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수영만 야외상영관. 대형 스크린이 올라가며 부산영화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 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수영만 야외상영관. 대형 스크린이 올라가며 부산영화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 문성식


전날까지 세차게 불던 바람은 맑은 하늘 속에 잦아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의 바다로 출항하던 날, 넓게 펼쳐진 수영만 구름 사이로 보이는 씨네포트 부산의 하늘은 남빛이었다.

먹구름 잔뜩 끼었던 전날과 달리 개막 당일의 하늘은 가을의 푸르름을 담고 있었다. 그간 세찬 바람과 거센 풍랑이 부산국제영화제를 뒤흔들었는데, 마치 이런 부산의 모습을 상징하는 듯했다.

역대 최대 영화제, 스타 배우 대거 등장에 관객들 열광

굿모닝 프레지던트 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배우 임하룡, 한채영, 고두심, 장동건, 장진 감독. 김동호 집행위원장

▲ 굿모닝 프레지던트 1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인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감독과 배우들. 왼쪽부터 배우 임하룡, 한채영, 고두심, 장동건, 장진 감독. 김동호 집행위원장 ⓒ 문성식


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한 불꽃놀이와 함께 <굿모닝 프레지던트>로 막을 올렸다. 8일 저녁 7시 수영만 야외상영장에서 펼쳐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은 역대 최대로 치러지는 규모에 걸맞게 어느 해보다 수많은 스타들이 참여해 부산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거장 감독들과 배우들이 총 출동해 부산에 힘을 실었고,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도 영화의 바다로 향하는 부산영화제를 뜨거운 함성으로 성원했다. 일찍 입장하기 위해 전날 저녁 도착해 밤을 샌 관객들도 있을 만큼 부산을 향한 영화팬들의 애정은 변함이 없었다.

이날 개막식엔 개막작을 연출한 장진 감독과 주연배우 장동건, 고두심, 한채영을 비롯해 최대 인기작 <나는 비와 함께 간다>에 출연한 이병헌과 미국배우 조쉬 하트넷 그리고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트란 안 헝, 조니 토 감독이 참석했고, 문성근, 소지섭, 김하늘 하지원 등 국내 톱스타 배우들이 잇달아 레드카펫을 밟으며 개막식장을 가득 메운 5000여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배우 김윤석과 장미희의 사회로 시작된 개막식은 조직위원장 허남식 부산시장의 개막선언과 뉴커런츠 및 플래시포워드 심사위원 소개,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 감독과 배우들의 인사로 이어졌고, '김창완 밴드'와 '소녀시대'가 축하공연을 펼치며 영화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개막식만을 본다면 '언제 영화제에 시련이 있었냐?'는 의문이 들 만큼 아시아 최고를 넘어 세계 4대 영화제로 도약하고 있는 부산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줬다. 올해는 개막식에서 간간이 발생하던 사소한 사고도 없어, 어느 해보다 더욱 안정되고 매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부산영화제 좌파라 공격하던 인사들도 레드 카펫 밟아

 영화진흥위원회 조희문 이사장과 안성기 부집행위원장, 유인촌 장관

영화진흥위원회 조희문 이사장과 안성기 부집행위원장, 유인촌 장관 ⓒ 문성식


사실 그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잘 나가던 영화제는 올 한 해 많은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단순한 시기를 넘어 어느 순간 경계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고, 적출되어야 할 대상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그저 누군가의 험담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옥죄어 오는 손길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개막식은 그런 염려를 한 번에 날려주는 듯했다. 관객들이 뒷받침하고 있는 영화제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고, 영화제 측도 어느 해보다 마음을 다지며 준비에 신경을 썼다. 부산을 시기하는 안팎의 시선을 최대한 아우르기 위해 애를 쓴 모습이 역력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좌파 적출의 대상으로 규정한 문화미래포럼의 주요 멤버인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유인촌 문화부 관광부 장관과 함께 안성기 부집행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았고, '영화기관 부산이전 반대 투쟁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신우철 영화인협회 이사장과 이덕화 충무로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레드 카펫을 따라 입장해 주목을 끌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배우들의 면면도 개막식을 빛내기에 충분했다. 국내 다른 영화제의 관계자들도 놀라워했을 만큼 개막식 레드카펫에 등장한 배우들은 최정상 스타들이었다. 배우들의 섭외에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 덕분에, 관객들은 스타 배우들의 등장에 잠시도 환호를 멈추기 힘들었다.

