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복서 최현미(20, 동부은성체육관)가 고전 끝에 간신히 WBA(세계복싱협회) 타이틀 방어를 했다.

최현미는 30일 수원 성균관대 체육관에서 열린 WBA 여자 페더급 세계타이틀매치 3차 방어전에서 클로디아 안드레아 로페즈(31, 아르헨티나)를 맞이하여 10라운드 내내 어려운 경기를 펼친 끝에 2-1 판정승을 거뒀다.

 화려하게 등장한 최현미

화려하게 등장한 최현미 ⓒ 이충섭


평양에서 태어나 2004년 탈북해서 한국에 정착한 최초의 북한 출신의 복서이기도 한 최현미는 작년 11월 쓰바사 덴쿠와의 2차 방어전 과정을 담은 TV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었다. 그 덕분에 3차 방어전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1억 원을 후원하고 가수 홍서범이 애국가를 부르는 등 많은 관심과 후원으로 성대하게 준비되었다.

 복싱 가운대신 아르헨티나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로페즈

복싱 가운대신 아르헨티나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로페즈 ⓒ 이충섭


하지만, 최현미가 아직 4전(3승 1무) 밖에 경험이 없는 것과는 달리 도전자 로페즈는 18전 (14승 5패)의 베테랑이자 까다로운 왼손잡이였다. 전적 못지 않게 링에 등장하는 패션 또한 대조적이었다. 최현미가 한껏 멋을 내고 링에 등장했던 것에 반해 로페즈는 가운 대신 이제 곧 월드컵에서 한국과 맞붙을 조국 아르헨티나 축구 대표팀 티셔츠를 입고 링에 올랐기 때문이다.

 로페즈에게 큰 펀치를 허용하고 있는 최현미

로페즈에게 큰 펀치를 허용하고 있는 최현미 ⓒ 이충섭


근래 보기 드물게 500여 관중들이 들어찬 경기장에서 최현미를 응원하는 함성이 가득 찬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노장 로페즈는 예상을 뒤엎고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며 날카롭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0cm이상 작은 신장에도 주눅들지 않고 잔뜩 웅크린 채 최현미의 허점을 파고드는 인파이팅이 아주 매서웠다. 최현미는 챔피언다운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역력했다.

 최현미의 가드는 왼손잡이 로페즈에게 너무 쉽게 열렸다

최현미의 가드는 왼손잡이 로페즈에게 너무 쉽게 열렸다 ⓒ 이충섭


10라운드 동안 승부를 가르지 못하고 심판의 채점표에 의해 승패가 갈리는 판정으로 경기가 종료됐다. 승자 발표에 앞서 장내 아나운서는 심판들의 의견 일치가 아닌 2:1 스플릿 판정이 나왔음을 알렸다. 결과는 예상대로 챔피언 최현미의 승리였다. 하지만, 2:1 스코어가 말해주듯 홈 링에서의 경기가 아니었다면 도전자의 손이 올라가도 전혀 이의를 달 수 없는 실망스런 경기였다.

 딸이 얻어맞는 걸 차마 보지 못하고 기도하는 어머니

딸이 얻어맞는 걸 차마 보지 못하고 기도하는 어머니 ⓒ 이충섭


최현미는 '프로데뷔 이래 왼손잡이 선수와 싸운 것이 처음이어서 매우 힘들었다. 정타도 내가 더 많이 맞았다. 결과에 만족한다. 이번 경기를 좋은 경험으로 삼아 앞으로 더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현미는 프로전적 4승(1KO) 1무를 기록했고 패한 로페즈는 14승(3KO) 5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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