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히어로즈 미들급 결승 토너먼트(2007년 9월 17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가 지금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는 4강전 못지 않게 슈퍼파이트 등 기타 경기들도 화려했다는 점이다.

 

전편에서 언급한 '러시아군 최강병사' 세르게이 하리토노프(30·러시아)와 '더치 사이클론' 알리스타 오브레임(30·네덜란드)의 헤비급 매치는 물론 '암바 대마왕' 윤동식(38·팀尹)과 젤그 '벤케이' 갈레시치(31·크로아티아)의 맞대결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번 회에 소개될 '신의 아들'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33·일본) vs 비비아노 페르난데스(30·브라질), '타격맹수' 멜빈 마누프(34·네덜란드) vs 파비오 실바(28·브라질)전도 당시경기전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키드같은 경우 출전한다는 자체만으로 곧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장하던 히어로즈 최고의 스타였고 마누프 역시 이전부터 워낙 임팩트 있는 경기를 보여왔던지라 점차 팬 층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거기에 그들과 맞붙을 선수들과 캐릭터가 현저하게 다른지라 더욱더 눈길을 끌만했다.

 

 '신의 아들'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왼쪽)와 비비아노 페르난데스

'신의 아들'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왼쪽)와 비비아노 페르난데스 ⓒ K-1

 

이겼지만 아쉬웠던  '신의 아들'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

 

'상대가 강했던 것일까, 아님 오랜만의 경기로 몸이 덜 풀렸던 탓일까?'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고 있었지만 종합무대에서는 타격에 더욱 소질을 나타내며 디펜스형 스트라이커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던 야마모토 '키드' 노리후미. 그를 맞아 페르난데스는 가드를 바싹 올린 채 틈만 있으면 클린치 또는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어차피 타격으로는 힘든지라 자신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단단한 근육질의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풀한 '테이크다운(take down)'이 인상적이었는데 레슬링에 일가견이 있는 야마모토 조차도 이를 감당치 못하고 계속해서 밀리는 모습이었다.

 

일단 그라운드로 전환한 상태에서는 페르난데스의 공세가 단연 돋보였다. 주짓수의 강자답게 다양한 서브미션을 차례로 시도하며 야마모토를 놀라게 했으며 어렵사리 빠지기는 했지만 수 차례 성공직전까지 가는 등 경기를 접전으로 몰아갔다.

 

때문에 부담감을 느낀 야마모토는 상위 포지션을 점령한 상태에서도 전매특허인 날카로운 파운딩도 마음껏 뻗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 나중에는 아예 틈만 생기면 몸을 빼 그라운드 공방전을 회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야마모토를 힘들게 한 것은 페르난데스의 가드포지션에서의 압박이었다. 아무리 야마모토가 테이크다운 방어에 신경을 써도 자신의 체중을 실어 스스로 바닥에 누워버리는 플레이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고, 일단 그런 상황이 전개되면 또다시 서브미션의 압박이 거듭되는 양상이 반복되었다.

 

결국 야마모토는 그동안의 적극적인 모습과는 달리 원거리에서의 타격으로 포인트를 따는 경기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상대의 테이크다운을 극도로 경계하는 상태에서 펼치는 것인지라 위력은 그다지 없어 보였다.

 

경기 후반에는 몇 방의 펀치를 낸 뒤 즉시 뒤로 빠지는 등 아예 노골적으로 아웃파이팅을 시도했다. 결국 포인트에서 앞선 야마모토가 승리는 가져갔지만 자신 역시 경기내용에 만족하지 못하는 듯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더불어 야마모토의 히어로즈 데뷔 후 전 경기 TKO, KO 행진도 막을 내렸다. 예전같지 않은 경기력에 일본 현지 팬들은 물론 국내 팬들조차 상당한 실망감을 표시하는 모습이었다.

 

 

 '타격맹수' 멜빈 마누프(왼쪽)와 파비오 실바

'타격맹수' 멜빈 마누프(왼쪽)와 파비오 실바 ⓒ K-1-센고쿠

 

여전한 존재감 보여준 '타격짐승' 멜빈 마누프

 

다소 아쉬움을 남겨줬던 야마모토와 달리 '타격맹수' 멜빈 마누프는 여전했다. '작은 반더레이실바'로 불리던 파비오 실바와의 '터프가이' 대결에서 압승을 거둬버린 것.

 

두 선수의 경기는 거친 타격가들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경기 전부터 시선을 끌었다. 더욱이 기자 회견장에서부터 얼굴을 맞대고 으르렁거렸던 터라 팬들 사이의 기대치는 그 어느 경기보다도 높았다.

 

하지만 강하면 언젠가는 부러지는 법. 물러서지 않는 타입끼리의 충돌은 결국 한쪽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7월부터 자신과 한판 붙자며 마누프에 대한 도발을 거듭했었던 실바는 공이 울리기 직전까지 반더레이의 퍼포먼스를 흉내내며 일촉즉발의 분위기를 야기 시켰다. 더욱이 최대한 마누프와의 초반 격돌을 피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심판의 사인이 떨어지기도 전에 이미 달려들듯 한 태세를 취하며 관중들을 열광시키는 모습이었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양 선수는 과격하게 부딪혔다. 마누프가 펀치를 던지며 압박을 시도하자 실바는 클린치에 이은 거친 니킥으로 이에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마누프는 급소를 맞아 잠시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소문난 짐승남답게 금새 파이팅 포즈를 취하며 놀라운 회복속도(?)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어진 공격에서 강력한 양손 훅이 연이어 터졌고 충격을 받은 실바는 그대로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마누프는 기회를 놓칠 새라 득달같이 달려들어 파운딩 연타를 터트렸고 경기는 거기서 끝이 나고 말았다. 마누프의 TKO 승이 선언되는 순간이었다.

 

이전 경기에서 베르나르 악카와 루슬란 카라예프를 넉아웃시킨 마누프는 슈트복스의 '복병'까지 화끈하게 넉 아웃시켜 버리며 동체급 최고의 타격가는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계속>

2010.02.15 11:04 ⓒ 2010 OhmyNews
신의 아들 K-1 히어로즈 타격 맹수 짐승남 종합격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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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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