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부터 K-리그에 참여하기 시작한 시민 구단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창단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다. 좋게 말하면 어정쩡하게 비기는 경기 없이 이기거나 지거나 화끈한 경기를 펼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리그 초반 두 경기를 이기더니 다섯 경기를 내리 패하고 말았다.

 

비록 그 상대들(성남, 수원, 울산, 전북)이 결코 우습게 볼 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번 경기까지 5연속 패배의 그늘은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90분 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밸런스가 자주 흔들린다는 점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끌고 있는 부산 아이파크는 11일 낮 부산 아시아드에서 벌어진 2010 K-리그 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안방 경기에서 골잡이 양동현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인천과의 불편한 인연(최근 5경기, 2무 3패)을 끊어버렸다.

 

수비수 안재준의 감격적인 데뷔골, 그러나...

 

간판 미드필더 도화성을 경고 누적 징계로 빼 두고 부산 아시아드에 들어온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3분 만에 정혁이 차 올린 왼쪽 코너킥을 수비수 안재준이 머리로 방향을 바꿔 1-0으로 앞서가기 시작한 것. 2008년에 인천에 들어온 수비수 안재준은 68경기 만에 첫 골을 넣는 기쁨을 누린 것이다. 전북과의 지난 경기에서 도움을 올린 것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으니 그 기쁨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기쁨 뒤에는 불안감이 조금씩 밀려들어왔다. 최근 4연패의 기억 중에서 두 번이나 역전패한 기억(3월 19일, vs 수원 1-2 / 4월 4일, vs 전북 2-3)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인천의 축구 색깔이 재미없게 수비만 하는 축구가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경기 끝까지 유지되지 못하는 팀 밸런스는 분명히 큰 문제점이었다.

 

정말로 이 경기에서도 인천은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아야 했다. 동점골 장면도 거짓말처럼 닮아 있었다. 박희도의 왼쪽 코너킥을 미드필더 유호준이 이마로 돌려 넣은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거울을 통해 내면의 문제점을 들여다보듯 인천 유나이티드 FC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을 가르쳐주는 것처럼 보였다.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부산 수비수들이 13분에 안재준을 놓친 것 때문에 골을 내준 것이나 인천 수비수들이 부산 미드필더 유호준을 끝까지 붙들어두지 못한 것이나 뭐 하나 다를 것이 없었다.

 

사실, 인천 입장에서는 이렇게 거울을 들여다보듯 골을 내준 것 이상으로 더 심각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내면이 있었다. 축구장에서 어느 곳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겠지만 짜임새가 느껴지지 않는 중원은 특히 더 심각하게 보였다.

 

야스민 아기치가 그립다

 

 2006. 6. 6 문학경기장 고별 경기(인천 vs 경남)에서 패스하는 MF 야스민 아기치.

2006. 6. 6 문학경기장 고별 경기(인천 vs 경남)에서 패스하는 MF 야스민 아기치. ⓒ 심재철

 

이 경기에서는 그동안 인천 미드필더의 중심을 잡아 주던 도화성이 나오지 않아서 허리가 더 부실해 보였지만 그러한 문제점은 이번 한 경기에서만 드러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원적인 처방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인천의 공격진에는 지난해 김영후(강원 FC)와 함께 신인왕 다툼을 치열하게 펼칠 정도로 탁월한 골잡이 유병수가 있다. 데뷔 첫 해에 14골을 몰아넣으며 팀을 6강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공로는 따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의 그에게는 '2년차 징크스'라는 불편한 꼬리표가 따라다닐 정도로 부진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일곱 경기에서 501분을 뛰면서 단 한 개의 공격 포인트조차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은 선수 본인의 조급한 심리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7라운드를 끝낸 지금까지 단짝 공격수(챠디, 남준재, 강수일)가 분명하게 결정되지 못한 탓도 크다.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4-2-3-1' 포메이션으로 갈아입은 2010 시즌의 새 옷이 정말 불편하기만 한 점이다.

 

여기서는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장원석-이재권)와 꼭짓점 역할을 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도화성 또는 정혁) 사이의 조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인데 이 부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들이 이루는 삼각형의 본래 모양이 경기 내내 최대한 유지되어야 팀의 공-수 밸런스를 잃지 않을텐데 말이다.

 

도화성도 없는 상태에서 인천의 중원을 끝까지 잘 지켰어야 할 이재권은 71분에 두 번째 노란딱지를 받으며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아무리 경험이 부족한 새내기라고 하지만 자신이 외롭게 뛰고 있는 이유를 모르는 바 아니었을텐데 무리하게 왼쪽 측면 드리블을 고집하다가 불필요한 반칙까지 저지른 것이다. 

 

강팀들을 계속 상대하는 과정에서 팀이 연패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것이 축구다. 특히, 거기서 빠져나오는 힘은 허리로부터 나와야 할텐데 현재로서는 그러한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인천의 현실이다. 어쩌면 2군리그(R리그)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노종건을 불러와 다시 고성능 지우개를 예상보다 빨리 가동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창단 2년차 시민구단의 기적을 만들었던 2005년(K-리그 준우승)부터 이듬해 여름까지 인천의 중원을 맡아 박진감 넘치면서도 우아한 공격을 이끌어냈던 야스만 아기치(크로아티아)가 그립다. 자기 개인의 보디 밸런스는 물론, 팀 전체의 균형을 비교적 잘 잡아주던 그의 왼발이 더 생각나는 인천 FC의 현주소다.

 

그가 회춘하기를 바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에 버금갈 만한 중원의 지휘자가 인천으로서는 절실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 2010 K-리그 7라운드 부산 경기 결과, 11일 부산 아시아드

★ 부산 아이파크 2-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유호준(23분,도움-박희도), 안현식(78분,자책골) / 안재준(13분,도움-정혁)]

◎ 부산 선수들
FW : 호물로(46분↔최광희), 양동현(90분↔정성훈), 박희도
MF : 한상운, 김근철(73분↔김상록), 유호준, 박진섭
DF : 박우현, 김응진, 이정호
GK : 전상욱

◎ 인천 선수들
FW : 챠디(54분↔유병수), 강수일
MF : 전재호, 정혁, 코로만(78분↔고경민), 이재권(71분-경고누적 퇴장), 이준영(46분↔윤원일)
DF : 안재준, 안현식, 김영빈
GK : 성경모

2010.04.12 17:33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0 K-리그 7라운드 부산 경기 결과, 11일 부산 아시아드

★ 부산 아이파크 2-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유호준(23분,도움-박희도), 안현식(78분,자책골) / 안재준(13분,도움-정혁)]

◎ 부산 선수들
FW : 호물로(46분↔최광희), 양동현(90분↔정성훈), 박희도
MF : 한상운, 김근철(73분↔김상록), 유호준, 박진섭
DF : 박우현, 김응진, 이정호
GK : 전상욱

◎ 인천 선수들
FW : 챠디(54분↔유병수), 강수일
MF : 전재호, 정혁, 코로만(78분↔고경민), 이재권(71분-경고누적 퇴장), 이준영(46분↔윤원일)
DF : 안재준, 안현식, 김영빈
GK : 성경모
인천 유나이티드 FC 부산 아이파크 K-리그 축구 안재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