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내 정신적 지주인 이종범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게되면 후배선수들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시너지효과'가 있다

팀내 정신적 지주인 이종범이 좋은 플레이를 펼치게되면 후배선수들까지 덩달아 살아나는 '시너지효과'가 있다 ⓒ KIA 타이거즈

 

'한번 천재는 영원한 천재?'

 

KIA 타이거즈 최고참 이종범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날았다. 지난 16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결승타 포함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터트린 것. 소속팀 KIA는 이러한 이종범의 활약에 힘입어 SK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초반의 흐름은 SK가 단연 좋았다. 3회초 공격 2사 3루 찬스에서 박재홍의 1타점 중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것을 비롯 4회에는 박정권의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까지 터지며 2-0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KIA는 김상현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했지만 타자들의 타격감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종범이 막힌 타선의 '해결사'로 나섰다. 이용규-최희섭-김상현의 연속 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만루 기회에서 SK 윤길현의 2구째 높은 공을 통타해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다소 높은 쪽으로 날아든 볼이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자신있게 방망이를 휘둘러 팀의 첫 역전을 만들어 낸 것. 답답하게 꽉 막혀있던 KIA 타선에 생기가 도는 순간이었다.

 

이종범의 맹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SK 정상호의 솔로홈런으로 다시금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맞은 8회 말. 루상에는 최희섭과 김상현이 볼넷과 안타로 출루한 상태였다. 또다시 이종범에게 기회가 왔다고 할 수 있었지만 상대 투수인 정대현이 정규시즌에서 그에게 무척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물오른 이종범의 방망이는 어설픈 상대 전적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이종범은 정대현의 공을 자신 있게 받아치며 또 한번의 역전을 자신의 손으로 일궈냈다.

 

 이종범은 나이와 이름값을 앞세우기보다 스스로 팀을 위해 희생하는 플레이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종범은 나이와 이름값을 앞세우기보다 스스로 팀을 위해 희생하는 플레이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 KIA 타이거즈

 

스타기질 강한 '야구천재', 큰 경기일수록 피가 끓어오른다!

 

이종범이 맹활약을 펼친다는 것은 단순히 특정 선수가 폭발하는 이상의 효과를 소속팀 KIA에 안겨줄 수 있다. 누구라도 1차전에서의 이종범급 활약을 펼친다면 반가운 일이겠지만 그 당사자가 팀내 최고참이자 정신적 지주라면 팀에 퍼지는 시너지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한국시리즈가 펼쳐지기전 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KIA의 약점으로 '경험'을 꼽았다. 한국시리즈 9번 도전-9번 우승에 빛나는 최고의 야구 '명가(名家)'라고는 하지만 이는 이미 12년 전의 일일뿐이다. 당시의 멤버들은 대부분 은퇴했고 현재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이 개편된 상태다.

 

되려 경험 면에서는 상대팀인 SK가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를 접수한 현존 최강팀 SK는 김광현-박경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이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시간이 갈수록 팀 조직력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고있었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을 상대로 보여줬던 리버스 스윕은 "그들은 이미 이기는 경기를 알고 있다"라는 두려움을 KIA 선수들에게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종범-이대진-김종국 등 이른바 '우승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큰 경기라는 부담감에 자칫 얼어버릴 수도 있는 후배들을 잘 이끄는 것은 물론 자신 역시도 좋은 역할을 해줘야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1차전 이종범의 활약은 시리즈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갈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말로만 '정신적 지주'나 '캡틴'이 아닌 직접적으로 나서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지라 팀내 사기 증진에 중요한 역할을 해줬다.

 

최근 몇 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며 기복 심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KIA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분위기는 단순한 1승 이상의 값진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역대 26차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시리즈를 가져간 경우는 21차례로 확률이 무려 80.7%에 이른다는 점에서 KIA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모습이다.

 

전성기 시절 이종범은 수비부담이 많은 유격수를 소화하는 가운데 타격왕-최다안타-도루왕은 물론 홈런 왕까지 욕심낼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였다. 공수주를 완벽하게 갖춘 그의 존재는 타팀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고 이에 '야구천재'라는 별명이 붙은 바 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은 막을 수 없는 법. 야속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종범은 예전의 운동신경과 체력 등을 상당수 상실하며 최근에는 '은퇴압박'까지 몰리게 되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이종범은 팀내 리더로서의 위치를 놓치지 않았다. 단순히 나이가 많고 왕년의 스타라서 리더가 아닌 여전히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이 가능하고 후배들이 보고배울 수 있는 플레이를 펼쳐 보이는 리더가 된 것.

 

특히 희생번트-진루타 등 기본적인 팀 플레이를 우선시하는 등 누구보다도 궂은 일에 앞장서며 팀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메우는 모습은 KIA가 정규시즌에서 1위를 차지하는데 보이지 않는 큰 힘이 됐다는 평가다. 이름 값만 내세우는 권위주의적인 고참이 아닌 스스로 희생하는 고참의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이종범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꾸준하게 자신의 컨디션을 관리해왔다. 정규시즌 같은 장기레이스가 아닌 단기전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젊은 후배들을 이끌 준비를 착실하게 해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1차전에서의 대폭발로 그대로 이어졌다.

 

이종범은 젊은 시절처럼 '야구천재'의 압도적인 운동능력은 보여줄 수 없다. 하지만 예전부터 인정받아온 "야구를 알고 플레이하고 있다"는 극찬만큼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모습이다.

 

자신이 희생할 때를 알고, 자신이 나서야될 때를 알고 언제 어떤 플레이가 팀에 도움이 되는지 읽는 센스만큼은 여전하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다지만 지금도 많은 팬들이 중요한 순간에 이종범이 등장하면 한없는 믿음을 보여주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종범은 지금의 리더십을 한국시리즈 끝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 큰 경기일수록 더욱 강해지는 '야구천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2009.10.17 09:52 ⓒ 2009 OhmyNews
야구천재 이종범 진정한 리더 한국시리즈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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