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FW 유병수와 울산 DF 김치곤의 공 다툼

인천 FW 유병수와 울산 DF 김치곤의 공 다툼 ⓒ 심재철

지난 해 신인왕을 거머쥔 김영후의 마수걸이 골이 드디어 터졌다. 강원 FC의 골잡이 김영후는 28일 낮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전남과의 맞대결에서 37분에 멋진 오른발 중거리슛 첫 골을 시작으로 79분에 팀의 다섯번째 골이자 자신의 첫 해트트릭을 완성시키며 기분 좋은 승리의 주역이 되었다. 김영후는 경기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상대 선수들에게 밥을 한 번 사야겠다는 농담까지 할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반면, 지난 시즌에 김영후와 나란히 신인왕 경쟁을 펼친 바 있는 인천의 유병수는 그보다 하루 전에 벌어진 울산과의 안방 경기에서도 여전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80분에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김호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은 27일 저녁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0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방문 경기에서 골잡이 둘(이진호, 오르티고사)의 귀중한 골들을 만들어내며 2-1로 이기고 리그 선두 자리에 올랐다.

 

유병수에게 '원 톱'은 너무 부담스러워

 

지난 해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 김영후와 유병수의 공식적인 첫 맞대결은 그 해 4월 5일 낮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이루어진 바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었지만 그 경기에서 유병수는 보기 좋게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2-0 완승을 이끌어내 김영후보다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둘의 발걸음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김영후의 경우 소속팀 강원 FC의 초반 성적(1승 1무 3패)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섯 경기만에 시즌 첫 승을 거두기까지 그의 해트트릭은 너무나도 기다리던 안방 골잔치였던 것이다.

 

 후반전, 울산 MF 오장은이 인천의 골문을 향해 가위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후반전, 울산 MF 오장은이 인천의 골문을 향해 가위차기를 시도하고 있다. ⓒ 심재철

 

이에 비해 인천 골잡이 유병수는 아직까지 시즌 초반이라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겠지만 골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서 팬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팀의 경기 운영 시스템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병수와 마찬가지로 인천에 들어온지 2년차로 접어든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은 올 시즌 새내기 골잡이 남준재와 수비형 미드필더 이재권을 내세우며 기존 선수들과 어우러지는 4-2-3-1 포메이션을 추구하고 있다. 유병수는 거기에서 맨 앞의 공격 선봉장 역할을 맡는다. 이른바 외롭기만한 '원 톱'인 것이다.

 

이 경기에서도 유병수는 상대의 노련한 수비수 둘(유경렬, 김치곤) 틈에서 좀처럼 슛 기회조차 얻지 못할 정도로 고립되었고 결국 80분에 쓸쓸하게 옆 줄 밖으로 물러나 라커룸으로 향해야 했다. 41분, 도화성에서 코로만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측면 연결이 잘 이루어져 유병수의 이마가 한 차례 빛나기도 했지만 너무 내리찍는 헤더를 시도하다보니 김영광이 지키는 울산 골문 안쪽으로 향하지는 못했다.

 

 인천 MF 도화성의 드리블을 울산 수비수 유경렬(오른쪽)과 이용이 따라붙고 있다.

인천 MF 도화성의 드리블을 울산 수비수 유경렬(오른쪽)과 이용이 따라붙고 있다. ⓒ 심재철

 

아무리 그래도 유병수는 현재 인천을 대표하는 골잡이인데 경기마다 골을 넣는 것은 사치라 쳐도 유효 슛을 최소한 두 세 차례 이상 기록해야 하는 것이 축구장 골잡이로서의 상식적인 흔적일 것이다.

 

유병수의 부진 원인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단짝 부재'라 할 수 있다. 그 단짝은 나란히 서는 골잡이일 수도 있으며 그 뒤를 받치는 공격형 미드필더일텐데, 현재 인천의 포메이션을 고려하면 그 역할은 공격형 미드필더 도화성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패스의 감각과 정확도로는 현재 인천에서 도화성을 능가할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매 경기마다 그에게 그 중책이 내려지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라 여겨지면서도 실제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수가 없다. 울산과의 이 경기도 여전히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지배하기보다는 대체로 끌려다녔다.

 

울산에는 그 이상으로 노련한 미드필더 둘(오장은, 에스티벤)이 경기를 조율했기 때문이다. 결과만 놓고 봐도 4-4-2 포메이션을 쓰면서 가볍게 2-1 승리를 따낸 울산이 인천의 페트코비치 감독과 선수들에게 한 수 가르쳐준 꼴이 되었다.

