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이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묘한 중독성이 있다. 특정 종목을 떠나 일본과의 대결은 언제나 단순히 '라이벌'이라는 단어만으로 정의내릴수 없는 승부욕과 열기를 자극한다.

 

특히 내셔널리즘적인 요소를 무시할수 없는 스포츠의 특성상, 한일전은 종종 정치·사회·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양국의 이해관계와 자존심을 상징하는 대리전이 되기도 한다.지난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통하여 양국이 국제무대에서 단기간에 무려 5차례나 맞붙었던 것은, 한일전이 단순히 양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라이벌전이 될수 있음을 보여줬다.

 

WBC에서의 야구 대결 이후 한동안 뜸했던 한·일 스포츠 대전이 재개된다. 이번에는 축구와 농구다. 한 주 사이에만 스포츠팬들은 무려 세 차례의 한일전을 접하게 된다.

 

'우승이 보인다' 수원컵 국제 청소년 대회

 

축구에서는 리틀 한일전이 열린다. 제4회 수원컵 국제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중인 한국(2승)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일본(1승1패)과 최종 3차전을 남겨두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집트(이상 1승1패) 남아공(2패) 등 이번 대회 출전 4개팀 중 유일하게 2승을 거둔 한국은 최종전인 일본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차지할수 있다.

 

올해부터 한국 20세 이하(U-20)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현역 시절 무수한 한일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 지도자로서는 성인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던 지난 2007년 아시안컵 3·4위전(한국 승부차기 승)에 이어 두번째고, 감독으로서 한일전 지휘봉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일본과의 역대 청소년대표팀간 상대전적에서 23승7무4패로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다. 어린 선수들의 경기이기는 해도 한일전이 안겨주는 의미와 긴장감은 결코 가볍지않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패에 대한 부담감을 안겨주기 보다는 편안하게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각오다.

 

농구대표팀, 일본과 아시아선수권 첫 개막 격돌

 

허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중국 텐진에서 열리는 제 25회 아시아선수권에서 12년만의 정상탈환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A조에 속한 한국은 일본(6일)과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스리랑카(7일), 필리핀(8일)과 예선전을 치른다..

 

한국은 일본과의 역대 농구 A매치 상대 전적에서 31승 13패의 절대 우위를 지니고 있다. 특히 한국이 일본에 마지막으로 패한 것은, 지난 1997년 19회 사우디 리야드 아시아선수권대회결선리그가 마지막이다. 이 대회는 한국이 아시아선수권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대회이기도 한데, 한국은 예선에서 일본에 패해 벼랑 끝에 몰렸으나 절치부심하여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결승전에서 재회한 일본에 78-76 재역전승을 거두며 설욕에 성공했다.

 

이후 12년간 일본은 국제무대에서 좀처럼 한국을 넘지 못했다. 올해 열린 두 차례의 대결에서 한국이 모두 승리를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다. 일본의 홈에서 열린 지난 1회 동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도 68-58로 완승을 거뒀고, 지난 대만에서 열린 존스컵에서도 접전을 펼쳤으나 강병현의 쐐기 3점슛이 작렬하며 84-81로 또한번 고배를 마셔야했다. 농구에서만큼은 아직 한국이 일본보다 한수위라는 확실한 자신감이 넘친다.

 

한일 프로축구의 자존심 대결 '조모컵 2009'

 

주말에는 한일 프로축구 올스타간의 자존심 대결이 열린다. 오는 8일 오후 7시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한일 프로축구 올스타전 '조모컵 2009'에는 K리그와 J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이 한판 승부를 펼치는 것. 한국은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1회 대회에서 원정의 부담을 딛고 3-1 완승을 거둔바 있다.

 

K리그 올스타에는 현재 정규리그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동국(전북)을 비롯하여 지난해 조모컵 최우수선수 최성국(광주), 떠오르는 샛별 기성용(서울), 철벽 수문장 이운재(수원) 등이 나선다. 신예 공격수 김영후(강원), 유병수(인천) 등도 합류했고 외국인 선수로는 데얀(FC서울), 에두와 리웨이펑(이상 수원) 등이 호출을 받았다

 

J리그 올스타에는 지난해 일본프로축구 득점왕과 MVP를 휩쓴 브라질 출신의 특급 골잡이 마르키뉴스와, 일본 최고의 미드필더 엔도 야스히토와 오가사와라 미츠오 등이 나선다. 지난해 김남일에 이어 올해도 한국 선수인 이정수가 J리그 올스타에 선정된 것도 눈에 띈다.

 

양팀의 사령탑을 맡은 차범근 감독과 올리베이라 감독은 지난 시즌 양국 리그 챔피언팀 사령탑 자격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다시 조모컵에서 만나게 됐다. 두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있는 수원과 가시마는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도 한조에 소속되어 1승1패의 호각세를 이룬바있다. 선수들의 면면이나 감독들의 라이벌의식에서, 이미 조모컵이 단순히 친선경기 아닌, 한국과 일본 프로축구의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가 될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9.08.06 13:50 ⓒ 2009 OhmyNews
한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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