극작가 실러에게 이야기를 전했고, 그는 이 이야기를 희곡으로 만들었다. 이후 이탈리아 작곡가 오시니가 가극으로 만들었고, 빌헬름 텔은 세계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빌헬름 텔은 가공의 인물로 추정되지만, 스위스 사람들은 '실화에 가까운 이야기'라고 믿는다고 한다.

스위스 건국 서약이 이뤄진 곳이 뤼틀리(Rütli) 들판이다. 스위스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고, 매년 건국 기념일이 되면 이 곳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취재팀이 이날 오후 걸었던 루체른 호숫가 하이킹 코스는 에멘텐(Emmetten)~젤리스베르그(Seelisberg)로 7km 정도다. 호숫가를 병풍 삼아 오르는 코스로 종착점인 젤리스베르그는 뤼틀리와 아주 가깝다. 우르너 호수(Urner-see)를 둘러싸고 도는 뤼틀리~브룬넨(Brunnen) 코스는 1991년 스위스 건국 700년을 기념해 만든 '스위스의 길(Weg der Schweiz)'로 유명하다.

루체른 하이킹 코스의 가이드는 뤼디 야이슬리(Ruedi Jaisli). 스위스 모빌리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인 스위스 트레일스(Swiss trails)에서 일하고 있다. 모빌리티 프로그램은 차량 등 동력에 의존하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 자연을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것으로, 하이킹, 사이클링, 산악자전거, 카누, 스케이팅 등이 대표적이다. 장비 렌탈부터 숙박까지 원클릭 시스템으로 운영돼 이용이 편리하다. 하이킹이나 사이클링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해당 코스의 지도를 출력하면 혼자서도 이정표를 보고 길을 찾아갈 수 있다.

스위스는 하이킹 코스 표지판이 잘 돼 있어 초보자들도 손쉽게 길을 걸을 수 있다. 다만 표지판에 쓰여진 예상 소요시간보다 실제 더 걸린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걷는 게 일상화된 스위스 사람의 보폭에 맞춰진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의 발걸음으로는 예상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물론 아주 잰 걸음으로 걷는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걸음으로는 주변의 자연을 둘러보는 하이킹의 묘미를 반감 시키기 때문에 처음부터 여유있게 시간 계산을 하는 게 낫다.

리기산에서 바라본 눈 덮인 알프스와 활짝 핀 민들레. 마치 한 눈에 사계를 보는 듯한 풍경이다.
 리기산에서 바라본 눈 덮인 알프스와 활짝 핀 민들레. 마치 한 눈에 사계를 보는 듯한 풍경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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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산 정상을 오르는 아이들. 스위스 하이킹 코스에서는 연인과 가족, 어르신들을 많이 만난다.
 리기산 정상을 오르는 아이들. 스위스 하이킹 코스에서는 연인과 가족, 어르신들을 많이 만난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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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너 호수(Urner-see)를 둘러싸고 도는 뤼틀리~브룬넨(Brunnen) 코스는 1991년 스위스 건국 700년을 기념해 만든 '스위스의 길(Weg der Schweiz)'로 유명하다.
 우르너 호수(Urner-see)를 둘러싸고 도는 뤼틀리~브룬넨(Brunnen) 코스는 1991년 스위스 건국 700년을 기념해 만든 '스위스의 길(Weg der Schweiz)'로 유명하다.
ⓒ 이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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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라 그런지 주변이 온통 초록 물결이다. 아스팔트 길에서 시작한 하이킹은 곧 호숫가의 울창한 산림으로 이어졌다. 루체른 호수와 건너편 산의 경치를 즐기며 걷다보니 다시 아스팔트 오르막 길이 나타났다. 오른편에는 소에게 먹일 건초를 준비하느라 풀 베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보인다. 탁 트인 공간 탓에 부른 바람이 시원하다. 쉬엄 쉬엄 2시간 넘게 걸어가니 오늘 하루를 묵을 호텔에 도착했다. 비닐 봉지를 손에 들고 여유만만, 유유자적 걷던 뤼디. 알고 보니 '느리기로 소문난' 베른 출신이란다. 갑자기 충청도 사람이 떠올라 웃음이 터졌다.

