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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주 정부로 구성된 에티오피아는, 몇몇 소수부족을 예외로 하고 각 주 정부는 하나의 단일 종족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45개 부족이 모여 이룬 SNNPR(남부국가)만 예외라 할 수 있는데, SNNPR은 연방공화국의 남쪽 끝의 토지가 비옥하고 살기 좋은 아열대 기후지역으로 케냐와 수단과의 국경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아와사 호수를 중심으로 한 SNNPR 주 주변으로는 놀랄 만큼 비옥한 시다모족의 주가 펼쳐지는데, 커피를 주로 재배하는 시다모족은 약 350만 명이라 한다.
▲ '녹색콩' 커피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대부분 소규모 가족단위다. 출처 : 영화 블랙골드 ⓒ 블랙골드
그런데 자연의 축복을 받은 시다모족의 땅에서 '치료용 우유'를 배급받는 어린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머니들조차 기아와 영양실조(만성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그들은 '녹색기아'라 부른다. 이는 '갈색황금'이라 불리는 에티오피아의 주요 수출품(외화벌이)인 커피 가격이 2000년 이래 세계시장에서 갑작스레 폭락한 뒤 벌어진 재난 중 하나다.
2004년 3월 커피 가격은 100년 만에 처음이라 할 정도로 엄청 내려, 가족끼리 커피 농사를 짓는 소규모 농부들은 생산비조차 건지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녹색콩' 커피 생산에 전념하던 농부 대다수가 수확을 포기하는 사태가 속출했고 이는 생활고와 빈곤으로 이어졌다.
1990년 전 세계의 커피 생산국들은 모두 합해서 110억 달러어치의 원두를 수출했다 한다. 같은 해 전 세계 소비자들은 300억 달러어치의 커피를 소비했고, 2004년 커피 생산 농부(전 세계 약 2,500만 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55억 달러로 감소했다 한다. 대신 2004년 커피 소비를 위해 전세계 소비자들은 700억 달러를 썼다 한다.
▲ 전 세계 특히 서구에서 소비하는 커피를 지배하는 것은 몇몇 식품콘체른들이다. 출처 : 영화 블랙골드 ⓒ 블랙골드
국제커피협약마저 해체해 커피지배하는 식품콘체른
다시 말해, 세계 커피시장의 생산-유통과정의 부조리한 구조가 커피 생산국가와 농부들의 빈곤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커피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것은 노엄 촘스키가 '거대한 영구적 법인'이라고 명명한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다.
이들은 브라질에서 베트남, 온두라스에서 에티오피아에 이르는 70개국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수천만 명 농부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기업가 바로 네슬레다. 카카오와 커피를 지배하는 네슬레는 세계적으로 원료 납품업체의 착취행위와 아동노예제로 유명하다.
그리고 가장 거대한 5대 기업인 네슬레와 사라 리, 프록터 앤드 갬블, 치보 그리고 크래프트는 종류를 불문하고 생산된 커피 원두의 45% 이상을 사들이고, 원두를 볶아서 가공하고 상품화시키는 과정까지 거의 전 과정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 국제커피협약까지 해체한 식품콘체른들은 커피 재배농가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출처 : 영화 블랙골드 ⓒ 블랙골드
이 가운데 네스카페와 네스프레소 등 상표를 가진 네슬레의 경우, 이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기아와 영양결핍, 아메바성 질병, 결핵 등 커피 생산국가의 아이들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이렇게 파렴치한 '나쁜기업'과 투기세력들의 커피시장 왜곡과 장악을 막기 위해, 생산국가별로 매우 엄격하게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국제커피협약이 있었지만 거대 다국적 커피 기업들에 의해 1989년 해체되고 말았다.
그래서 커피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커피를 팔아서 생산 원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소득을 받기에 기본적인 생존에 필요한 식품과 생활용품조차 구매할 수 없다. 파산한 농가의 아이들은 구걸이나 성매매를 하게 되고, 결국 가난의 나락 속에서 가족과 공동체마저 와해되고 만다. 참담한 빈곤이 '세계화 된 시장의 폭력'에 의해 악순환 되는 것이다.
▲ 커피시장을 지배하는 네슬레 등 다국적기업들 때문에 커피가격이 폭락해 빈곤과 기아가 되물림 되고 있다. 출처 : 영화 블랙골드 ⓒ 블랙골드
하지만 탐욕스런 네슬레를 비롯한 농가공 식품업체 연합은 에티오피아와 커피 생산농가의 심각한 상황을 철저히 외면한다. 이마누엘 칸트가 '목적 없는 목적'이라 표현한 '최대한의 이익(윤)'만을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고 좌절하지 마시라! 양심있고 정의로운 당신의 작은 소비 행동으로 추악한 다국적자본의 빈곤과 지배의 굴레에 저항할 수 있다!
일례로 2002년 11월, 기아 인구가 1천100만 명 이상 되는 에티오피아를 상대로 네슬레는 27년 전에 국유화된 기업에 대해 6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터무니없는 요구를 했다. 이에 의식있는 소비자들이 네슬레에 거센 항의를 했고, 네슬레는 결국 요구액을 150만 달러로 감축했고 이 돈을 기아극복을 위해 내놓았다.
당신의 정의로운 소비행위(운동)가 부조리하고 모순된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힘이란 말이다.
* 추천영화 : 블랙골드 http://www.blackgold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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