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스틸컷

▲ 노스페이스 스틸컷 ⓒ (주)동아수출공사/JMD 엔터테인먼트

<노스페이스>는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합작영화에요. 유럽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잔잔함과 진중함을 함께 가지고 있는 작품이죠. 이 영화에서 다루는 내용은 알프스에서 가장 유명한 북벽 중 하나인 아이거 북벽을 등반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하게 두 사람이 걸어가는 길을 밀착 취재하듯이 따라 붙어요. 다른 것에 대해서 거의 무관심하다고 할 만큼 이 영화는 두 사람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요. 그 두 사람은 다름 아닌 토니 쿠르츠(벤노 퓨어만), 앤디 히토이서(플로리안 루카스)에요.

 

이 작품은 1936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정치선전이 되어버린 베를린 올림픽이 열리기 얼마 전의 이야기에요. 독일은 올림픽 이전에 게르만족이 가지고 있는 강인함을 다른 나라에게 보여주기를 원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알프스 아이거 북벽 등반이에요.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등반에 도전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악명 높은 곳 중에 하나였죠. 이곳에 토니와 앤디가 도전을 하게 되어요.

 

토니는 아이거 북벽이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등반을 꺼려요. 하지만 앤디가 너무 가고 싶다고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서게 되죠.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이 등반에 참여하게 길을 열어준 것은 신문사에서 일하는 루이제 펠너(조한나 워카렉)에요. 그는 수습기자란 딱지를 때기 위해서 두 사람에게 이 위험한 등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죠.

 

<노스페이스>는 토니와 앤디 외에도 다른 인물들이 분명 등장하지만 이 작품은 온전히 두 사람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거의 영화 모든 부분에서 두 사람의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위험한 알프스 아이거 북벽을 등정하려는 두 사람의 의지와 고집이 이 영화 전반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죠. 마치 이 작품은 실존 했던 두 사람이 진짜 지금 알프스 아이거 북벽을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요.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까지 주는 것이죠.

 

할리우드 산악영화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

 

노스페이스 스틸컷

▲ 노스페이스 스틸컷 ⓒ (주)동아수출공사/JMD 엔터테인먼트

<노스페이스>가 산악영화란 이야기를 듣고 분명 할리우드에서 나온 작품들을 떠올리는 관객들이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나온 산악영화와 그 궤도가 틀려요. 이야기가 관객 모두를 만족시킬 만큼 아기자기 하지 않다는 것이죠. 오히려 거칠고 투박해요. 두 남자가 보여주는 우직한 고집만큼 영화도 자기 고집을 가지고 있어요.

 

이 작품에는 어떤 CG도, 화려한 액션도 그리고 현란한 편집조차도 없어요. 할리우드 산악영화가 보여주는 기본적인 볼거리들이 전혀 없다는 거죠. 그래서 할리우드 산악영화에 눈높이가 맞추어진 관객들이라면 정말 심심하게 영화를 관람할 가능성이 높아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이 영화를 볼까 그런 이야기가 나올 법해요. 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만 시선을 다르게 보면 너무 멋진 산악영화에요. 유럽에서 나왔기에 가능한 산악영화란 생각이 들어요.

 

<노스페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직한 산악영화에요. 절박한 두 남자의 내면이 느껴지는 영화에요. 이런 부분들이 오히려 우직하면서 정직한 산악영화로 만들고 있어요. 그들이 알프스 아이거 북벽을 등정하려는 것이 정치적인 목적이 아니라 정말 산을 좋아하는 산악인으로서 가지는 원초적인 동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어요.

 

할리우드 산악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한 순수함과 열정이 살아 있는 산악영화란 생각이 들 정도죠. 분명 그 선택 기준이 확연히 다른 영화란 생각이 들 정도에요.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더 사랑 받을 산악영화

 

노스페이스 스틸컷

▲ 노스페이스 스틸컷 ⓒ (주)동아수출공사/JMD 엔터테인먼트

<노스페이스>는 산악인들이라면 그 누구보다 그 순수함에 그리고 산을 등반한다는 의미가 잘 부여된 작품이라고 이야기할 것 같아요. 등산이나 등반을 좋아하는 관객들이 본다면 이 작품은 그 어떤 할리우드 산악영화보다 더 감동적이면서 원초적인 영화 그리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순수함이 담긴 영화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여성보다는 남성관객들에게 더 큰 호응을 얻을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두 주인공의 심리가 남성관객들이라면 묘한 여운을 주기 때문이죠. 어떤 영화보다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모습이 남성관객이라면 감정적으로 동요할 수 있는 느낌을 주어요. 또한 거친 산악영화인만큼 그 어떤 작품보다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영화 구성 또한 한몫을 하고 있죠.

 

이 작품은 할리우드 산악영화와는 그 길이 완전 다른 작품이에요. 조금 더 거치면서 진실한 그리고 우직한 산악영화를 찾는 관객들이라면 확실한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이에요. 다만 할리우드 산악영화와 같은 즐거움을 얻고자 한 관객들이라면 이 작품이 줄 수 있는 것은 지루함과 실망뿐일 가능성 역시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6.07 10:04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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