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는 야구를 좋아했다. 글러브와 테니스공으로 친구들과 캐치볼, 간이야구를 하는 것은 물론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도 봤다.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 선수의 경기는 정말 빠짐없이 챙겨봤다. 지금은 즐겨 보지 않지만.

 

암튼 야구 자체에 흥미를 잃은 것은 아니고, 프로야구-스포츠시장의 이면과 실체를 알게 되면서 상업화-자본화 된 스포츠에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영화 <내츄럴>

영화 <내츄럴> ⓒ 내츄럴

그런데 얼마 전 EBS에서 방영한 영화 <내츄럴>을 보고, 새삼 '야구란 정말 이런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재적인 야구재능을 가진 젊은 청년 로이 홉스(로버트 레드포드)는 불운의 사고를 당하면서 야구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는 뒤늦게 35살의 나이로 최하위 구단인 뉴욕 나이츠에 입단한다. 그의 뒤늦은 활약상을 그린 이 영화는 오랜만에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의 놀라운 야구실력과 극적인 인생역전(해피엔딩)도 보기 좋았지만, 구단을 통째 집어삼켜 야구만 하고 싶은 감독을 내쫓으려는 교활한 구단주와 야구선수-경기를 도박삼아 돈벌이를 하고 승부조작까지 하는 파렴치한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데이비드 캘러헌의 <치팅컬쳐>에서 적나라하게 밝힌, 미국사회의 극심한 사회불평등과 승자독식(경쟁)에 따른 격차, 그리고 속임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화의 소재가 된 메이저리그의 한 구단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추악한 미국 스포츠시장에서 나타나는 승자 독식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2002년 봄 개막 당일, 자이언츠는 스타팅 멤버 26명에게 총 7,830만 달러를 지급했는데 이 중 약 5분의 1이 좌익수 베리 본즈에게 돌아갔다 한다. 그리고 2002년 팀에 지급된 총 급여의 절반 이상이 자이언츠의 간판급 선수 다섯 명에게 돌아갔는데, 급여 피라미드 맨 밑에 있는 일곱 명의 급여는 30만 달러 이하였다.

 

승자독식의 극단적 스포츠시장의  위험한 유혹, 약물

 

문제는 1970년 6만 달러였던 프로야구 선수 평균급여가 오늘날에는 1,500만 달러에 달하는데 이를 주도한 것은 스포츠시장의 간판급 선수들 때문이고, 스타선수들이 동료 팀원들보다 100배 많은 돈을 쓸어가는 스포츠계에는 선수들간 소득 격차 때문에 약물 복용 등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타자 베리 본즈는 1990년대 후반부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불과 몇 년 만에 17kg을 불려 강화된 근력으로 수많은 홈런을 쳐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베리 본즈가 장외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기까지 군림하던 햄버거 광고모델 맥과이어도 내셔널풋볼리그에서는 금지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허용하는 스테로이드계인 안드로스테네디온 덕분이라 한다.

 

이 같은 약물 사용은 프로야구 뿐만 아니라 풋볼, 프로사이클(자전거) 등 수많은 스포츠시장에서 널리 퍼져 있는 상태이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조루, 간 손상, 심장 질환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부작용이 있지만,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성공하기 위해 약물에 손을 대고 있어 프로 스포츠계의 환경은 가히 극단적인 수준이라 한다.

 

관련해 1995년 각 분야에서 최고에 속하는 운동선수 1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설문조사에서, 절반 이상이 '5년 동안 매 경기 이길 수만 있다면 5년이 지난후 부작용 때문에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약물을 복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2004년 전면적인 약물 검사도입을 앞두고 임의로 도핑테스트(메이저리그와 선수 노조가 조사만 하고 결과를 폐기 처분하기로 합의한 후 실시)를 실시했는데 무려 104명이 적발되었다. 적발된 프로야구선수 중에는 메이저리그 통산 300호 홈런을 터트린 보스턴의 강타자 오티스와 LA 다저스의 라미레스도 있었다. 

 

영화 <내츄럴>의 로이 홉스처럼 진정한 야구를 택하기보다, 더러운 돈과 위험한 성공의 유혹에 넘어가는 선수들이 많다는 말이다. 이 가운데 메이저리그(월드시리즈) 뿐만 아니라 클라이맥스 시리즈가 한창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느닷없이(?) 약물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프로야구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스포츠시장의 실체와 이면을 얼마나 잘 알고 있을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1.02 09:16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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