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국내 최고의 좌완 투수로 거듭나고 있는 류현진(23, 한화)이 해외진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류현진은 22일 롯데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에서 다 뛰어 보고 싶은데 일본에서 성공한 뒤 미국으로 가고 싶다"며 "일본과 미국에서 입단 제안이 온다고 해도 일본으로 가겠다"고 말해 해외진출의 우선순위를 일본에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류현진 ⓒ 한화 이글스


류현진은 올해로 프로생활 5년째를 맞아 앞으로 2년만 더 뛰면 해외 진출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때문에 해외 유력 구단들이 스카우터를 파견해서 그의 투구를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시즌 19경기에 등판해 전 경기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포함, 26경기 퀄리티 스타트를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은 13승 4패, 평균자책점 1.57, 147탈삼진을 기록하며 투수부문 트리플 크라운(3관왕)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력한 구위를 뽐내며 다승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2위와의 격차를 점차 벌리고 있다.

사실상 한국야구를 완전히 평정한 류현진에게 2년 뒤 해외진출은 자연스러운 하나의 흐름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리그를 접하고 싶다는 선수개인의 의지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해 보일 정도로 상황은 매우 낙관적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보다 일본에 먼저 진출하겠다"고 말한 류현진의 인터뷰는  그 가능성을 더 높이기에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치로의 놀라운 활약···일본야구에 반한 메이저리그

일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역사는 1964년(무라카미 마사노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실질적인 전성기는 이치로의 메이저리그 데뷔(2001년) 전후로 평가할 수 있다. 90년대 중후반 노모 히데오의 놀랄만한 활약이 있었지만 하세가와 시게토시, 이라부 히데키 , 요시이 마사토 등 비슷한 시대를 풍미했던 나머지 투수들은 노모의 명성에 근접하지 못했다. 그들은 조용히 일본으로 복귀하는 등 순탄치 못한 선수생활을 보내야했다.

90년대 후반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활약에 눌려있던 일본야구는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비로소 어깨를 폈다. 이미 일본에서 7년 연속 퍼시픽리그 타격왕과 통산 타율 0.375를 기록하며 괴물로 불렸던 이치로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3년 간 총1408만 8000달러(약176억원)의 대형계약을 맺으며 미국으로 건너간다.

이전까지 아시아 야구를 저평가 했던 미국은 이치로에 대해서도 반신반의 했었다. 하지만 이치로는 모든 이의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리며 데뷔시즌 역대 신인 최다안타(242안타), 타격왕과 도루왕을 동시에 석권하며 신인왕과 MVP를 모두 손에 넣었다. 공수를 모두 갖춘 괴물 같은 선수가 등장하자 미국은 일본야구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는 1년 먼저 미국 땅을 밟으며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에 올랐던 '대마신' 사사키 가즈히로의 활약과 맞물리며 일본야구의 미국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요미우리의 4번 타자였던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2003)를 비롯해 마쓰이 가즈오(2003), 마쓰자카 다이스케(2006), 후쿠도메 고스케(2008)등 일본야구를 지배했던 적지 않은 선수들이 줄줄이 미국으로 팀을 옮겼다.

특히 비공개 경쟁 입찰(포스팅시스템)로 미국진출을 노린 마쓰자카는 보스턴으로부터 5110만 달러(약470억원)의 독점교섭비용을 제시받으며 1억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계약 맺었었다. 한마디로 보스턴이 마쓰자카를 영입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앉는데 500억 가까운 돈을 쓴 것이다. 이밖에도 투자대비 결과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당수의 일본프로선수들이 대형계약을 터트리며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대한민국 국제성적은 우수···한국프로야구는 '글쎄'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을 기점으로 국제무대에서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야구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우리의 기대만큼 높지 못하다. 물론 박찬호, 봉중근, 추신수, 최희섭 선수처럼 국제무대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미국무대에 진출했다.

결국, 아직까지 한국프로야구선수 신분으로 미국무대에 진출한 선수는 한명도 없는 것이다.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못해 폄하돼 있는게 분명하다. 이는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던 한국선수들이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보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마쓰자카가 이용한 포스팅시스템(주로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자유계약 선수들이 많이 이용)을 통해 4명의 선수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었다. 먼저 1998년 처음으로 도전했던 이상훈이 헐값에 가까운 60만 달러를 제시받아 미국진출을 포기했고 이후 진필중은 2002년 어떤 구단으로부터도 러브콜을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임창용이 그해 12월 세 번째 도전을 했지만 65만 달러로 낮게 평가받으며 일본으로 해외진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엔 최향남이 세인트루이스로부터 101달러(약14만원)의 굴욕적인 입찰액을 수용, 마이너리그에 진출했었다. 결국 4번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정작 국내에서 프로생활을 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면서 국제무대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낼수록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는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미국행(마이너리그)만 꾸준히 늘어났다.

비록 이상훈과 구대성이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땅을 밟았지만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미국에 입성했기 때문에 순수하게 한국야구를 통해 메이저리거가 된 선수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류현진, 한국프로야구의 선구자가 되라! 

박찬호의 활약이 한국아마야구 선수들이 미국으로 진출하는데 큰 기폭제가 됐던 것처럼 이제는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우뚝 서는 모습이 필요한 시기이다. 2000년대 초반 이승엽이 그 꿈을 이뤄줄 것으로 야구팬들은 굳게 믿었지만 그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미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하나의 교두보로 일본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녹록지 않았다. 시장규모 덕분에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을 제외하면 일본과 한국의 차이는 크게 벌어져 있지 않다. 지금까지 나타난 한국프로야구의 해외진출 사례를 보더라도 류현진이 거론한 일본 진출에 관한 인터뷰는 많은 아쉬움을 남게 했다.

메이저리그를 무조건적으로 숭배하고 해외진출에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굳이 나가야하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토종의 진돗개 같은 끈질긴 승부 근성으로 세계적 선수들을 쓰러뜨리는 류현진의 모습을 보고 싶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능력이 존재한다면 과감하게 부딪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한국야구를 평정하고 있는 류현진은 개인의 존재가 아닌 대한민국 야구를 대표하는 얼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야구팬으로써 한국, 일본, 미국 그 어디에서 뛰어도 뜨거운 박수를 보낼 준비가 돼 있지만 그 장소가 더욱 높고 광활한 곳, 미국이길 기대해본다.

류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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