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달의 기권패 소식을 알리고 있는 2010 호주오픈테니스대회 공식 누리집(australianopen.com) 첫 화면 ⓒ australianopen.com
세 번째 세트 초반, 나달이 갑자기 경기 도중 벤치로 들어와 앉았다. 게임과 게임 사이에 있는 쉬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중들은 웅성거렸다. 오른쪽 무릎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곧바로 의료진이 들어와 나달의 오른쪽 무릎 위 근육을 주물러 주었지만 개운치가 않았다.
그리고 그는 15분을 더 뛰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 후 2시간 30분이 흘렀고 세트 스코어 0-2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세 번째 세트 게임 점수도 0-3이었기 때문에 그 무릎으로 경기를 뒤집기는 불가능했다.
스코틀랜드 태생의 앤디 머레이(5번 시드)는 우리 시각으로 26일 저녁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어리나에서 벌어진 2010 호주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8강 토너먼트 라파엘 나달(에스파냐, 2번 시드)과의 맞대결에서 세 번째 세트 세 번째 게임 직후에 나달에게 기권승을 거두고 준결승에 올라 마린 실리치(크로아티아, 14번 시드)와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되었다.
불꽃놀이로 인한 잠깐 휴식도 허사
두 번째 세트 다섯 번째 게임이 끝나고 예상보다 길게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경기장 인근 멜버른 시내에서 불꽃놀이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세트를 3-6으로 내준 디펜딩 챔피언 나달에게는 이 뜻밖의 휴식 시간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였다.
이어진 여섯 번째 게임은 머레이가 서브권을 쥐고 있었지만 나달이 강한 스트로크로 밀어붙이며 따냈다. 4-2로 두 번째 세트를 앞서나가기 시작한 나달의 눈매에 세트 점수를 1-1로 만들어놓을 기세가 느껴졌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다음 게임이었다. 나달은 자신이 서브권을 쥐고 있었기에 두 번째 세트를 5-2로 만들어버릴 절호의 기회였지만 샷 실수가 연거푸 이어졌다. 결국 백핸드 스트로크가 길어 게임을 내준 나달은 다시 뒤집기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바로 여기가 승부의 갈림길이었다.
191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앤디 머레이는 두 번째 세트마저 타이 브레이크 7-2로 가져오면서 챔피언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어진 세 번째 세트에는 높은 곳에서 내리 꽂히는 머레이의 서브가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부상 투혼을 보이던 나달이 따라붙기라도 하면 210km/h를 훌쩍 뛰어넘는 머레이의 빠른 서브가 코트를 빠져나갔다.
이로써 머레이는 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준결승에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2008년 US 오픈 준우승, 지난 해 윔블던 4강의 실력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머레이의 준결승 상대는 광서버 로딕(7번 시드)을 물리치고 올라온 마린 실리치가 되었다. 190cm가 넘는 두 키다리의 대결이 흥미롭게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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