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FW 김주희

현대제철 FW 김주희 ⓒ WK League

경기 시작 7분만에 그림같은 동점골이 나왔다. 웬만한 남자축구에서도 보기 힘든 아름다운 골이었다. 왼발을 잘 쓰는 중부 올스타 이세은의 자로 잰 듯한 띄워주기를 받아 골잡이 김주희가 몸을 날리며 오른발 안쪽 발리슛을 성공시킨 것. 아무래도 소속팀 현대제철에서 한솥밥을 먹는 단짝 자매이기 때문에 주고받은 눈빛부터 달랐다.

한문배 감독이 이끌고 있는 중부 올스타팀(현대제철, 수원시설관리공단, 서울시청)은 10일 밤 목포 국제축구센터에서 벌어진 2009 WK 리그 올스타전에서 강재순 감독이 지휘한 남부 올스타팀(부산 상무, 충남 일화, 대교)을 6-3으로 크게 물리치고 한국 여자축구 역사의 뜻깊은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동생들의 기쁜 소식에 더 밝았던 목포의 여름 밤

최근 한국 여자축구는 남자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성장세가 눈부시다고 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여자축구 최초의 올스타전이 열리기 하루 전 중국 우한으로부터 매우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끌고 있는 19세 이하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개최국 중국을 1-0으로 물리치고 AFC(아시아축구연맹) U-19 선수권대회 결승전에 진출했다는 것. 이로써 2010년에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U-20 여자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경사였다.

이는 지난 해 17세 이하 세계선수권 8강 진출, 지난 달 11일 2009 하계 유니버시아드(세르비아 베오그라드) 대회 금메달(한국 4-1 일본) 소식에 이어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우리 여자축구의 중흥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한다.

그냥 좋은 시절을 만나 운이 따라준 것이 아니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여자축구 리그를 출범시킨 것이 조금씩 열매맺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여자축구연맹(WK 리그)은 극히 일부의 축구팬들에게만 알려졌지만 지난 4월 20일 군산 월명종합경기장에서 대교와 현대제철의 개막전으로 대망의 첫 발걸음을 떼고 모두 60경기의 리그를 시작한 바 있다. 리그 참가팀은 이번 올스타전에서 중부와 남부로 나눠진 여섯 팀이 고작이지만 프로야구가 없는 월요일 저녁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케이블-TV 생중계를 통해서 조용히 안방에도 접근하고 있다.

이후 세 달을 넘게 숨차게 달려온 여자축구의 별들이 목포 국제축구센터의 개장에 맞춰 사상 첫 올스타전이라는 뜻깊은 이벤트까지 이루어 낸 것이었다.

여자축구에도 외국인 선수가 있다구요!

 대교 FW 프레치냐

대교 FW 프레치냐 ⓒ WK League

이 뜻깊은 첫 올스타전에서 기념비적인 첫 골은 경기 시작 후 4분이 넘지도 않은 이른 시간대에 터졌다. 그 주인공은 마침 외국인선수 1호인 쁘레치냐(대교)였다. 브라질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바 있는 쁘레치냐는 상대 골문 앞에서 수비수의 다리에 맞고 흐른 공을 침착하게 오른발로 돌려차 국가대표 문지기 김정미가 지키고 있는 중부 올스타의 골문을 흔들었다.

쁘레치냐는 이 벼락골도 모자라 4분 뒤 오른발 강슛을 터뜨려 남부 올스타팀이 2-1로 달아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이후 중부 올스타의 가운데 수비수 이계림(현대제철), 이영롱(서울시청)이 조금씩 호흡을 맞춰 가며 좀처럼 슛 공간을 내주지 않는 바람에 쁘레치냐의 골 행진은 거기서 멈췄다.

반면에 중부 올스타팀은 골잡이 김주희가 후반전까지 뛰면서 세 골을 더 터뜨리는 바람에 6-3의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두 번째 골도 그림같은 장면이었지만 19분에 이어진 세 번째 골 상황에서는 상대 문지기 위성희의 위치를 확인하고 왼발로 침착하게 넘겨차는 노련함까지 선보여 여름밤 경기장을 찾아준 목포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한몸에 받았다. 덕분에 그녀는 1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올스타전 초대 MVP 영예도 안게 되었다.

김주희와 쁘레치냐는 한창 진행중인 2009 WK 리그 득점 부문에서도 나란히 다섯 골을 터뜨리며 득점왕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주역들이기 때문에 경기가 끝날 때까지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제 그녀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가 오는 17일부터 다시 시작되는 리그에 전념해야 한다. 마침 리그 11라운드(8월 17일)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는 대교(1위, 7승 2무 1패 19득점 6실점)와 현대제철(2위, 6승 3무 1패 15득점 2실점)이 여주에서 맞붙게 되어 있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울러 오는 수요일(8월 12일) 밤에 중국에서 끝나는 AFC U-19 여자축구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결승전 승리 소식까지 내심 기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2009 WK 리그 올스타전 경기 결과, 10일 목포 국제축구센터

★ 중부 올스타 6-3 남부 올스타 [득점 : 김주희(7분,도움-이세은), 김주희(11분,PK), 김주희(19분), 전가을(49분), 김주희(63분,도움-전가을), 김유진(75분) / 쁘레치냐(4분), 쁘레치냐(8분), 고태화(51분)]

# 전반전
◎ 중부 올스타 선수들(현대제철, 수원시설관리공단, 서울시청)
FW : 김주희
MF : 이세은, 정세화, 한진숙, 조소현, 문슬아
DF : 전재민, 이계림, 이영롱, 김진아
GK : 김정미(31분↔임성미)

◎ 남부 올스타 선수들(부산 상무, 충남 일화, 대교)
FW : 프레치냐
MF : 이장미, 고태화, 반영경, 한성혜(39분↔조아라), 유영아
DF : 홍경숙, 전은애, 김숙경, 류지은
GK : 위성희(31분↔김주옥)

# 후반전
◎ 중부 올스타 선수들(현대제철, 수원시설관리공단, 서울시청)
FW : 김주희(67분↔성현아), 전가을
MF : 김유진, 조소현, 이세은, 이은진
DF : 김진아, 이영롱, 전재민, 박현희
GK : 임성미(60분↔안서진)

◎ 남부 올스타 선수들(부산 상무, 충남 일화, 대교)
FW : 한송이
MF : 이장미, 최현수, 조아라, 고태화, 김희영
DF : 최수진, 전은애, 이예은, 최선진
GK : 김주옥(59분↔전민경)
이장미 여자축구 올스타전 WK 리그 쁘레치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