눈 쌓인 알프스와 민들레, 사계가...

창문을 열면 루체른 호숫가가 보이는 호텔에서 아침을 맞았다. 6월 10일, 오늘의 일정은 리기(Rigi 1798m) 산 하이킹이다. 리기 산은 필라투스(Pilatus 2132m) 산과 티틀리스(Titlis 3238m) 산과 함께 중앙 스위스의 관광 거점이다. 깍아질 듯한 필라투스 산과는 달리 리기 산은 푸른 들판의 알프스를 상징한다. 루체른에 머물며 하이킹을 즐기려는 여행자에게는 리기 산이 제격이다.

젤리스베르그에서 열차와 보트를 타고 호수 건너편 브룬넨으로 갔다. 애초 계획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바람이 세게 불어 일정 변경이 불가피했다. 등산열차를 타고 리기 클뢰슈털리(Rigi Klösterli 1315m)에서 내렸다. 여기서부터 산 정상인 리기 쿨름(Rigi Kulm 1752m)까지 걷는 일정이다. 나중에 따져보니, 오전 10시 40분부터 시작해 2시간 가량 걸은 셈이다.

여름과 겨울 리기산 하이킹 코스에 대한 안내와 함께 노르딕 워킹에 대해 소개하는 안내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약간의 구름과 파란색 하늘, 아주 덥지도 않아 하이킹 하기에 적격인 날씨다. 샛길로 들어서자마자 푸르른 들판이다. 30분쯤 걷다보니 작은 물줄기와 야외 바비큐 파티 장소가 나타났다. <스위스 가족>(Schweizer Familie)이라는 신문사에서 만든 공간인데, 전국에 200곳 정도 된단다.

리기 슈타펠에서 피츠나우(Vitznau)까지 내려가면서 빨간색 VRB 등산열차를 탔다. 속도가 느린 기차라서 그런지 젊은 승무원이 기차 밖에서 이동하며 표 검사를 하는 게 이색적이었다.
 리기 슈타펠에서 피츠나우(Vitznau)까지 내려가면서 빨간색 VRB 등산열차를 탔다. 속도가 느린 기차라서 그런지 젊은 승무원이 기차 밖에서 이동하며 표 검사를 하는 게 이색적이었다.
ⓒ 이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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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산간에 풀어놓은 소들은 목에 무척 크고 튼튼한 워낭을 달고 있다. 그 소리를 가까이서 직접 들으니 마치 연주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스위스 산간에 풀어놓은 소들은 목에 무척 크고 튼튼한 워낭을 달고 있다. 그 소리를 가까이서 직접 들으니 마치 연주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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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길을 따라 걷다보면 중간중간 농가가 나타난다. 대부분 목축업을 하는 곳으로 창고를 겸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소떼들이 올라오는데, 처음에는 우리 일행을 쫓아오는 줄 알았다. 대부분 방목을 하고 있어 소들도 자유롭게 움직인다. 스위스 산간에 풀어놓은 소들은 목에 무척 크고 튼튼한 워낭을 달고 있다. 그 소리를 가까이서 직접 들으니 마치 연주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나중에는 소떼들이 있는 곳에만 가면 큰 워낭소리에 귀가 따가울 정도다. 방목을 하다보니 소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알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워낭은 스위스 기념품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인기 상품 가운데 하나다.

중간쯤 산에 올라 건너편을 바라보니 저 멀리 눈쌓인 알프스가 어깨동무 하듯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 앞으로는 녹음이 우거진 푸른 들판과 노란색 민들레가 핀 너른 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 풍경이 마치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가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고 내려오는 하이커들이 사진기를 들이대는 우리 취재팀에게 반갑게 포즈를 취해준다. 평일이라 그런지 하이킹에 나선 사람들은 부부, 가족, 그리고 어르신들이 많았다. 등산 열차에서도 마치 효도관광 열차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령대가 높았다.

리기산 정상 역인 리기 쿨름에 내리면 바로 위에 호텔 리기 쿨름 건물이 나타난다. 외관은 새것처럼 보이지만 1816년에 문을 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소다. 호텔 옆에는 리기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청년과 노인의 모습을 한 이색적인 이정표가 눈에 띄는데, 예상대로 청년 표지판은 경사가 상대적으로 심한 언덕길이고, 노인 표지판은 완만한 언덕길이다. 그러나 거리가 짧아 어느 길을 택하든 정상까지는 5~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정상의 해발고도는 호텔보다 약간 높은 1798m.

