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는 세상을 바꾼다'라는 신념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작업을 진행한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다큐멘터리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작년 한 해 동안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만들어지고 보여졌지만, 세상을 불사를 만한 다큐멘터리는 만나지 못했다.

3000여 개 댐 만들겠다는 인도 정부, 이를 막는 주민들

 나르마다강 죽이기

나르마다강 죽이기 ⓒ 서울 환경영화제


그런데, 이번에 7회를 맞는 서울환경영화제에 출품한 작품 가운데 시선을 '확' 끄는 작품을 발견했다. 바로 <나르마다강 죽이기(Yindabad)>. 영화제 측 설명에 따르면, 인도에 3000개 이상의 댐을 건설하려는 '나르마다 계곡 개발계획'은 물과 자원을 둘러싼 21세기 최고의 비극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250만명 이상의 주민이 피해를 입었고, 20여 년에 걸쳐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투쟁이 벌어진 것.

인도의 나르마다강은 북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州) 만들라 지방에 위치한 강으로, 길이가 무려 1240km에 이르는 갠지즈강과 더불어 힌두교도들에게는 성천(聖川)으로 받들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개발 바람이 불면서 주민들은 3000여 개의 댐을 지으려는 정부에 맞서 비폭력 투쟁을 벌이게 된다. 25년 전 시작된 이 싸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주민들의 이야기를 스페인의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로이 구이티얀(Roi Guitian)과 마리아노 아구도(Mariano Agudo)가 <나르마다강 죽이기>에 담았다.

개발이라는 것이 예전 낡은 것을 허물고, 새것으로 교체하는 좋은 의미일 수도 있지만, 부동산이 나라 전체를 떠받들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개발'이라는 의미는 다르다. 한몫 단단히 잡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개발을 막는 행위는 반동적이고, 공산주의적이며, 보상금을 노리고 버티는 이기주의자들의 행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경찰이나 용역깡패들에게 끌려 나가고 얻어터지고 불살라지는 사람들을 TV화면에서 보면서도, 단지 보상금의 문제로만 국한 시키는 것이다. 돈만 더 주면 나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러나, 자연을 향한 개발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나르마다강 죽이기>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넘어서 '예언을 하는 다큐멘터리'로서의 기능까지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적어도 4대강을 다 뒤집어 엎고 있는 2010년 대한민국에서는 말이다.

보상금만 바라는 주민들? 잘 보고, 잘 들어

ⓒ 서울환경영화제


영화에서 댐을 건설하려는 의도는 명확하다. 댐을 세워 홍수를 예방하고, 수자원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 밑의 의도는 정부와 개발업자의 부정한 이득만을 채워주기 위함이라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댐을 건설하면서 수몰되는 지역 주민들에게 보상금은 돌아가지만, 문제는 돈만이 아니다.

'이들 수백만의 사람들 중 이주와 재정착의 경제적, 심리적 시련에서 회복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국제 강 네트워크(International Rivers Network)의 수잔 웡 (Susanne Wong)은 말한다. 뿐만 아니라,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도 강이 가지고 있는 원래 모습, 역동성을 잃게 만든다. 또 강의 수계 전반에 걸쳐 지형의 변화, 생태계의 먹이사슬, 환경 파괴에 이르는 회복불가능한 병든 강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나르마다강 유역에 사는 주민들, 주로 여성들은 비폭력 투쟁을 시작했고, 그것이 25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오로지 개발 이외에는 다른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정부와 개발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보는 개발업자들을 상대로 물이 차오르는 집안에 앉아 외치는 것은 '좀 더 많은 보상금'만이 아니다. 정말 개발이라는 외길 밖에는 없는 것인가? 인간의 손이 닫지 않는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그들은 묻고 있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몇 년 후, 몇 천 ㎞를 건너 우리의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의 주민들의 목소리로 이어질 것이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 한편에서 우리의 미래를 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본인의 블로그 http://izone3.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르마다강 죽이기 서울 환경영화제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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