 

한 마디로 골잡이 유병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도화성을 그렇게 4-2-3-1 포메이션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자리로 쓰는 것보다는 4-4-2 포메이션으로 전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실제로 인천은 53분에 장원석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골잡이 카디코프스키(챠디)를 들여보내면서 '4-4-2'로의 포메이션 전환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도화성은 뒤로 한 발 더 물러나 보다 매끄러운 패스를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그리고 '투 톱'(유병수↔강수일, 챠디) 또한 더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해 유병수와 챠디가 공격수로서의 조합을 날카롭게 이루어낼 때를 충분히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상대팀 울산 선수들이 후반전 29초만에 터진 오르티고사의 결승골을 지키기 위해 수비에 치중한 것, 65분에 인천 수비수 안현식이 경고 누적으로 쫓겨난 것까지 감안하면 이 긍정적인 흐름이 오래 이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종료 직전, 인천 골잡이 챠디의 왼발 돌려차기가 크로스바를 때리는 순간!

종료 직전, 인천 골잡이 챠디의 왼발 돌려차기가 크로스바를 때리는 순간! ⓒ 심재철

 
'4-2-3-1' 포메이션이 상대적으로 포지션의 '고정된 역할'에 가까운 축구를 구사한다면 '4-4-2' 포메이션은 경기중 팀 전체가 팔색조로 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창의적인 장면'이 만들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에 따라 이 부분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올 시즌 인천의 경우 너무 그 역할에 따른 몸놀림을 지나치게 경직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주요 교체 선수(FW 챠디, 강수일 / MF 정혁, 이준영)들의 창의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굳이 4-2-3-1 포메이션을 고집하지 않아도 보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했기 때문에, 시즌 두 경기 연속 승리 후 3연속 패배의 아픔을 빨리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변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 2010 K-리그 27일 경기 결과, 인천 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2 울산 [득점 : 이재권(36분) / 이진호(20분,도움-최재수), 오르티고사(46분,도움-오장은)]

◎ 인천 선수들
FW : 유병수(80분↔강수일)
MF : 코로만, 장원석(53분↔챠디), 도화성, 이재권, 남준재(70분↔이준영)
DF : 전재호, 안재준, 안현식(65분-퇴장), 윤원일
GK : 송유걸

◎ 울산 선수들
FW : 오르티고사, 이진호(71분↔고슬기 / 90+3분↔김신욱)
MF : 최재수, 에스티벤, 오장은, 강진욱(46분↔정대선)
DF : 김동진, 김치곤, 유경렬, 이용
GK : 김영광

◇ 리그 순위(28일 현재)
1 울산 10점 3승 1무 1패 +1
2 FC 서울 9점 3승 1패 +6 
3 제주 9점 2승 3무 +3 
4 성남 8점 2승 2무 +9
5 전북 8점 2승 2무 +3 
5 경남 8점 2승 2무 +3 
7 포항 7점 2승 1무 1패 +4 
8 부산 7점 2승 1무 2패 +2 
9 수원 6점 2승 2패 -1 
10 인천 6점 2승 3패 -5 
11 전남 5점 1승 2무 2패 -1 
12 광주 5점 1승 2무 2패 -3 
13 강원 4점 1승 1무 3패 -7 
14 대구 3점 1승 4패 -5 
15 대전 1점 1무 4패 -9 

2010.03.29 08:32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0 K-리그 27일 경기 결과, 인천 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2 울산 [득점 : 이재권(36분) / 이진호(20분,도움-최재수), 오르티고사(46분,도움-오장은)]

◎ 인천 선수들
FW : 유병수(80분↔강수일)
MF : 코로만, 장원석(53분↔챠디), 도화성, 이재권, 남준재(70분↔이준영)
DF : 전재호, 안재준, 안현식(65분-퇴장), 윤원일
GK : 송유걸

◎ 울산 선수들
FW : 오르티고사, 이진호(71분↔고슬기 / 90+3분↔김신욱)
MF : 최재수, 에스티벤, 오장은, 강진욱(46분↔정대선)
DF : 김동진, 김치곤, 유경렬, 이용
GK : 김영광

◇ 리그 순위(28일 현재)
1 울산 10점 3승 1무 1패 +1
2 FC 서울 9점 3승 1패 +6 
3 제주 9점 2승 3무 +3 
4 성남 8점 2승 2무 +9
5 전북 8점 2승 2무 +3 
5 경남 8점 2승 2무 +3 
7 포항 7점 2승 1무 1패 +4 
8 부산 7점 2승 1무 2패 +2 
9 수원 6점 2승 2패 -1 
10 인천 6점 2승 3패 -5 
11 전남 5점 1승 2무 2패 -1 
12 광주 5점 1승 2무 2패 -3 
13 강원 4점 1승 1무 3패 -7 
14 대구 3점 1승 4패 -5 
15 대전 1점 1무 4패 -9 
유병수 김영후 인천 유나이티드 FC K-리그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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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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