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스케이팅 1만m는 육상으로 치면 마라톤이다. 400m트랙을 25바퀴나 돌아야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이다. 5000m에서 이미 은메달을 목에 걸어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첫메달을 선물하며 이후 모태범,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견인한 이승훈 선수가 24일 새벽(한국시간) 1만m를 힘차게 내달렸다. 결과는 12분 58초 92로 올림픽 기록이었다.

 

이제 남은 선수는 4명, 그 중 마지막 7조에 속한 세계신기록(12분41초69) 보유자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 선수가 이승훈 선수를 위협할 유일한 선수였다. 크라머는 24일 5000m에서 이승훈 선수가 은메달을 딸때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였다.

 

역시 크라머는 대단했다. 결승선을 12분 54초 50으로 통과하면서 환호했다. SBS 중계진도,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아쉬워했다. 하지만 잠시 모든 것이 변했다. 이유는 8바퀴를 남겨 둔 상태에서 크라머는 바깥코스로 타려다가 갑자기 안쪽코스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가 가야할 곳은 인코스가 아니라 아웃코스였다. 경기규정 253조엔 안쪽라인을 탄 선수는 교차지점에서 바깥라인으로 타야 한다는 '주로교차' 규정이 있는데 이를 어겨 실격처리 되면서 이승훈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이다.

 

크라머 선수의 얼굴빛은 코치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 순간 변했고, 고글을 내던지는 모습은 크라머 선수의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크라머 선수는 나중에 자신은 아웃코스로 타려고 하는데 "코치가 인코스로 타야 한다고 해 인코스를 탔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SBS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의아했다. 김정일 캐스터와 제갈성렬 해설위원 누구 하나 크라머 선수가 인코스를 두 번 연속 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오히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주로교차'를 위반한 사실을 끝까지 몰랐다. 교차지점 표시를 나타내는 '콘'을 스쳤는가? 아닌가? 오른발이 콘을 지났는지만 따졌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출신이다. 그렇다면 크라머 선수가 교차규정을 위반하는 순간에는 위반 사실을 잘 몰랐더라도 한쪽 라인을 계속 타는데도 끝까지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중계화면에서 크라머 선수가 실수하는 장면을 거듭 보여주었고, 김관규 코치와 이승훈 선수가 좋아하는 장면을 보여주었지만 왜 좋아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크라머 선수가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도 '주로교차'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 또한 끝까지 알지 못했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그 동안 해설은 하지 않고 소리만 지른다며 '사우팅 해설'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SBS> 뉴스게시판과 <SBS> 밴쿠버 2010년 응원하기 게시판에는 크라머 선수 실격 이유를 끝까지 찾아내지 못한 제갈성렬 해설위원과 김정일 캐스터를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1만m에서 크라머 선수 실격을 제대로 잡지 못한 SBS 중계에 대해 누리꾼들이 <SBS>에 누리꾼들이 비판하고 있다.

1만m에서 크라머 선수 실격을 제대로 잡지 못한 SBS 중계에 대해 누리꾼들이 에 누리꾼들이 비판하고 있다. ⓒ SBS

'nemorino'는 "SBS 캐스터와 해설위원. 모두 자격미달! 기본적인 정보도 모르고 경기 룰도 제대로 모른다"면서 "올림픽 경기 볼 때 음소거 해놓고 보는게 정신건강에 도움되겠다"고 비판했다.

 

'greentree405'는 "'콘'에 스쳐서 실격이라니. 언제부터인지 해설위원들이 해설은 뒷전이고 자기들끼리 개그맨 흉내내는 걸로 소일거리하듯 해설을하는지. 흥분하든 소리를 지러든 다 좋지만 자신인 그 자리에 무엇을 위해 나왔는지 잊지 말고 해설의 본분에 충실해주기를 바란다"며 "자신이 시청자라 착각말고 해설위원임을 기억하라"고 충고했다.

 

'songjs55'는 "아무리 이해를 해주려 해도 해설위원은 너무 부족하네요 경기 규칙도 모르면서 무슨 해설을 합니까? TV에서도 중계중에 문제가 생기니까 그 장면을 여러 번 보여 줬는데도 건드리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하는 것이 전문가입니까"라며 "비전문가가 봐도 문제있으니 자꾸 보여주는구나 생각 했는데 전문가가 왜 그런지요? 그리고 예민한 문제인 개인적인 종교성향까지 드러내는 분이 해설가로 적당하다고 SBS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요"라고 비판했다.

 

특히 제갈성렬 해설위원이 이승훈 선수에게 금메달이 확정되자 "우리 주님께서 허락하셔서 금메달을 땄습니다"와 "주님의 뜻이라"는 해설까지 해 비판을 받고 있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후 자기가 믿는 신앙을 고백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해설자가 특정 종교를 전파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 해설은 자기 신앙을 고백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해설자가 하면 안 되는 단어이다.

 

 포털 <다음>에 올라온 미숙한 해설 비판글들

포털 <다음>에 올라온 미숙한 해설 비판글들 ⓒ 다음

<다음> 누리꾼 '헤르메스'는 "우리 사회는 각자 종교는 인정해준다. 하지만 당신의 종교관이 중요하듯 타인의 종교관도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규현'은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정교분립이 뭔지도 모르냐? 이 나라가 국교가 기독교가 아닌데 어떻게 그런 발언을 할 수가 있는지" 따져 묻고 "자기가 종교를 믿고 있으면 이 나라에는 믿음의 자유라는게 있고 다른 사람들이 다 기독교인도 아니라는 것, 타종교인들도 많은 나라라는 것 쯤은 이해하고 해설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끝까지 크라머 선수가 왜 실격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오히려 크라머 선수가 실수하는 장면을 보여주어도 그것을 역주하는 모습이라고 해설하고, 특정 종교를 그대로 소개하는 해설은 문제가 있다. 이승훈 선수의 금메달은 정말 금메달이었지만 해설은 그렇지 못했다.

2010.02.24 15:58 ⓒ 2010 OhmyNews
이승훈 제갈성렬 밴쿠버 올림픽 크라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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