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광주에서 열린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 넥센과 KIA의 경기에서 KIA가 13-3으로 크게 앞선 9회초 수비 2루 자리에는 프로 2년차 안치홍이 아닌 요즘 야구팬들에게 외야수로 기억되는 이종범이 있었다. 아무리 다시 봐도 이종범이었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9회초 공격에 들어섰던 넥센의 대타자 조재호와 강병식은 차례로 타구를 2루로 날리며 이종범의 수비를 평가(?) 했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23일 열린 넥센과의 9회초 수비에서 2루수로 기용된 이종범은 90년대 전성기시절 2루베이스를 넘나드는 폭넓은 수비로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았다. 특히,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응용감독은 20승 투수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할정도로 그의 실력을 높이 샀다.

▲ 바람의 아들 이종범 23일 열린 넥센과의 9회초 수비에서 2루수로 기용된 이종범은 90년대 전성기시절 2루베이스를 넘나드는 폭넓은 수비로 최고의 유격수로 평가받았다. 특히, 당시 사령탑이었던 김응용감독은 20승 투수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할정도로 그의 실력을 높이 샀다. ⓒ KIA 타이거즈


슈퍼스타의 존재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또 다른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그라운드에 나설 때 팬들은 숨쉬기조차 힘든 감동과 희열을 느낀다. 93년 프로입단 후 한국야구를 주름잡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 야구천재, 바람의 아들, 신(神)으로까지 추종되며 지금도 식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선수 KIA타이거즈 이종범 선수

이종범이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 타이거즈의 사령탑이었던 김응룡 감독(현 삼성라이온즈 사장)은 20승 투수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이종범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이종범은 프로 2년차였던 1994년 124경기에 출장해 499타수 196안타 84도루를 기록하며 프로 원년 백인천이 세웠던 4할 타율에 가장 근접했고 꿈의 200안타에도 4개 부족한 기록으로 한 시즌 최다 안타기록을 세웠다. 비록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공짜(?) 고기 때문에 아깝게 대기록 수립에는 실패했지만 98년 일본으로 떠나기까지 해태왕조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었다.

최근의 야구팬들이야 이종범을 그저 나이 많은 노장선수 쯤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올드팬들에게 있어 이종범은 야구선수를 떠나 최고의 슈퍼스타도 부럽지 않은 타이거즈의 자존심이었고 희망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종범의 존재가치는 KIA선수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가 그라운드에 나서는 일거수 일투족은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며 타석에 들어설 때면 "이종범~ 이종범~"을 연호하는 팡파레 응원가가 나온다.

2007시즌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종범은 그해 시즌이 끝난 후 구단으로부터 은퇴 권유를 받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며 선수로서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2008년 전성기 시절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불혹의 나이를 앞두고 거짓말처럼 부활에 성공했고 지난 시즌에는 팀의 중심을 바로세우며 맏형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생애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 시즌 KIA가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보이지 않는 이종범의 리더십과 솔선수범하는 자세 그리고 자존심까지 버리며 자신을 희생하는 그의 모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평가했다.

지난해의 우승 프리미엄 덕분에 이종범은 시즌 초반 외야수겸 6번 타자로 선발출장하며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이제는 주전 자리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9번 타자 이종범, 대주자 이종범, 대수비 이종범은 이종범을 아는 팬들로서는 전성기 시절의 이종범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대우다. 하지만 이종범은 스스로를 너무 잘 아는 선수다. 대주자가 되었건 대수비가 되었건 그에게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유격수 이종범과 2루수 이종범 언뜻 보면 비슷한 내야 포지션으로 보이지만 최고의 전성기시절 2루 베이스를 넘나드는 그의 폭넓은 수비 범위는 당대 최고의 키스톤 콤비를 유지했던 명품 2루수 김종국의 수비실력도 묻힐 정도로 최고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이종범이 다시 90년대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종범도 그라운드를 떠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은퇴 권유을 받았을 당시 이종범은 '떠날 때가 되면 알아서 떠나겠다'라고 말했다. 실력이 안 되고 체력이 못 받쳐 주는데 억지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뜻이 없다는 의미다. 올드팬들은 지금도 유격수 이종범에 대한 추억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가 그라운드를 떠나도 올드팬들은 유격수 이종범을 추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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