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FW 유병수와 울산 DF 김치곤의 공 다툼 ⓒ 심재철
지난 해 신인왕을 거머쥔 김영후의 마수걸이 골이 드디어 터졌다. 강원 FC의 골잡이 김영후는 28일 낮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전남과의 맞대결에서 37분에 멋진 오른발 중거리슛 첫 골을 시작으로 79분에 팀의 다섯번째 골이자 자신의 첫 해트트릭을 완성시키며 기분 좋은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김영후는 경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대 선수들에게 밥을 한 번 사야겠다는 농담까지 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반면, 지난 시즌에 김영후와 나란히 신인왕 경쟁을 펼친 바 있는 인천의 유병수는 그보다 하루 전에 벌어진 울산과의 안방 경기에서도 여전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80분에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은 27일 저녁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0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골잡이 둘(이진호, 오르티고사)의 귀중한 골들을 만들어내며 2-1로 이기고 리그 선두 자리에 올랐다.
유병수에게 '원 톱'은 너무 부담스러워
지난 해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 김영후와 유병수의 공식적인 첫 맞대결은 그 해 4월 5일 낮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이루어진 바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었지만 그 경기에서 유병수는 보기 좋게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0 완승을 이끌어내 김영후보다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둘의 발걸음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김영후의 경우 소속팀 강원 FC의 초반 성적(1승 1무 3패)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섯 경기만에 시즌 첫 승을 거두기까지 그의 해트트릭은 너무나도 기다리던 안방 골잔치였던 것이다.
▲ 후반전, 울산 MF 오장은이 인천의 골문을 향해 가위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 심재철
이에 비해 인천 골잡이 유병수는 아직까지 시즌 초반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골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서 팬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팀의 경기 운영 시스템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병수와 마찬가지로 인천에 들어온지 2년차로 접어든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은 올 시즌 새내기 골잡이 남준재와 수비형 미드필더 이재권을 내세우며 기존 선수들과 어우러지는 4-2-3-1 포메이션을 추구하고 있다. 유병수는 거기에서 맨 앞의 공격 선봉장 역할을 맡는다. 이른바 외롭기만한 '원 톱'인 것이다.
이 경기에서도 유병수는 상대의 노련한 수비수 둘(유경렬, 김치곤) 틈에서 좀처럼 슛 기회조차 얻지 못할 정도로 고립되었고 결국 80분에 쓸쓸하게 옆 줄 밖으로 물러나 라커룸으로 향해야 했다. 41분, 도화성에서 코로만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측면 연결이 잘 이루어져 유병수의 이마가 한 차례 빛나기도 했지만 너무 내리찍는 헤더를 시도하다보니 김영광이 지키는 울산 골문 안쪽으로 향하지는 못했다.
▲ 인천 MF 도화성의 드리블을 울산 수비수 유경렬(오른쪽)과 이용이 따라붙고 있다. ⓒ 심재철
아무리 그래도 유병수는 현재 인천을 대표하는 골잡이인데 경기마다 골을 넣는 것은 사치라 쳐도 유효 슛을 최소한 두 세 차례 이상 기록해야 하는 것이 축구장 골잡이로서의 상식적인 흔적일 것이다.
유병수의 부진 원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단짝 부재'라 할 수 있다. 그 단짝은 나란히 서는 골잡이일 수도 있으며 그 뒤를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일텐데, 현재 인천의 포메이션을 고려하면 그 역할은 공격형 미드필더 도화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패스의 감각과 정확도로는 현재 인천에서 도화성을 능가할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매 경기마다 그에게 그 중책이 내려지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라 여겨지면서도 실제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수가 없다. 울산과의 이 경기도 여전히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지배하기보다는 대체로 끌려다녔다.
울산에는 그 이상으로 노련한 미드필더 둘(오장은, 에스티벤)이 경기를 조율했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봐도 4-4-2 포메이션을 쓰면서 가볍게 2-1 승리를 따낸 울산이 인천의 페트코비치 감독과 선수들에게 한 수 가르쳐준 꼴이 되었다.
한 마디로 골잡이 유병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도화성을 그렇게 4-2-3-1 포메이션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자리로 쓰는 것보다는 4-4-2 포메이션으로 전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인천은 53분에 장원석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골잡이 카디코프스키(챠디)를 들여보내면서 '4-4-2'로의 포메이션 전환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도화성은 뒤로 한 발 더 물러나 보다 매끄러운 패스를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그리고 '투 톱'(유병수↔강수일, 챠디) 또한 더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해 유병수와 챠디가 공격수로서의 조합을 날카롭게 이루어낼 때를 충분히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상대팀 울산 선수들이 후반전 29초만에 터진 오르티고사의 결승골을 지키기 위해 수비에 치중한 것, 65분에 인천 수비수 안현식이 경고 누적으로 쫓겨난 것까지 감안하면 이 긍정적인 흐름이 오래 이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 종료 직전, 인천 골잡이 챠디의 왼발 돌려차기가 크로스바를 때리는 순간! ⓒ 심재철
'4-2-3-1' 포메이션이 상대적으로 포지션의 '고정된 역할'에 가까운 축구를 구사한다면 '4-4-2' 포메이션은 경기중 팀 전체가 팔색조로 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창의적인 장면'이 만들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에 따라 이 부분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올 시즌 인천의 경우 너무 그 역할에 따른 몸놀림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주요 교체 선수(FW 챠디, 강수일 / MF 정혁, 이준영)들의 창의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굳이 4-2-3-1 포메이션을 고집하지 않아도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에, 시즌 두 경기 연속 승리 후 3연속 패배의 아픔을 빨리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