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 좋은 일이 있다가도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다가도 좋은 일이 생기는 등 인생의 길흉화복은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UFC 76 'KNOCKOUT'에서도 이러한 새옹지마의 법칙은 여지없이 존재했다. 이전까지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인기나 존재감에서 최고로 군림했던 '대장군(大將軍)'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29·브라질)와 '옥타곤 처키' 척 리델(41·미국)이 각각 한수아래의 상대들로 꼽혔던 '아메리칸 몽키' 포레스트 그리핀(31·미국)과 '사신(死神)' 키스 자르딘(35·미국)에게 무릎을 꿇었다.

 

반면 기량에 비해 인지도가 낮았던 '재야의 강자' 존 피치(32·미국)는 착실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스타 '나이트메어' 디에고 산체스(29·미국)를 제압하며 그동안의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옥타곤 처키' 척 리델(왼쪽)과 '사신(死神)' 키스 자르딘

'옥타곤 처키' 척 리델(왼쪽)과 '사신(死神)' 키스 자르딘 ⓒ UFC

리델과 쇼군, 구겨진 빅네임 자존심

 

UFC 76대회는 'KNOCKOUT'이라는 부제만큼이나 척 리델에게 강한 충격을 남겼다. 퀸튼전 패배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자르딘에게 마저 패하며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기고 말았기 때문.

 

퀸튼전에서 난생 처음으로 리벤지 실패 및 같은 상대에게 연달아 지는 치욕을 경험하더니 이번에는 파이터 인생 최초의 연패와 판정패를 경험했다. 리델에게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좋지 않은 기록들이 차례차례 양산되었던 것.

 

사실 자르딘전은 리델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주최측의 배려에 가까운 매치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자르딘은 여러 가지 면에서 리델을 위협할 요소가 적었고 또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상대였다.

 

리델은 이전 퀸튼전과 달리 1라운드 내내 중앙을 선점한 채 자르딘을 압박하며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듯싶었다. 그러나 2라운드 중반 자르딘의 펀치를 안면에 허용하며 잠시 다운을 허용하는 등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기 시작했고 이후 자신감을 가진 상대의 공세에 되레 밀리는 양상까지 보여주었다.

 

자르딘은 1라운드부터 내내 로우킥을 리델에게 맞춰갔고 이후에는 미들킥과 펀치를 같이 컴비네이션으로 섞어가며 전략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반면 리델은 백전노장답지 않게 우직하리만치 평소의 패턴을 고집하며 시합의 흐름을 자신 쪽으로 되돌리는 데 실패했다. 퀸튼전 같은 경우 '순간적인 집중력 부재'와 '상대성'이라는 핑계라도 댈 수도 있었지만 자르딘전의 패배는 그야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이는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쇼군은 각종 격투매체 등에서 라이트헤비급 세계랭킹 1위를 달리며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있던 상태. '동양의 혼' 프라이드가 자금난으로 무너진 상태에서 서양의 철장 단체 UFC가 뜨거운 구애를 보낸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쇼군의 상대였던 포레스트 그리핀은 위협적인 상대임은 분명했다. 'TUF(The Ultimate Fighter)' 시절부터 차세대 미국백인들의 영웅감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그는 안면이 피로 물들어 가는 상황에서도 투지를 잃지 않고 끝까지 공격적인 파이팅을 멈추지 않는 터프가이다.

 

쇼군 역시 그런 싸움에는 익숙하다고 하지만 다른 무대로의 데뷔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는 그다지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쇼군의 열성 팬들은 2005년 미들급 그랑프리 때부터 보여준 놀라운 상승세를 들어 그리핀을 충분히 제압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34·브라질)를 '진흙탕싸움' 끝에 제압하고 퀸튼 '람페이지' 잭슨(32·미국)에게 처참한 공포를 안겨준 쇼군이 그리핀에게 질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격투 세계는 역시 이변이 많았다. 그리핀은 이 끔찍하도록 무서운 선수를 상대로 자신의 격투 인생에서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최고의 투지를 불살랐고 3라운드 막판 '리어 네이키드 초크(Rear Naked Choke)'를 성공시키며 탭까지 받아내었다.

 

쇼군에게는 과거 IFC시절 헤나토 '바바루' 소브랄(35·브라질)에게 당했던 패배 이후 또다시 겪게된 서브미션의 악몽이 아닐 수 없었다.

 

 '존비' 존 피치는 오랜 '재야의 강자' 생활끝에 빅네임 디에고 산체스를 제압하며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릴수 있었다

'존비' 존 피치는 오랜 '재야의 강자' 생활끝에 빅네임 디에고 산체스를 제압하며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릴수 있었다 ⓒ UFC

'재야의 강자' 존 피치, 오래간만에 포효하다

 

'재야의 강자'는 이제 그만! 이제부터는 제대로 된 강자로 나를 불러다오. 리델과 쇼군이 자신의 이름 값에 먹칠을 했던 것과 달리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 포효를 한 선수도 있었다.

 

충분히 정상급의 실력을 갖추고있음에도 지명도에서 밀리며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좀비' 존 피치가 웰터급 최고의 스타중 한명이었던 디에고 산체스를 잡아내며 한풀이(?)에 성공했던 것.

 

레슬링과 주짓수를 모두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아는 그는 이전까지 13연승이라는 무시무시한 행보를 펼쳐 나가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웰터급의 선수층이 워낙 탄탄한 관계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었다.

 

오랫동안 마이너 무대를 전전한 것을 비롯 UFC에서 '다크매치'까지 경험하며 가시밭길을 걸어왔던 피치는 큰 경기에서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한 것이 마이너스가 되어 이름 값에서 항상 밀려있었다.

 

그러나 항상 자신을 갈고 닦으며 준비를 해온 그에게 결국 기회는 찾아왔고 피치는 기다렸다는 듯 보기 좋게 승리를 낚아채 버렸다.

 

그가 꺾은 산체스는 TUF(The Ultimate Fighter) '시즌1'의 우승자 출신으로 한때 19연승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했던 그야말로 UFC의 엘리트 파이터였다. 반면 그는 TUF '시즌1'에 참가의사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전형에서 탈락해 버린 쓰라린 기억까지 가지고 있는지라 걸어온 길에서는 그야말로 '극과 극'이 아닐 수 없었다.

 

피치는 탄탄한 레슬링 실력을 바탕으로 테이크다운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했으며 산체스의 서브미션까지 모두 뿌리쳤다.

 

결국 그라운드 상태에서의 압박에서 한수 위의 경기력을 보인 그는 최강그래플러 대결에서 승리를 차지, 피치라는 이름을 옥타곤에 제대로 과시했다.

 

<계속>

2010.01.20 09:07 ⓒ 2010 OhmyNews
TUF(THE ULTIMATE FIGHTER) 처키 악마의 인형 빅네임 새옹지마(塞翁之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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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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