리기산 정상, 바람놀이에 푹 빠진 아이들

리기산 정상에 오르면 뾰족한 큰 안테나 탑이 세워져 있다. 그 주변에는 360˚ 파노라마 전망대가 있어 알프스 산과 호수를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비슷하다. 전망대 한켠에 있는 기념 촬영용 인형 캐릭터 옆에는 '산의 여왕' 리기산이라는 자부심 가득찬 표지판이 산 정상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단체로 놀러온,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은 산 정상에 부른 바람을 친구 삼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장난감이다.

호텔 옆에는 리기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청년 표지판은 경사가 상대적으로 심한 언덕길이고, 노인 표지판은 완만한 언덕길이다.
 호텔 옆에는 리기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청년 표지판은 경사가 상대적으로 심한 언덕길이고, 노인 표지판은 완만한 언덕길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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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은 산 정상에 부른 바람을 친구 삼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장난감이다.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은 산 정상에 부른 바람을 친구 삼아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놀이에 푹 빠져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장난감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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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산 정상에는 360˚ 파노라마 전망대가 있어 알프스 산과 호수를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비슷하다.
 리기산 정상에는 360˚ 파노라마 전망대가 있어 알프스 산과 호수를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풍경과 비슷하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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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기산 정상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 곳곳에 의자가 설치돼 있다. 한 눈에 봐도 전망이 좋은 곳에 설치된 '뷰 포인트'다. 등산열차를 타고 왔건, 하이킹으로 올라왔건 정상에서 내려가는 이들에게 좀더 머물다 가라며 유혹하는 손길처럼 느껴졌다. 천천히 걸어 리기 슈타펠(Rigi Staffel 1604m)까지 내려왔다. 점심 식사를 했던 레스토랑의 천장에는 크기별로 다양한 워낭이 100개쯤 걸려 있었다. 200명이 채 안되는 주민들이 2000마리나 되는 소를 키우는 리기다운 인테리어다.

리기 슈타펠에서 빨간색 VRB 등산열차를 타고 피츠나우(Vitznau)까지 내려왔다. 햇살을 받은 호숫가는 은빛 물결이다. 호숫가 의자에는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피츠나우에서 마지막 숙소가 있는 베기스(Weggis)까지 가는 호수 정기선을 기다리는 도중 아주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VRB 열차 한 량이 큰 원반 모양의 철판 위에서 방향을 바꾸더니 철도 직원 한 명이 그 열차를 밀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농담 같은 일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 마지막까지 볼거리를 제공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라보지구의 포도밭 하이킹, 체르마트·마터호른의 산악 하이킹, 알레치 빙하 옆 숲길 하이킹에 이어 루체른 호숫가 하이킹 일정이 마무리됐다. 베기스에서 스위스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다음날 루체른을 거쳐 제네바에서 스위스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일만 남았다. 매일 다른 색깔의 하이킹 코스를 걷다보니 사진찍기에 몰두하며 스쳐지나가듯 봤던 10년 전 스위스 여행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걸은 만큼 보이는 게' 하이킹의 또다른 매력이다. 머리만 쓰는 여행보다 몸으로 느끼는 여행이 더 오랫동안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여행자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하루만 더 머무르면서 자연과 사람 속으로 좀더 다가가보라고. 그러면 또다른 여행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VRB 열차 한 량이 큰 원반 모양의 철판 위에서 방향을 바꾸더니 철도 직원 한 명이 그 열차를 밀어 차량기지로 옮기고 있다.
 VRB 열차 한 량이 큰 원반 모양의 철판 위에서 방향을 바꾸더니 철도 직원 한 명이 그 열차를 밀어 차량기지로 옮기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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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루체른주 브룬넨(Brunnen) 선착장에서 소풍 나온 학생들이 유람선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스위스 루체른주 브룬넨(Brunnen) 선착장에서 소풍 나온 학생들이 유람선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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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루체른, #리기, #호숫가 하이킹,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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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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