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이대진이 11일 개인통산 100승을 달성하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이대진이 11일 개인통산 100승을 달성하고 동료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의 이대진이 11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섰다.

지난달 5일 LG 트윈스를 상대로 개인통산 99승을 거둔 뒤 드디어 100승을 눈앞에 뒀지만 연거푸 세 번이나 패배를 당했던 이대진으로서는 이날 대결이 올 시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였다.

상대는 '꼴찌' 한화였지만 '괴물' 류현진이 선발투수로 나섰다. 이대진의 얼굴에는 마치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나선 것처럼 긴장감이 흘렀다.

누구보다 이대진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입단 동기' 이종범이 1회 선두타자로 나서 왼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터뜨려줬다. 4회 최희섭이 다시 1점 홈런을 터뜨렸고 상대 실책까지 겹쳐 3-0으로 앞서나가며 이대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하지만 100승의 길은 역시 쉽지 않았다. 3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맞지 않던 이대진이 4회가 되자 갑자기 연경흠, 이도형, 김태균 등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1점을 내줬고 5회에도 이도형에게 적시타를 맞고 3-2까지 쫓겼다.

결국 이대진은 주자 만루의 위기를 어렵사리 막아낸 뒤 6회부터 구원투수들에게 뒷일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진의 바람대로 구원투수로 나선 손영민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장성호가 9회 1점 홈런을 터뜨리며 4-2로 달아났다. 결국 이대진은 마무리투수로 나선 유동훈이 한화의 마지막 타자 이여상을 삼진으로 잡고 승리가 확정되고서야 웃을 수 있었다.

지난 1993년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에 데뷔한 이대진이 17년만에 개인통산 100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부상과 좌절 이겨낸 이대진의 '인간 승리'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자랑하던 이대진은 데뷔 첫해 10승을 거두며 주목을 받았고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면서 그야말로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1998년에는 히어로즈의 전신 현대 유니콘스를 상대로 10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내면서 선동열의 9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을 넘어섰을 정도로 이대진의 공은 상대 타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2000년 어깨 통증으로 결국 수술대에 오르면서 이대진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수술을 받고 다시 돌아왔지만 예전처럼 위력적인 공은 던질 수 없었다. 2002년에는 타자로 전향해 보기도 했지만 이듬해 다시 투수로 돌아오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비록 시속 150km의 빠른 공은 없어졌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변화구 투수가 되어 돌아온 이대진은 2007년 7승, 2008년 5승을 거두며 느리지만 차곡차곡 승리를 쌓아나갔고 결국 집념으로 100승을 일궈냈다.

프로야구 역사상 이대진보다 먼저 100승을 넘어선 투수가 20명이나 되지만 이대진의 100승이 더욱 특별하고 많은 박수를 받는 까닭이다.

이대진 100승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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