16일까지 9일간 355편 영화 상영... 각종 이벤트도 마련돼 있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수영만 야외상영장 입구에 설치된 부산영화제 조형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수영만 야외상영장 입구에 설치된 부산영화제 조형물 ⓒ 성하훈


영화제에 참석한 주요 정치인들의 모습은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좌파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기도 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국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의원 전원이 참석해 영화제의 위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는데, 영화제 측은 보수 원로 영화인들 좌파 공세가 이어지자 여러 경로를 통해 정치권에 해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박형준 수석과 김형오 국회의장, 국회 문광위 위원장인 고흥길 의원 등 부산 출신 유력 정치인 및 국회 해당 상임위 위원장들이 그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중 김형오 국회의장과 고흥길 위원장이 국정감사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것이다. 해당 상임위 위원 일부가 참석하는 경우는 자주 있었으나 국회의장의 참석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부산시도 허남식 시장이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지라 영화제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예전보다 훨씬 많은 지원으로 영화제를 뒷받침했다. 신종플루 영향으로 일부 문화 행사는 축소 및 취소하기까지 했으나 부산영화제 만큼은 예산을 대폭 증액했고, 신종플루에 대해서도 어느 행사보다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높아진 위상에 따른 화려한 개막식과 유명 게스트들의 참여는 긍정적이고, 영화제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모습이나 영화제 독립성과 관련해서는 부산영화제 성장을 원하는 사람들의 지혜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8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6일까지 9일간 355편의 영화들이 남포동과 해운대 센텀시티의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며, 감독 배우들이 참석하는 관객과의 대화 행사 및 오픈 토크, 아주 담담 등의 각종 이벤트도 풍성하게 진행된다.

이병헌 조쉬 하트넷 등장에 환호...아역배우 왕석현도 깜찍함에 인기 독차지,
[개막식 이모저모]입장 위해 전날 밤부터 대기, 암표는 5만원 호가,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주연배우 이병헌과 조쉬 하트넷

영화 <나는 비와 함께 간다>의 주연배우 이병헌과 조쉬 하트넷 ⓒ 문성식


영화제의 열기는 개막식 현장 매표뿐만 아니라 좌석 선점 경쟁에서도 치열하게 나타났다. 현장 판매분 300장은 매표시작 30분 만에 매진됐고, 개막식장에 먼저 입장하기 위한 관객들도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맨 앞줄에 대기하고 있던 관객은 "경기도 화성에서 왔다"면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미리 와서 줄을 선 것"이라고 말했다. "날이 추워 힘들었지만 영화제를 기대하는 마음이 크기에 견딜 만 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개막식 인기에 따른 암표상들의 움직임도 활개를 쳤다. 1만원 짜리 입장권은 3~5만원에 판매됐고, 입장을 원하는 관객들은 가격을 최대한 낮춰 보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영화제 분위기 보러 왔다가 우연찮게 정가 판매 입장권을 구한 연인은 환호성을 지르며 들뜬 모습으로 입장했다. 이들은 영화제에 처음 왔다며 남들은 암표 사는데 자신들은 정가로 구해 횡재했다고 즐거워했다.

스타배우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관객들도 연신 함성을 지르며, 즐거워했다. 배우들의 관객 응대도 다양했는데, 관객들의 손을 잡아주는 배우들도 있는가 하면 묵묵히 레드카펫만 걷는 배우들도 있었다.

 최연소 레드카펫을 밟은  <과속스캔들>의 왕석현. 관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최연소 레드카펫을 밟은 <과속스캔들>의 왕석현. 관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 문성식


레드카펫에 등장한 가장 어린 배우였던 <과속스캔들>의 주연 왕석현은 입장하면서 관객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는 깜찍한 모습을 보여 관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말레이시아 감독들은 관객들의 열띤 반응에 적극 호응했으며, 일본에서 온 배우는 레드 카펫을 걷기 전 사뿐히 절을 하기도 했다. 배우들의 무대 매너가 적극적일수록 관객들의 목소리도 컸다.

레드 카펫을 밟은 정치인들은 연신 손을 흔들어댔지만 배우들에 신경이 가 있는 관객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김동호 위원장과 개막작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장동건, 한채영 등의 주연 배우들이 마지막으로 입장할 때는 관객 대부분이 일어나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레드카펫 최고 인기 배우는 이병헌과 조쉬 하트넷, 소지섭 등. 특히 이병헌과 조쉬 하트넷이 무대 전면에 설치된 영상 화면에 비칠 때마다 관객들의 함성이 그치지 않았고, 조직위원장의 개막 선언이 묻힐 정도였다.

이 때문에 개막작 인사를 위해 무대에 올라온 장진 감독은 "짧게 끝낼 테니 제가 이야기 할 동안은 조쉬 하트넷을 비추지 말라"고 웃으며 부탁했고, 장진 감독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화면에 조쉬 하트넷의 모습이 다시 등장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PIFF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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