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F 김대의

MF 김대의 ⓒ 수원 블루윙즈

가운데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 경기를 매끄럽게 조율할 수 있는 김두현이 돌아오니 수원의 전천후 미드필더 김대의도 더 마음이 편해졌나 보다. 비록 나중 20분 남짓이었지만 둘은 FC 서울과의 역대 경기 기록에서 각각 3골씩을 터뜨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차범근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는 1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9 K-리그 18라운드 FC 서울과의 안방 경기에서 2-0으로 이겨 이번 시즌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는 힘찬 몸부림을 보여주었다.

 

변화의 바람, 빅 버드에 다시 불다

 

8월의 첫날 토요일 저녁 7시 30분, 기온은 섭씨 29도였고 습도는 66%로 후텁지근했다. 일하며 사는 사람들의 본격적인 휴가가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3만 5천명이 넘는 축구팬들이 몰려들었다. 근래에 보기 드문 관중 숫자였다. K-리그 최고의 빅 매치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축구팬들로부터 '빅 버드'라 불린다. 그 이름에 어울리는 축구는 역시 '바람'이었다. 전반전에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방문팀의 공세를 잘 막아낸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후반전 선수 교체를 통해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 중심에 진정한 수원의 푸른 날개 김대의가 있었다.

 

3-5-2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나온 김대의는 옆줄을 따라 세로로만 움직이지 않고 가운데 미드필드까지 폭넓게 움직이며 안영학이 중심을 잡고 있는 허리에 큰 보탬이 되었다. 후반전에는 위험 지역에서 프리킥을 두 차례나 내줄 정도로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악착같이 뛰어다녔다는 증거가 되기도 했다.

 

그의 왼발에서 결국 결승골과 쐐기골이 만들어졌다. 이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에서 혼자서 두 개의 도움을 모두 기록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이 당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이보다 귀한 보약은 없는 듯 보였다.

 

51분, 김대의는 프리킥을 직접 넘겨 차지 않고 훌륭한 속임 동작으로 상대 벌칙구역 반원 가까이로 빠져나오는 미드필더 안영학에게 밀어주었고 오른발 돌려차기로 선취골이 터졌다. 김진규 등 FC 서울 수비수들은 골문 바로 앞에서 뒤엉켜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꼴이 되었다.

 

뜻밖의 실점에 당황한 방문팀의 귀네슈 감독은 김승용과 정조국을 차례로 들여보내며 반전을 노렸다. 이에 맞선 차범근 감독은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며 적절하게 대응했다. 오른쪽에서 주로 뛰던 김대의를 왼쪽으로 보내며 역습의 중심을 그 쪽으로 틀었다. 진정한 강팀이 되기 위해서는 조급하게 달라붙는 상대팀을 어떻게 요리할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듯 수원은 그렇게 새로운 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상대팀에 김승용이 새로 들어왔고, 더구나 오른발 킥이 좋은 기성용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격의 주된 방향이 어느 쪽이 될지 뻔한 것이었다. 그럴수록 그들의 뒷 공간은 쉽게 열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김대의는 수비 역할도 비교적 잘 해냈지만 역습의 포인트를 제대로 잡았다.

 

선수의 부상으로 잠시 공의 흐름이 끊겼다가 다시 전개되는 과정에서 상대 수비수 김진규의 빈 틈이 널찍하게 보였다. 그의 왼발은 바로 그곳을 겨냥했다. 손으로 던져준 것보다 더 정확한 40미터짜리 왼발 띄워주기는 새로 데려온 골잡이 티아고의 오른발 앞에 떨어졌다.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쐐기골이 안방 서포터 그랑블루 바로 앞에서 터졌다.

 

'패스의 타이밍, 정확성 - 받는 선수의 적절한 첫 번째 터치, 빈틈 없는 마무리'

 

축구를 조금 안다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이 일련의 과정이 어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상대쪽에서 토를 달지 못하는 완승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부단한 훈련의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완성시켜야 할 것이 상황에 어울리는 판단을 가능하게 만드는 '두뇌'와 '기술의 완성도'라는 사실을 잘 깨닫게 해 주는 쐐기골 장면이었다.

 

 MF 김두현

MF 김두현 ⓒ 수원 블루윙즈

차범근 감독이 추구한 또 하나의 변화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에서 데려온 가운데 미드필더 김두현의 전격 투입이었다. 72분, 산드로와 바꿔 들어온 김두현은 비록 볼 터치가 많지는 않았지만 이번 시즌 수원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유연한 발목과 부드러운 중심 이동을 통해 공격의 방향을 바꿔줄 수 있는 플레이 메이커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말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추가 시간이 5분이나 지나서야 방문팀 미드필더 기성용에게도 만회골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김한윤의 3자 패스를 받은 그의 왼발 발리슛은 문지기 이운재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아니, 선방이라기보다는 너무 정확하게 맞아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이었다.

 

야구에서 타자가 휘두른 방망이에 정확하게 맞은 공은 대개 수비수의 정면으로 날아가게 마련이듯이 기성용이 왼발 안쪽으로 시도한 발리킥은 날카롭기보다는 교과서 그대로 너무 정확했다. 지난 달 24일 저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수비수들을 상대로 터뜨린 데얀의 멋진 선취골 순간처럼 투박하지만 조금 거친 면이 있어야 문지기가 애를 먹기 때문이다.

 

수비수 곽희주, 허재원의 앞에 서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리그 선두팀의 위협적인 공격을 잘 막아낸 안영학은 경기가 끝나고 이어진 KBS N SPORTS 생중계팀의 인터뷰에서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 우리를 지켜봐 주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디펜딩 챔피언 수원 블루윙즈가 모처럼 일으킨 변화의 바람을 얼마나 이어가게 할지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 2009 K-리그 18라운드 수원 경기 결과, 1일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2-0 FC 서울 [득점 : 안영학(51분,도움-김대의), 티아고(85분,도움-김대의)]

◎ 수원 선수들
FW : 에두, 티아고
MF : 문민귀(76분↔하태균), 이상호, 안영학, 산드로(72분↔김두현), 김대의
DF : 허재원, 곽희주, 최성환(71분↔홍순학)
GK : 이운재

◎ FC 서울 선수들
FW : 데얀, 이승렬(57분↔정조국)
MF : 김치곤(56분↔김승용), 김한윤, 고명진, 기성용
DF : 아디, 김진규, 박용호, 이종민(77분↔김치우)
GK : 김호준

2009.08.02 09:30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9 K-리그 18라운드 수원 경기 결과, 1일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2-0 FC 서울 [득점 : 안영학(51분,도움-김대의), 티아고(85분,도움-김대의)]

◎ 수원 선수들
FW : 에두, 티아고
MF : 문민귀(76분↔하태균), 이상호, 안영학, 산드로(72분↔김두현), 김대의
DF : 허재원, 곽희주, 최성환(71분↔홍순학)
GK : 이운재

◎ FC 서울 선수들
FW : 데얀, 이승렬(57분↔정조국)
MF : 김치곤(56분↔김승용), 김한윤, 고명진, 기성용
DF : 아디, 김진규, 박용호, 이종민(77분↔김치우)
GK : 김호준
수원 K-리그 김두현 김대의 안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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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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