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투수 정민철(37)이 12일 히어로즈와의 대전 경기에서 자신의 등번호인 23번이 영구결번 되는 은퇴식을 가졌다.

 

우완 투수로는 최다승(161승)을 기록한 정민철은 1992년 한화 이글스의 전신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 일본 요미우리 시절(2001~2002년)을 제외하고 데뷔와 은퇴를 한 팀에서 맞이한 그야말로 프랜차이즈 스타이다. 정민철은 프로통산 18년 동안 393게임에 등판, 161승 128패 10세이브 20홀드에 평균자책점 3.51의 성적을 올렸다.

 

유난히 상복이 없었던 비운의 에이스 정민철

 

1992년 데뷔 첫 해 14승 7패 평균 자책점 2.48의 성적을 올리며 이글스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정민철은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그 해 롯데 자이언츠의 우승을 이끌었던 염종석에 밀려 신인상을 거머질 수 없었다.

 

1993년 정규리그 승률 1위(0.818), 1994년 정규리그 탈삼진(196개), 평균 자책점(2.15)로 1위를 기록하며 리그를 지배하는 에이스로 자리잡았지만 국보급 투수 선동렬(1993년)과 정명원(1994년)에게 밀려 아쉽게 골든글러브를 내주었고 특히 평균 자책점 1위를 기록했던 1994년에는 10패(14승)를 기록 유난히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한 정민철에게 어느 새  '비운의 에이스'라는 수식이 붙게 되었다.

 

1999년 그의 커리어 최고인 18승을 거두며 한화 이글스 창단 첫우승에 주역이였던 정민철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입단하게 된다. 하지만 부상과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겪던 정민철은 일본에서의 생활을 접고 2002년 한화 이글스로 복귀하게 된다.

 

복귀한 정민철에게선 예전의 에이스 다운 위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주무기였던 강속구는 사라진지 오래고 복귀 첫 해인 2002년 7승 13패 평균 자책점 5.35, 2003년 11승 10패 평균 자책점 4.00, 2004년에는 굴욕적인 0승에 6패만을 기록하며 은퇴의 기로에 섰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2007년 12승 5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며 강속구를 버린 기교파 투수로서의 성공적인 변신과 더불어 다시금 이글스의 에이스로 우뚝 서게 된다.

 

세월만큼 그득해진 팬들의 사랑

 

 12일 히어로즈와의 대전 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진 정민철, 우완 투수 최다승(161승)을 기록한 그의 등번호 23번은 영구결번이 되었다.

12일 히어로즈와의 대전 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진 정민철, 우완 투수 최다승(161승)을 기록한 그의 등번호 23번은 영구결번이 되었다. ⓒ 한화이글스

 

한화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마운드의 노쇠화는 결국 2009 시즌 한화 이글스를 최하위로 떨어트리고 팀은 자연스럽게 리빌딩에 들어가게 되었다. 지난 겨울 전지훈련캠프가 차려진 하와이에서 신인 선수 못지 않게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정민철이지만 승수를 쌓지 못하고 6패에 평균 자책점 9.87을 기록 결국 시즌 중 은퇴를 결심하게 된다.

 

비록 그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야구 인생의 아쉬운 종지부를 찍게 되었지만 팀 순위 최하위를 기록하며 썰렁해졌던 대전 한밭 야구장의 관중석을 오랫만에 그득 채웠던 팬들의 사랑 역시 그 세월만큼 그득해졌다.

 

명예로운 순례

 

 정민철과 함께 이글스의 에이스였던 송진우. 통산 200승, 3000 이닝, 2000 탈삼진을 기록한 송진우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정민철과 함께 이글스의 에이스였던 송진우. 통산 200승, 3000 이닝, 2000 탈삼진을 기록한 송진우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 한화이글스

 

미국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토니 그윈과 칼 립켄 주니어가 은퇴할 때 이른바 '명예로운 순례'가 있었다고 한다. 공식적인 행사는 아니였지만 은퇴를 앞둔 두 선수가 원정경기의 마지막에 등장하면 상대팀 홈팬들이 기립박수로 그들이 맞이했다고 한다.

 

무승부 경기를 패로 간주하는 이상한 승률 계산부터 제대로 된 진실 규명 없이 '무기한 실격'을 받은 정수근, 끊이지 않는 오심 논란과 더불어 과거 뇌물 수수 및 공여로 사법처리까지 받았던 인물을 '총재 특보'라는 낙하산 자리로 기어코 입성시킨 KBO는 이제 '원칙 없는 행정'을 그만두고 '명예로운 순례'와 같이 프로야구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선수에 대한 KBO 차원의 예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날 경기에서 초반 대량실점하며 0-9로 뒤졌던 한화는 4회말 이범호의 투런, 박노민의 쓰리런, 최진행의 투런으로 순식간에 2점으로 좁이고 9회말 공격에선 이범호의 적시타, 김태균의 좌전안타로 만들어진 1,3루 기회에서 이도형의 끝내기 쓰리런으로 11-9로 신승, 한화 이글스 다운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뽐내며 떠나는 정민철에게 잊을 수 없는 선물을 선사했다.

 

이제는 코치로서 제2 의 인생을 여는 정민철, 끊임없이 비상하는 그의 날개짓에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ygmature)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9.13 11:55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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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철 은퇴 한화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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