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루비콘픽처스

배우가 되고 싶은 깡패와 깡패보다 더 깡패같은 배우. 이 두 남자가 짜여진 액션이 아닌 실제 액션으로 이뤄진 영화를 찍고자 한 적이 있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알게 된 진심. 그 두 남자는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겪었지만, 결말은 비극이었다.

 

굵직한 액션 속에 소소한 재미를 불어넣었던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2년이 지난 지금, 새 영화로 돌아왔다.

 

소지섭, 강지환이 연기한 '두 남자'는 송강호, 강동원으로 교체되었다. 그리고 스케일은 남북 문제로 거대해졌다.

 

그러나 진지하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영화다>에서 보여준 것처럼 장훈 감독은 굵직함 속에 따뜻함과 재미를 녹여냈다. 두 남자의 강도 높은 액션에 인간미를 담아낸 것이다.

 

버림을 받아 자신의 소속을 잃은 두 남자, 만나서 함께 하기에는 서로가 적이 될 수 있는 두 남자의 이야기. 의심에서 시작된 의리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 <의형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의심에서 시작된 두 남자의 의리

 

북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남파 공작원 송지원(강동원), 그리고 그 명령을 수행 못하도록 그를 잡으려는 국정원 요원 이한규(송강호)는 사건의 중심에서 스치듯이 서로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작전 실패로 한규는 국정원을 나오고, 지원은 오해를 받아 북으로부터 배신자로 찍힌다.

 

그리고 6년이 지난 지금, 사람을 찾는 일로 현상금을 받아 살게 된 한규는 우연히 지원을 만나게 된다. 서로를 단번에 알아보지만 내색하지 않는 두 남자. 한규는 지원을 잡아두기 위해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두 남자는 함께 일하며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한규는 지원을 잡아 재기하기 위해 그를 감시하고, 지원은 한규를 통해 북으로부터 다시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그를 감시한다. 그러나 둘은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 대해 점차 많은 것을 알아가게 되고, 서로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영화는 영화다>와 닮은 <의형제>

 

 영화 <의형제>의 한 장면

영화 <의형제>의 한 장면 ⓒ 루비콘픽처스

 

영화 <의형제>는 2008년작 <영화는 영화다>와 무척 닮아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스케일이나 줄거리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두 남자가 만나 서로에 대한 진심과 사정을 알게 되면서 이해의 과정을 거친다는 면에서는 비슷하다.

 

이것 또한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두 영화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연결고리가 되는 장훈 감독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다>로 데뷔하여 2008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과 2009년 대종상영화제 시나리오상을 거머쥐며 충무로가 주목하는 신인 감독으로 떠오른 사람이 바로 장훈 감독이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영화 <의형제>에서도 <영화는 영화다>와 같이 두 남자의 굵직하고 거침없는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섬세한 사연들을 통해 인간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물론 제목에서 이미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적인 두 남자가 의형제로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닮았지만 더 안정감 있는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영화 <의형제>는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췄다. 송강호, 강동원이라는 두 배우의 출연도 그러하거니와 굵직한 액션에 공감할 수 있는 그들만의 사연, 그리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유머, 이 모든 것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장훈 감독이라는 연결고리를 다시 이용하여 비교하자면, <영화는 영화다>와 닮아있지만 <의형제>가 좀 더 세련된 느낌이다.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 더 안정감 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한층 발전된 느낌을 준다.

 

영화는 영리하게도 관객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하는 스릴과 긴장을 적절한 때에 부여할 줄 알고, 또 그것을 풀어줄 소소한 유머와 재미를 적당한 곳에 배치했다. 상영 내내 진지할 것만 같은 포스터와 제목에서 비롯된 오해가 곳곳에서 풀리는 영화가 <의형제>다.

 

배우 송강호와 강동원의 힘

 

 영화 <의형제>의 한 장면

영화 <의형제>의 한 장면 ⓒ 루비콘픽처스

 

<영화는 영화다>에서 소지섭은 한층 더 터프한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고, 강지환은 많은 관객들이 자신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도록 할 만큼 열연을 펼쳤다. <의형제>도 그러하다.

 

두 남자가 중심이 되어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만큼 송강호와 강동원의 힘은 중요한 요소다. 송강호는 <의형제>에서 '역시 송강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이미지를 한층 더 제대로 각인시키는 연기를 펼친다.

 

<박쥐>에서 흡혈귀의 삶을 살게 된 신부 역할을 하기도 하는 등 진지함을 보여준 적도 있는 그다. 하지만 그는 <살인의 추억> <놈놈놈> <넘버 3> 등에서 보여준 완벽하지 않은, 사람다운 사람을 보여준 연기 그대로를 <의형제>에서도 선사한다. 그리하여 송강호가 연기한 한규라는 캐릭터 때문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강동원은 관객들로 하여금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도록 한층 더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그는 얼마 전에 악동 도사로 열연, <전우치>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의형제>에서는 그의 전작 <형사>에서의 고뇌에 찬 남자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지만, 어딘지 모르게 안정되고 멋을 낼 줄 아는 배우로 발전한 느낌이다.

 

캐스팅과 연출력이 제대로 합쳐진 영화

 

영화 <의형제>는 앞서 언급한 굵직한 액션과 소소한 유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부족할 것 없는 캐스팅과 안정감 있는 장훈 감독의 연출력까지 제대로 합쳐진 영화라고 정리할 수 있다.

 

물론, 두 남자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즉 의형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계기들이 다소 임팩트 없고 감정 변화를 따라가기엔 무언가가 생략된 느낌이 많이 들지만, 극장 문을 나설 때에는 기분 좋게 나올 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에서 봉 감독으로 웃음을 선사했던 고창석을 이번에는 베트남 보스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팁 중에 하나. 이제 <의형제>의 두 남자의 의리가 얼마나 관객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을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2010.02.07 14:33 ⓒ 2010 OhmyNews
의형제 송강호 강동원 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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