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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BS <미녀들의 수다>에서 서울 모 대학교의 여대생이 "키 180cm 이하의 남성은 루저"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그 이후 '작은키모임'은 KBS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 소송을 걸었고, 어떤 누리꾼은 '루저' 발언을 한 여학생의 학교 입시 사이트를 해킹하기도 했다. 

몰래 깔창 사는 남자들, 무슨 사연일까

정 가운데 키높이 구두 및 깔창 광고의 “쉿 아무도 몰라”, “루저가 왠 말이냐?”는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띈다.
▲ 한 인터넷 쇼핑몰의 키높이 깔창 매장들 정 가운데 키높이 구두 및 깔창 광고의 “쉿 아무도 몰라”, “루저가 왠 말이냐?”는 자극적인 문구가 눈에 띈다.
ⓒ 11번가 쇼핑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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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키높이 깔창의 판매가 늘고 있다. '루저'사건이 있기 전 한 인터넷 쇼핑몰의 깔창 판매 매장수는 1만3526개(10월 29일경)였으나 12월 7일 현재 1만6314개로 20% 정도가 늘어났다. 그 당시 제일 잘 팔리는 매장의 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815건이었으나 현재 주문 건수는 1328건으로 62% 가량 증가했다.

온라인에서 팔리는 키높이 깔창은 종류도 다양하다. 키높이 깔창의 소재만 고무, 실리콘, 우레탄, EVA 등 다양하다. 녹차나 숯을 첨가해 발 냄새를 제거해주고 에어캡으로 발의 부담을 줄여주는 기능성 깔창까지 나왔다. 검은 색, 회색, 흰색으로 통일되었던 깔창이 이제는 다양한 색깔과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가격도 2천원대에서 2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신촌 명물거리에 위치한 한 깔창 노점상. 노점상의 주인은 "깔창을 사러 오는 많은 남자들은 키높이 깔창을 사는 것이 부끄러워 '아저씨 빨리! 빨리! 주세요'를 외친다"고 말했다. 그중 상당수는 깔창을 받자마자 숨기기도 한다고 한다. 그는 깔창을 사러 오는 사람들은 주로 남자들이고 상당수는 여자 친구보다 키가 커 보이고 싶어 깔창을 사간다고 전했다.

성기연(24·남)씨는 "소개팅 가서 정말 마음에 있는 여자를 만났지만 나보다 키가 커서 애프터 신청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아무개(29·남)씨는 "처음에는 노점상에서 키높이 깔창을 샀는데 남몰래 사고 싶어서 온라인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동안 자신이 깔창을 샀다는 사실을 가족 중 누가 알까 두려워 배송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혼자서 포장을 뜯어보았다"고 말했다. 
                   
[동상이몽 男女] 그들에게 키높이 깔창이란?

186cm 男: 깔창은 '여자의 보정속옷' vs. 170cm 女: 깔창은 '하이힐'

남궁민관(27·남)씨의 키는 186cm이다. 그에게 '깔창'은 금기어다. 그는 키높이 깔창을 쓰는 동성 친구들에게 단 한 번도 "너 깔창 사용하니?"하고 물어 본 적이 없다.

그에 따르면 남자에게 깔창을 사용하느냐고 묻는 것은 남자가 여자한테 "보정 속옷 착용했지?"라는 질문을 하는 것처럼 수치심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를 수는 있지만 그만큼 남자에게 깔창은 민감한 주제라는 말이다.

반면 키 170cm인 조아무개(29·여)씨에게 깔창은 금기어가 아니다. 그녀는 차라리 남자들이 하이힐처럼 당당하게 깔창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올해 9월 그녀는 소개팅에서 자신보다 키 작은 남성을 만났다. 키와 상관없이 남자에게 호감이 갔지만 소개팅남이 자신의 키 때문에 위축되는 모습을 보고 실망감이 들었다.

그녀는 "키 큰 여자들은 등이 굽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남자들보다 크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구부정한 자세를 취한다고. 그녀는 대다수의 여자들이 자신보다 키 큰 남자들을 찾는 이유는 꼭 '키 큰 남자'가 좋아서가 아니라 남자들이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선 여자들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둘다 키가 커 보이게 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점은 같지만 깔창과 하이힐에 대한 남녀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 하이힐과 깔창 둘다 키가 커 보이게 하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점은 같지만 깔창과 하이힐에 대한 남녀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 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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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cm 男: 깔창은 '자존심' vs. 161cm 女: "키 작은 남동생 안쓰러워"   

윤경호(24·남·가명)씨의 키는 178cm이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키가 180cm라고 말하곤 한다. 2cm 차이가 별 거 아닌 듯싶지만 그에게 178cm와 180cm의 차이는 크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는 것 같고 자신감도 더 생긴다고.

그러나 윤씨는 깔창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알려지는 것도 부끄럽고 신을 벗을 때마다 한층 낮아진 키에 자존심이 더 상하기 때문이다. 깔창을 사용해도 자존심이 상하고 깔창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라면 아예 안 쓰는 게 낫다는 게 그의 판단. 그는 깔창을 사용할 때 자기 원래 모습이 아닌 상태로 꾸며야 한다는 상실감을 느꼈다며 키 높이 깔창이 남자의 자존심인 이유를 설명했다.

박세미(24·여)씨는 남동생에게 깔창을 사용하기를 권한 경우다. 키가 170cm가 안 되는 동생이 키 때문에 신경 쓰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그녀의 주변에는 키가 170cm의 경계에 있는 남자친구들이 깔창을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그녀는 "아예 키가 너무 작으면 포기하지만 가령 키가 딱 어중간하게 170cm가 안팎이면 깔창을 쓸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다고 말했다. 
 
162cm 男: 키높이 깔창은 '부조리' vs 152cm 女: 키는 '절대적 기준' 아냐

정민규(29·남·가명)씨의 키는 162cm이다. 키높이 깔창에 대한 그의 정의는 매우 신랄했다. 키높이 깔창은 '부조리'라는 것이다. 남자들은 키가 큰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여자들은 오직 키 큰 남자만 원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키 큰 남자는 소수인데 모두 그들만 좋아하니 자괴감이 든단다.

게다가 시대가 바뀌었다지만 아직도 문화적으로 남자들은 인위적으로 노력해서 가꾸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있어 깔창까지 깔면서 키를 높여야 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래서 깔창이라는 물건 자체가 하이힐처럼 키를 커보이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숨어 지내야 하는 숙명을 지닌 부조리덩어리라고 그는 정의 내렸다.

반면 150cm 초반의 신장을 가진 황은주(23·여)씨는 키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최근 '루저'사건 때문에 사회적인 분위기가 여자들 모두가 남자는 당연히 키가 커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이 몰아가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개인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고 키가 커야만 멋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자신도 키가 작아 옷맵시가 나지 않고 매 번 바지단을 잘라야 할 때 속상하기도 해 때때로 이번 '루저' 사건에 대한 남자들의 입장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모든 여자들이 키 큰 남자들만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제4회 대학생기자상 응모 기사입니다.



태그:#깔창, #루저 , #동상이몽, #키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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