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브라질의 리우가 결정된 가운데,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3수에 도전하겠다고 나섰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0년 대구세계육상대회,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를 확정했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2020년 부산올림픽, 2022년 한국월드컵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수조원이 투입되는 국가이벤트 유치를 무조건 승인하는 중앙정부의 사정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300만 도민의 꿈과 희망인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체절명의 각오로 죽을 힘을 다해 뛰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는데, 개최지가 강원도라고 해서 단순히 강원도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물론 강원도의 자체 결정만으로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 KOC(한국올림픽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기획재정부를 거쳐 정부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여수, 대구, 인천, 부산, 평창 등 국제스포츠 및 이벤트 유치신청에 대해 정부가 승인하지 않은 적이 없다.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정부와 여당이 지역 민심을 건드릴까 그저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보이는 사이, 지방자치단체마다 너도나도 국제스포츠대회 유치에 뛰어드는 과열현상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기준이나 전략도 없다.

유치를 신청하고 승인하는 명분은 하나같이 '국가위상제고'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세운다. 하지만, 국가위상제고에 앞서 지자체 단체장의 위상제고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김진선 도지사의 경우 98년 당선한 이후 임기마다 동계올림픽 도전을 내걸어 현재 전국 유일의 3선 도지사가 되었고, 2011년 7월에 있을 개최지 결정도 2010년 도지사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 효과 논리의 허구성

경제적 효과로 수십조를 운운하는 것도 어이없다. 경기장과 도로, 숙박시설 등 기반시설 건설에 들어갈 비용까지 경제적 효과라고 하는 건 마치 대운하의 경제효과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이는 세금으로 쏟아 부어야 할 액수를 말한다고 보면 된다.

일회성 이벤트를 위해 산을 깎아 도로를 내고, 선수촌을 분양해서 이득을 보는 것은 지방 공무원과 건설업자, 그리고 투기꾼들뿐이다. 동계올림픽 이후 봅슬레이 경기장과 스키 점프시설에 대한 활용도를 따져 보기라도 했는지 의문이다. 월드컵 구장들은 유지비로 매년 수십억의 적자를 보고 있고, 88올림픽 이후 변변한 체육행사를 치르지도 못한 잠실 종합운동장은 종교집단 행사로나 활용되고 있는데도, 대구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을 개최하기로 했다.

올림픽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유치 도시 실업자들이 대거 고용되는 것도 아니다. 올림픽과 같은 메가 프로젝트의 경우 창출되는 대부분의 일자리는 외부 전문가들에 의해 채워진다는 것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건설될 봅슬레이트랙이나 스키점프대는 경우 과거 이런 시설을 지어본 적이 있는 외국 전문가들이 맡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 관광객 증가도 반짝 흥행이었을 뿐

많은 외국인이 올림픽을 보러 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문객은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직접 구경할 평생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내국인들이라는 것이다. 외국 관광객도 애당초 해당 국가를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가 이왕이면 이벤트 시기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올림픽 전후 외국 관광객 통계를 보면 명확히 증명된다.

부산의 경우 2000년 163만이던 관광객 수가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덕에 2002년 200만으로 잠깐 뛰었을 뿐, 이듬해는 147만이었고 2007년에는 141만 명을 기록했다. 오히려 거꾸로 간 셈이다. 월드컵과 유니버시아드를 치른 대구도 대회 이후 역시 줄었다. 외국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관광대국 그리스마저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2년이 지나서야 올림픽 유치 이전의 외국인 관광객 숫자를 겨우 회복했다고 한다.

방만한 지자체 운영실태의 표본

이미 1986년에 치른 아시안게임을 2002년 부산에 이어 2014년 인천에서 치르겠다면서 국가위상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건 여전하다. 30년이 지나도록 국가위상 아니, 국가행정수준은 그대로란 말처럼 들린다.

자자체 고위 공무원들에게 국제이벤트 개최를 위한 지출액수는 그저 눈먼 돈 따먹기 같다. 국고 외에도 수년치의 연간 예산에 해당하는 지방세를 투입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결국 지방채 등 빚을 끌어다 메우면 된다는 식이니 말이다.

300만 전 강원도민의 염원 운운하며 동계올림픽 3수의 출사표를 낸 김진선 도지사의 웅변이 마치 집권여당에게 3수 도전 허가를 안 내주면 300만 표를 잃을 것이니 알아서 하라는 듯 들린다. 유치활동이란 명분아래 해외를 넘나들며 각국 명사들을 만나고 자연스레 언론노출도 되니 내년에 있을 도지사 선거 4선을 위해 그야말로 꿩먹고 알먹는 격 아닌가? 지난 두 차례의 유치활동과 3수를 위해 투입될 금액이 얼마인지 꼭 밝혔으면 한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신문방송학) 교수는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강연회에서 2020년 부산올림픽 유치운동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지역주민이 얼마만큼의 손해를 감내하면서까지 행사를 유치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정작 주민들에겐 '고생길'이자 '세금길'이 되기 십상이다. 지금 시장이나 시의 고위 공무원들은 혹시 유치에 성공하더라도 개회가 열리는 2020년엔 지금 그 자리에 없다. 그러니 폐막 후에 무슨 일이 생겨도 그들과는 상관 없는 일이 된다. 그들은 유치했다는 업적을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향후 정치적 도약의 발판으로 삼기만 하면 된다. 뒷감당은? 그 때 시장과 주민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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