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  포스터

▲ 똥파리 포스터 ⓒ (주)몰 필름

요즈음 한국경제는 어렵다고 한다. 최근의 세계역사 속에서 경기가 어려울 때 전쟁은 경기회복에 있어서 나름의 역할을 한다. 전쟁으로 수많은 민간인과 군인이 희생되었지만 살아남은 자들에게는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누리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또한 전쟁에 참가한 많은 군인들은 다시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왔지만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간다.

 

한국의 경우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도 마찬가지다. 오늘 소개할 영화 '똥파리'에는 베트남 참전 군인 가족이 등장한다. 연희(김꽃비)는, 베트남전에 다녀온 이후 집안에서 정신장애를 앓고 사는 아버지와 학교중도탈락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여고생 소녀가장이다. 영화는 연희가 우연히 길을 지나가다가 자신과 유사한 가족의 아픔을 가진 용역 깡패 상훈(양익준)을 만나면서 서로가 변화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지만 영화의 진정성은 결국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한국 사회의 소외계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어쩌면 관객 자신의 가족이었을 수도 있으며, 앞으로 나의 가족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충격을 가져다 준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한국사회 안에서 적어도 가정폭력 문제를 제대로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해결되기를 희망해 본다.

 

똥파리 학교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연희

▲ 똥파리 학교에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연희 ⓒ (주)몰 필름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한국사회 정신장애인 가정의 희망을 찾아보려고 한다. 연희네 가족은 정신장애인 아버지(최용민)와 노점상하던 어머니, 그리고 연희와 남동생 영재(이환)다. 어머니(길해연)는 포장마차를 하다가 강제철거 도중 용역 깡패에게 맞고 죽는다. 정신장애인 아버지는 베트남 전쟁 참전 후 정신장애를 앓고 있으며, 온종일 집안에만 계시면서 연희를 괴롭힌다. 통장을 아버지가 연희에게 맡겨놓고도 찾는다. 틈만 나면 베트남 전쟁 참전 훈장 자랑이다. 죽은 엄마는 왜 안 오냐고 묻는다. 밥에 쥐약 넣었다며 의심한다. 아버지는 입원을 할 형편도 안되고, 지역사회의 정신장애관련 단체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동생은 학교는 중도에 그만두고 집에서 빈둥대기만 한다. 영재는 견디다 못한 나머지 용역깡패 상훈의 일을 함께 따라 나서고 자신도 경제의 일부를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연희는 아버지가 받는 보조금만으로 어떻게든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학교에서는 연희네 가족의 아픔은 전혀 모르면서 연희만 다그친다. 그런 연희에게 상훈은 너무나 편한 상대이다. 나이도 많고 겉모양은 무섭지만, 관객이 상훈과 연희에게 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이들은 서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 가족의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끼리 뭔가 해보려고 하지만 세상은 그들을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똥파리 포장마차에서 술한잔하는 상훈과 연희

▲ 똥파리 포장마차에서 술한잔하는 상훈과 연희 ⓒ (주)몰 필름

똥파리 상훈의 일을 돕는 친구를 따라나선 영재

▲ 똥파리 상훈의 일을 돕는 친구를 따라나선 영재 ⓒ (주)몰 필름

 

영화는 이 가족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이 부도덕하고 게으르기 때문에 이들을 도와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신장애인 가족의 문제 해결은 사회가 도와주어야 하며, 누구나 자신의 가족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일까? '연희네와 같은 정신장애인 가족에 대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다, 이러한 가족을 방치하는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는 한, 앞으로 용역 깡패가 된 영재를 포함한 또다른 정신장애인 가족의 삶은 우리 사회 속에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신장애인 가정의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임이 틀림없다고 이 영화는 경고한다. 상훈이 죽고 세월이 어느정도 흐른 뒤 연희가 다시만난 용역 깡패 영재는 자신과 정신장애인 아버지, 엄마와 상훈의 죽음, 그리고 한국사회와 나를 강력하게 연결시켜 준다 .

 

더하는 말 : '똥파리' 영화와는 상관없을지도 모르지만 장애인의 영화관람을 위한 문제해결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영화가 다 끝나지도 않았지만 아직 자막이 올라가고 음악이 흐르는데도 불구하고 극장 직원이 극장 안으로 들어온다. 마지막 감동을 즐기고 있는 관객은 고려하지 않고 관객들을 빨리 내쫓는다.

 

형식적인 인사는 하지만 인사를 받고 나가면서도 영화가 끝났는지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된다. 장애인의 경우 상영관을 나오는데 어느 정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모든 관객에게는 감동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이러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자막과 음악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관객 모두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운동을 벌여나가야 한다. 영화시작 10분 전 입장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을 위해 충분한 이동시간을 미리 확보해 둘 수 있는 극장의 배려가 중요할 것이다.

2009.06.29 15:36 ⓒ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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