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프로야구 '황금장갑'들이 모두 주인을 찾았다.

 

11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10명의 선수들이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며 올 시즌 프로야구의 마지막 순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반면에 아쉽게 탈락한 선수들은 내년을 기약했다.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모두 휩쓴 KIA는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고 두산이 2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삼성과 한화는 단 1명도 수상하지 못했다.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로페즈가 차지했고 포수는 KIA에서 로페즈와 짝을 이룬 김상훈이 받았다. 내야에서는 1루수 최희섭, 2루수 정근우, 3루수 김상현, 유격수 손시헌 등이 수상했다.

 

외야에서는 타격왕에 오른 박용택을 비롯해 김현수와 이택근이 수상했고 지명타자 부문에서는 홍성흔이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김상현 '2군 선수들이여, 힘을 내자'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상현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김상현 ⓒ KIA 타이거즈

 

정규리그 MVP, 일구회 최우수 타자, KIA 구단 자체 MVP 등 김상현의 수상 소식은 이제 지겨울 수도 있다. 그만큼 올 시즌 프로야구는 김상현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눈부셨다.

 

데뷔 후 9년간 1군와 2군을 들락거리며 타율은 2할 초반을 맴돌았고 수비도 신통치 않았던 김상현은 올 시즌 LG를 떠나 '고향' KIA로 돌아오면서 다시 태어났다.

 

올 시즌 타율 .315와 36홈런, 127타점을 올린 올리며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쓸어버린 김상현은 힘과 정확성을 골고루 갖춘 최고의 타자로 떠오르며 KIA가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나서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게 된 김상현은 그동안의 고생이 떠오른 듯 눈물을 글썽이며 "2군 선수들도 노력을 해서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며 용기를 전했다.

 

온갖 어려움과 설움을 이겨내고 한편의 '인간승리'를 써낸 김상현이 과연 내년에도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8년 만에 받은 황금장갑... 박용택 "오래 기다렸다"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박용택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박용택 ⓒ LG 트윈스

 

세 명의 선수가 수상하는 외야수 부문에서 올 시즌 타격왕에 오른 박용택이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02년 LG에 입단하며 프로야구 선수가 된 박용택은 데뷔 첫 해 타율 .288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꾸준히 2할 후반의 타율을 기록하며 LG의 중심타자로 활약했지만 그가 더 잘할 수 있는 타자라고 믿었던 야구팬들의 높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시즌에는 타율 .257을 기록하며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안타에 그쳤던 박용택은 슬럼프에 빠진 것 같았지만 올 시즌 야구에 새롭게 눈을 뜨고 '꽤 잘하는' 타자에서 '최고의' 타자가 되어 돌아왔다. 

 

생애 첫 타격왕에 대한 욕심이 컸던 박용택은 타율 관리를 위해 정규리그 막판에 일부러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야구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1년 동안 공들여 쌓아온 .372라는 높은 타율까지 폄하될 수는 없다.

 

데뷔 8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박용택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올해 프로야구는 KIA였지만 내년에는 LG가 될 것"이라며 우승에 대한 각오도 함께 밝혔다.

 

한국시리즈 MVP 놓친 아쉬움 털어낸 로페즈

 

이날 가장 마지막에 발표된 투수 부문은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외국인 투수 로페즈가 수상했다. 외국인 투수가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것은 지난 2007년 당시 두산에서 활약했던 리오스 이후 두 번째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 프로야구에 도전한 로페즈는 14승(5패)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3.12(3위)와 탈삼진 129개(7위)를 기록하는 등 모든 부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KIA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무엇보다도 8개 구단의 모든 투수들 중에서 가장 많은 190.1이닝을 소화한 것은 선발투수로서 로페즈의 높은 가치를 잘 나타내준다.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등 혼자서 2승을 올리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지만 마지막 7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린 동료선수 나지완에게 MVP를 내주며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에 나오지 못한 로페즈를 대신해 수상소감을 전한 KIA의 황병일 코치는 "로페즈가 한국시리즈 MVP에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아쉬움을 털어낸 로페즈는 KIA와 재계약에 성공해 내년에도 야구팬들 앞에 선다.

2009.12.12 10:35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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