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선수로 판명난 OPBF 타이틀전 포스터

가짜선수로 판명난 OPBF 타이틀전 포스터 ⓒ KBC


한국 프로복싱계가 가짜 선수와의 시합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다. 일본에 본부를 둔 OPBF(Oriental and Pacific Boxing Federation) 사무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5월 18일 한국에서 열린 슈퍼라이트급 타이틀전에 대한 한국과 태국복싱협회의 보고서 검토 결과 시합의 승인을 취소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5월 18일 제주도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OPBF 슈퍼라이트급 챔피언 김정범의 6차 방어전 도전자로 공시된 선수는 싱토통 플라잇짐(Singhtothong Flouridegym)이었다. 이 경기는 KBS N Sports에서 생중계했고, 링 사이드에서는 11월에 있을 총회 점검차 방문했던 WBC 호세 슐레이만 회장이 관람했다.

세계타이틀전을 노리는 김정범 선수가 이길만한 상대를 골랐을 것이라는 건 예상되었으나, 싱토통 플라잇짐의 전적은 2승 5패로 2007년 5월 이후 경기가 없어 국제복싱 랭킹표에는 이미 은퇴한 선수로 등록되어 있는 한 마디로 형편없는 상대였다. 그래도 명색이 동양타이틀매치인데 상대선수는 기본기도 갖춰져 있지 않아 보였다.

경기는 1라운드 2분 57초 만에 싱거운 TKO승으로 끝났고 관중은 박수 대신 야유를 보낼 정도였다. 경기를 지켜본 호세 슐레이만도 "복싱 부활을 위해선 타이틀매치도 중요하지만 4라운드 신인선수들 경기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면서 경기내용에 대한 실망감을 빗대어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마저도 OPBF 사무국 조사결과 가짜선수로 판명된 것이다. 사무국 발표문(http://www.opbf.jp/news/index.html)에 따르면, 도전자 'Singhtothong Flouridegym'은 닉네임이고 본명은 'Samart Ngamsanga'였다. 그러나 김정범과 실제 경기를 치렀던 선수는 Chaiyaporn Chankhiao였고 그것도 그의 첫 경기였다. 경기를 지켜본 관중과 시청자들이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야유할만한 기량이었던 것이다.

KBC의 가짜 선수 출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3월 1일 IFBA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김지영의 도전자로 나섰던 중국선수도 대신 출전한 가짜 선수로 판명되어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에 또다시 반복된 파문은 WBC 총회를 개최한다면서 회장까지 초청한 채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심하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끝없이 추락하는 한국복싱의 가장 큰 원인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후진적이고도 불투명한 KBC의 행정력이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며 철저한 책임규명이 있어야만 하는 사안인데도 한국권투위원회(회장 김철기)는 지난 15일 진상규명 결과가 공표된 이후 현재까지 아무런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는 상태다.

한국복싱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스포츠 외교의 위상과 자격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책임규명이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권투위원회 김정범 WBC총회 슐레이만회장 가짜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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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선수협의회 제1회 명예기자 가나안농군학교 전임강사 <저서>면접잔혹사(2012), 아프니까 격투기다(2012),사이버공간에서만난아버지(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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