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맺힌 무적함대의 역사는 끝났다!'

오랜 세월 '무관'에 울어야했던 '무적함대' 스페인이 '오렌지군단' 네덜란드를 제압하고 월드컵 사상 첫 우승을 일궈냈다. 12일 새벽(한국시각)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네덜란드에 1-0 승리를 거둔 것. '유로 2008' 우승으로 유럽 챔피언에 오른데 이어 그 기세를 몰아 월드컵까지 제패해버렸다.

결승전까지 진출한 팀들의 경기답게 승부는 시종일관 팽팽했다. 객관적인 전력상 앞선다는 평을 받았던 스페인은 특유의 개인기를 바탕으로 안정된 패싱게임을 선보였고 이에 맞선 네덜란드는 강한 압박을 통해 거칠게 맞서는 모습이었다.

결정적인 득점기회는 양팀 모두에게 있었다.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26·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17분경 절묘한 패스를 이어받아 스페인의 수비진을 순식간에 뚫고 단독 찬스기회를 맞았지만 회심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29·레알 마드리드)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한 타임 먼저 슛을 때리거나 각을 좁히고 앞으로 튀어나온 카시야스를 제쳤어야했지만 너무 좋은 기회에 스스로 당황한 듯 어정쩡한 슈팅으로 일관하다 선취골 찬스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스페인 역시 주포 다비드 비야(29·FC 바르셀로나)에게 후반 24분경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지만 네덜란드 수비진의 육탄방어에 걸리며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치열했던 양팀의 승부는 연장 후반에 갈렸다. 네덜란드 수비수 요니 헤이팅아(27·에버튼 FC)가 경고누적으로 퇴장 당한 상태에서 스페인의 공세가 더욱 강력해졌고 그런 상황에서 연장 후반 11분경 프란세스크 파브레가스(23·아스날)의 절묘한 침투 패스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6·FC 바르셀로나)에게 전달됐고 그는 침착하게 마무리 슈팅으로 네덜란드 골망을 갈라버렸다. 스페인의 월드컵 첫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연장 후반 절묘한 결승골을 터트린 스페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유니폼 상의를 벗고 환호하고 있다

연장 후반 절묘한 결승골을 터트린 스페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유니폼 상의를 벗고 환호하고 있다 ⓒ 국제축구연맹


압박대 압박, 치열한 중원싸움

네덜란드는 '무적함대' 독일이 무너졌던 4강전을 잘 분석하고 나왔다. 당시 독일은 이전까지의 경기들과 달리 '선수비-후역습'전략을 들고나오며 스페인과 맞불 전략을 피했는데 결국 이는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뒷선의 수비를 두텁게 한다고는 했지만 중원을 상대적으로 헐겁게 놓아두자 스페인 특유의 '점유율 높은 패스축구'가 살아나고 말았던 것. 그 결과 독일은 경기 내내 스페인의 공격에 시달려야했고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승부를 끌고 가지 못했다.

아무리 토마스 뮐러(21·FC 바이에른 뮌헨)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이전까지 보여왔던 파괴력높던 경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네덜란드는 미들필드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스페인에게 몸싸움을 걸며 패스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게 하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거친 플레이로 인해 경고가 속출했지만 그만큼 스페인은 잔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어려웠다. 다른 경기들과 달리 롱패스가 자주 나왔다는 것은 네덜란드의 압박이 그만큼 컸다는 반증이다.

네덜란드는 강한 프레스로 스페인의 미드필드진을 압박하다가 빈틈이 생기면 베슬러이 스네이더르(26·인터 밀란)-아르연 로번 등 발빠른 선수들이 날카롭게 역습에 나섰다. 

허리 라인에서의 압박은 스페인도 네덜란드 못지 않았다. 스페인 점유율 축구의 키포인트는 미드필드진에서부터의 원활한 패싱게임이다. 상대 선수가 볼을 잡으면 순식간에 2~3명이 에워싼 채 공을 빼앗고 이어서 '패스마스터' 에르난데스 사비(30·FC 바르셀로나)의 발끝을 통해 공격진에게 패스가 전달되는 과정은 매끄러움 그 자체다.

때문에 양팀의 중원 싸움은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수밖에 없었고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에게 볼이 투입되는 횟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스페인의 월드컵 첫 우승에 가장 기여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강력한 수비진이었다. 스페인은 '화력의 팀'이라는 평가와 달리 이번 월드컵에서 시원스런 득점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결승전까지 총 7경기를 치르는 동안 8골밖에 터트리지 못했고 다비드 비야에게 5골이 집중되었을 정도로 득점 분포도에서도 문제점을 보였다. 매 경기 높은 볼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결정력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대신 실점을 최소화하는 축구를 통해 결승까지 올랐고 결국 우승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그들은 예선전에서 2골을 실점한 후 16강 이후부터는 아예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매경기 1골밖에 넣지 못했지만 우승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스페인의 수비진은 상대 공격진을 철저하게 봉쇄하는 것은 물론 공격 상황에서는 앞으로 크게 전진해 미들필드진과 잔패스를 수시로 주고받는 등 공격에서도 큰 몫을 해냈다. 어떤 면에서 스페인 우승의 주역은 엄청난 활동량과 조직력을 선보였던 수비진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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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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