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21일... 지구 종말의 날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투모로우>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이라 기대감을 안고 <2012>를 보러 갔다.

 

영화는 157분의 러닝타임이 무색할 만큼 흥미진진했다. 볼 때는. 헌데, 영화관을 나오면서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었다. 함께 간 딸은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영화 어땠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

"왜?"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이 살아남으니까."

"또?"

"재밌었다."

 

영화를 제대로 봤을까 하는 마음에 또 물었다.

 

"헌데, 지구가 왜 종말을 하지?"

"그건 말이야 태양에서 폭발이 일어났어. 그게 최초로 다른 물질하고 접촉을 했어. 그런데 그 물질이 지구 내부에 있는 물이야. 그래서 그 물이 뜨거워지면서 지구가 커다란 전자레인지가 되는 거지."

"근데 왜 뜨거운 화산 폭발 말고 지진이나 쓰나미가 일어나?"

"뜨거운 물 때문에 지각변동이 일어났거든."

"그게 가능할까?"

"뭐, 영화니까."

 

2012 지구의 종말

▲ 2012 지구의 종말 ⓒ 2012

 

재미는 있었으되 뒷맛이 개운치 않음은 왜일까?

 

지구 종말에 대비해 인류를 보존하기 위한 방주를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소수의 선택 받은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거기서 일개 서민으로서의 허탈감이 찾아온다. 잘났든 못났든 인간의 존엄성은 같을 것인데 그렇지가 않아서일까?

 

2012 정치인을 제대로 풍자한 엔하이저장관

▲ 2012 정치인을 제대로 풍자한 엔하이저장관 ⓒ 2012

딸아이가 "가슴에는 칼을 품고 혀에는 꿀을 바른 것처럼 달콤한 말을 하는 것이 정치인"이라고 해서 한참 웃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 딱이다. 방주에 올라타는 돈 있는 사람들을 보며 어떻게 사람들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태연하게  "유전자감식을 통해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이들을 선별해 표를 주었다."고 태연하게 장관은 말한다. 종말이 감지된 2009년부터 3년동안 세계의 지도자는 무력하기만 하다.  

 

현실 속의 냉혈한 정치인의 모습을 제대로 풍자한 엔하이저(올리비플랫분) 장관의 연기가 얄밉도록 제대로다. 만약 어떤 재난이 닥친다면 과연 우리의 지도자들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는 <해운대>와 비슷한 포맷의 재난영화다.  또,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보면서 CG처리가 좀 더 정교했으면 하는 아쉬움을 가졌는데, CG면에서는 매끄러운 처리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다만, 내용상 서민으로 무력감이 느껴지는 씁쓸한 영화, 또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일본처럼 긍정적으로 묘사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국가대표>가 CG나 내용면에서 올해 가장 좋은 영화가 아닐까 싶다.

 

<2012>는 화려한 볼거리를 원한다면 추천할 만한 영화다. <해운대>가 맞짱을 뜨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스케일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다. 불사조처럼 아슬아슬하게 살아남는 주인공을 보면서는 가끔은 미소를 지을 지도. 내용 자체에 대한 분석보다는 '눈요기'로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영화다.

 

철학자 스피노자가 그랬던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어쩌면 종말이란 우리 인간의 의지와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언젠가 죽음으로서 이 세상과 종말을 고한다. 우리 힘으로 제어할 수 있는 이 시간,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싶다. 딸과 함께 영화를 보며 이 순간을 즐거워하듯.

2009.11.24 19:06 ⓒ 2009 OhmyNews
2012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