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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KBS 9시 뉴스 심층취재에서는 '대학가도 선거잡음'이라는 제목으로 전국 대학가 곳곳에서 발생하는 선거 관련 문제를 보도했다. 앵커는 도입부에서 "대학 총학생회 선거가 얼룩지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건지"라며 뉴스를 시작했다. 

 

"개표 직전 투표함 1개가 사라졌습니다. 투표함은 하루 만에 돌아왔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누가 투표함을 가져가 무엇을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문과대는 639명이 투표했지만 투표용지는 21장이 더 많았습니다. 개표 결과, 두 후보 간 차이는 128표에 불과하지만 무효표는 500장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재투표에 들어갑니다."

 

위는 보도 대상 대학 중 가장 노출시간이 길었던 건국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멘트로 '부정선거로 인한 재투표'가 내용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부정투표' 의혹을 제기한 보도 내용 대부분에 대해 건국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 및 사과를 요구한 상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문과대 투표자수와 투표용지수가 다른 이유

 

KBS 보도 다음날 건국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KBS의 허위보도에 대해 정정 및 사과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공고문을 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고문을 통해 개표 직전 투표함이 사라졌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아무 것도 밝히지 않았다는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투표함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건축대학 선거관리위원회가 직무유기를 해 정식 절차에 따라 회수했다고 밝혔다. 공고문에 따르면 회수과정에서 선관위 위원 2명이 동행하고 건대신문(건국대 학보사) 기자가 투표함 봉인과정을 취재했다. 투표함은 총학생회장 책임 하에 총학생회실에서 관리했다.

 

기자가 선거에 출마한 두 선본에게 확인한 결과 투표유효와 결과에 대해선 양측 모두 인정했다.

 

KBS는 건국대 문과대 개표과정에서 투표자 수보다 투표용지가 많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취재결과, 건국대 문과대 투표자수와 문과대 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용지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걸로 확인됐다. 투표용지는 소속 단과대학에서 받아야 하지만, 투표는 타 단과대학에서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투표자수와 투표용지의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 단과대 중 투표자수와 투표용지수가 일치한 투표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산학협동관(본부대학) +21 ▲건축대 -14 ▲정치대 +7 ▲예문대 +6 ▲이과대 -5 ▲생환대 -5 ▲사범대 -4 ▲정통대 -4 ▲경영대 +3 ▲동생대 +3 ▲법대 -3 ▲상경대 +2 ▲공대 -2 ▲수의대 -1

 

문과대 선거관리위원으로 총학생회 선거를 지켜본 윤성훈(철학과 08)씨는 표 차이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다른 단과대도 모두 같은 일이 발생했다. 이는 자연발생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무효표가 오차보다 높으면 재투표, 이게 부정 때문?

 

또 KBS 보도는 말미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개표 결과, 두 후보 간 차이는 128표에 불과하지만 무효표는 500장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재투표에 들어갑니다."

 

무효표가 많아 재투표에 들어간다는 언급은 부정투표에 따른 결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경선일 경우 두 후보자의 표 차이보다 무효표가 많으면 재투표를 하게 된다'는 건국대학교 선거세칙 8장 34조 때문에 재투표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무효표가 500여표에 달한 것은 부정행위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 즉, 도장을 잘못 찍고, 두 번 이상 찍는 등의 행위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올해의 경우, 예년에 비해 무효표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건국대학교 총학생회 선거 무효표는 훨씬 많은 1215표, 2008년에는 836표였다. 그러나 두 선거 때 의혹 제기는 없었다.

 

KBS보도 이후 재투표율 반토막

 

"대학총학생회 선거가 난장판이 된 이유는 무엇보다 이권 다툼 때문입니다. 졸업앨범 업체 선정이나 매점운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는 건국대, 성균관대, 서울대, 이화여대 등의 선거관련 문제를 다룬 후 정리한 KBS 뉴스의 마지막 멘트이다. 건국대학교 총학생회는 졸업앨범 업체선정 권한과 매점운영권이 없음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다. 

 

보도 후 건국대 학생들 사이엔 부정투표 때문에 재투표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었다. KBS 보도는 디씨인사이드 건국대 갤러리 등 각종 커뮤니티에 링크되면서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이다. 

 

부정여론이 확산되자 건국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투표 사유가 부정투표 때문이 아니라 선거세칙에 근거한 것이라는 내용을 대자보로 공고했다. 그러나 재투표 마지막날인 3일까지 투표율은 37.45%로 과반을 넘치 못한 채 끝을 맺었다. 1차 투표에서 58%를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투표율이 50%를 넘기지 못하면 재투표를 한다는 선거시행세칙에 따라 오는 3월 다시 투표를 해야 한다.

 

대학가를 향한 비판은 필요하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사실이다. 비리가 있는 총학생회, 부정투표가 저질러진 총학생회에 대한 비판보도 역시 당위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건국대 KBS 보도는 사실관계를 엄밀하게 파악하지 않은 점, 선거의 주체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한쪽선거운동본부는 도외시한 채 다른 한쪽 선거운동본부만을 취재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태그:# KBS, #총학생회선거,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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